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이케아 대 매스코 / 박종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욕실·수도·주방용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29년 동안 수익이 계속 늘어났던 '매스코'라는 회사가 있다.
이 기업은 그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1986년 가구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이케아의 사례는 기업이 왜 사업을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파고들어 자신들이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목적을 구체적으로 세울수록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면서 사회에도 더 많이 공헌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박종현
경남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
욕실·수도·주방용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29년 동안 수익이 계속 늘어났던 ‘매스코’라는 회사가 있다. 이 기업은 그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1986년 가구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경쟁이 치열한 반면 브랜드의 힘은 미약해서 원자재 공급자와 소비자의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큰 가구시장의 현실을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레드오션’에서 선전한 기업도 있다. 세계 최대의 가구업체로 독주 중인 ‘이케아’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신시아 몽고메리 교수에 따르면, 매스코와 이케아의 대조적 운명은 ‘목적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매스코의 목적은 사업의 다각화를 통한 이윤 증대에 있었다. 반면, 이케아의 설립자인 잉바르 캄프라드는 스웨덴의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회사가 만드는 안락한 책상과 의자에서 즐겁게 공부하길 꿈꾸었다. 가난한 사람들도 구입할 수 있는 좋은 품질의 가구 생산이 이케아의 목적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사업의 목적이 구체적이고 분명했던 만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나 전략도 체계적으로 펼쳐졌다. 저렴한 가격에 세련된 디자인과 높은 기능성의 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가 명확하게 세워졌고, 조립형 모델, 플랫팩 방식의 제조 및 유통, 소비자의 직접 운반 및 설치 등 이케아의 친숙한 특성들이 치밀한 경영전략으로 구현됨으로써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케아의 사례는 기업이 왜 사업을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파고들어 자신들이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목적을 구체적으로 세울수록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면서 사회에도 더 많이 공헌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하지만 기업의 목적이 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최대한 값싸게 제공한다는 것에 머무를 필요는 없다. 고용 불안의 시대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거나, 직원들이 일터의 주인으로 존중받고 각자의 개성을 꽃피우는 새로운 직장 문화를 만든다거나, 지역과 이웃을 든든하게 떠받치는 것도 기업의 목적이 될 수 있다.
성당에서 받은 밀가루 두 포대로 찐빵 장사를 시작한 대전 ‘성심당’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심당의 창업자 임길순은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눌 목적으로 ‘먹는장사’를 시작했다. 그다음 세대에서는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기 위해 사업을 확장했고, 하루 빵 생산량 중 많은 몫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이익의 15%를 직원들과 공유했다. 이제 직원 400명에 달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성심당은 대전 시민들의 자긍심이 되었다.(김태훈,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우리 사회에는 직원을 부품처럼 취급하거나 협력업체를 쥐어짜는 것은 기업의 생존에 불가피하다고 믿는 사람도 적지 않다.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경제논리를 무시한 간섭이라는 통념도 널리 퍼져 있다. 성심당의 경험은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서도 기업이 성공할 수 있음을 입증한 중요한 사례다.
인공지능이 본격화되고 기본소득과 공공부문의 일자리 확대가 논의되는 상황은 이러한 사례에 각별한 의미를 더한다. 기업이 지역에 대한 헌신 속에서 그 가치를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 공동체의 또 다른 시민으로서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사회는 기업에 어떤 것을 새롭게 요구하고 무엇을 되돌려줘야 할지에 관한 성찰과 토론에 많은 생각거리를 주기 때문이다.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 [페이스북][카카오톡][정치BAR]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