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최연소 우승 감독 최태웅, 스피드 배구 화룡점정

송고시간2017-04-03 21:46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문성민에게 모진 소리 했다가 눈물 쏟기도

선수 격려하는 최태웅 감독
선수 격려하는 최태웅 감독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와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경기. 1세트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엄지 손가락을 세우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2017.4.3
tomatoy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중국 남·북조 시대 양나라의 화가 장승요는 한 사찰에 용 두 마리를 그리면서 눈동자를 찍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이 '왜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용이 날아가 버린다'고 답했고, 정말 눈동자를 찍는 순간 용이 하늘로 날아갔다는 이야기에서 '화룡점정'이라는 고사가 탄생했다.

최태웅(41)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 감독에게 '용'은 스피드 배구이며,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마지막 하나 남은 눈동자였다.

현대캐피탈은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3-1로 승리하고 10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다.

최 감독은 만 40세 11개월 25일로 우승해 2015-2016시즌 우승자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만 41세)을 제치고 남자부 최연소 우승 감독이 됐다.

여자부 1위는 지난해 만 40세 9개월 28일로 우승했던 양철호 현대건설 전 감독이다.

2015-2016시즌 감독 취임 이후 스피드 배구를 팀 정체성으로 정한 최 감독은 18연승과 함께 정규리그 정상에 올라 '용의 한쪽 눈동자'에 점을 찍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김세진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을 만나 패퇴하면서 나머지 눈동자는 숙제로 남겨뒀다.

최 감독은 이번 시즌부터 남자부 외국인 선수를 트라이아웃으로 선발하게 되면서 문성민의 비중을 높이는 '스피드 배구 2.0'을 선언했다.

이에 맞춰 최 감독은 라이트 문성민을 받쳐 줄 적임자로 톤 밴 랭크벨트(등록명 톤)를 선택했지만, 톤은 기대 이하의 기량으로 중간에 짐을 쌌다.

이후 다니엘 갈리치(등록명 대니)가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미 리그 패권은 대한항공 쪽으로 급격하게 기운 뒤였다.

그런데도 최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스피드 배구를 놓지 않았다.

가장 컨디션이 좋은 문성민에게 공격을 집중하는 게 아니라, 대니·최민호·송준호·박주형·신영석 등이 짐을 나눠 들었다.

문성민의 챔피언결정전 공격 점유율은 정규시즌보다 높아졌지만, 6명의 선수가 쉴 새 없이 코트를 뛰어다니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덕분에 문성민은 챔피언결정전 5차전까지 파괴력을 유지했고, 최 감독은 그토록 원했던 우승 트로피를 품을 수 있었다.

최 감독의 '형님 리더십'도 현대캐피탈에 큰 힘이 됐다.

평소 온화한 성격으로 선수들을 질책하기보다 격려하는 데 힘쓰는 최 감독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주축 선수 문성민에게 이례적으로 모진 소리를 했다.

1차전에서 0-3으로 패한 뒤 부진했던 문성민을 두고 "현대캐피탈이 중요한 경기에서 패해 좌절한 이유가 문성민의 중요 경기 부진"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현대캐피탈은 2차전에서 문성민의 활약을 발판 삼아 0-2로 뒤지다 3-2로 역전승했다.

그날 문성민은 36점을 폭격했고, 최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쏟으며 "고생은 성민이가 제일 많이 했다"며 사과했다.

패배의식에 잠긴 팀을 깨우기 위해 문성민을 '희생양'으로 삼았지만, 하루 만에 눈물로 사과하며 선수들로부터 더 큰 신뢰를 얻은 것이다.

이 장면이 계속 후회되는지 최 감독은 4차전 승리 후 "우승을 위해 선수를 궁지에 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5차전에서도 배구장을 놀이터라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런 그에게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 헹가래를 안겼다.

4bun@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