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4차산업혁명, '신장개업 쇼'는 안된다
주변이 온통 4차 산업혁명 이야기로 가득하다. AI(인공지능), 드론, 자율 운행 자동차,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 데이터 등을 통해 다가올 4차 혁명이 가져올 세상을 선점해야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IT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가져갈 수 있다는 구호가 넘쳐난다. 이런 내용과 고민을 담은 세미나와 콘퍼런스가 연일 열린다. 연관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단체에서도 하루에 몇 번씩 초청장이 날아온다.
홍수처럼 넘쳐나다 보니 어느 결엔가 당연한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불과 수 개월 전만 하더라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세계적인 부자들의 미래 준비모임인 다보스 포럼에서 지난 2016년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이 본격 소개될 때만 해도 러프킨과 같은 미래학자는 '현재 진행 중인 3차 산업 혁명인 정보통신혁신의 이름만 바꾼 것'이라고 대놓고 무시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사이 세상이 뒤집어지기라도 했는지, 작금의 분위기는 4차 산업 혁명이라는 간판을 달지 않으면 당장 무슨 사달이라도 날 것 같은 모양새다.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정보통신 업계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담은 깃발의 등장은 지난 가을부터로 기억한다.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시작된 박근혜 정부의 몰락과 함께, 어느 시점부턴가 박근혜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강력 추진하던 창조 경제,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수개월 새 4차 산업 혁명이라는 개념은 당대의 시대정신인 마냥 받아 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현재까지의 행태로 보면 4차 산업혁명 신드롬은 손 바뀜 일어난 가게의 신장개업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00노래방이라는 간판을 달던 가게들이 너도나도 7080 라이브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다는 것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시들해져 버렸다. 손님들이 새로운 가게인 줄 알고 막상 들어가보니 종전 노래방과 별반 다를 게 없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구성된 면면은 이미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최첨단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 분야들이 현실적인 상용화가 이뤄졌을 경우 가져올 세상의 변화에 미리 대비하자는, 개념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 이로 인해 도래할 노동의 종말 등에 대한 지구적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애초 다보스 포럼 등에서 의제로 삼은 이유다.
그러나 지금 이 땅에서의 4차 산업혁명 논의는, 하나씩만 해도 엄청난 분야들을 두루뭉술하게 하나의 산업인 양 취급하면서 당장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 같은 호들갑을 떠는 쪽에 가깝다. 이는 마치 장사 잘 안되던 가게의 프로모션용 신장개업 쇼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게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운 세미나와 각종 콘퍼런스가 해당 업계가 아닌, 정부나 정부와 연관된 기관 등에서 주도적인 모습이 그러한 의심을 더한다.
기본적으로 미래를 선도할 산업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간섭은 최소화하고 지원은 극대화하는데 있어야 한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간섭 최소화가 우선이다. 현재의 혁신을 이끄는 산업 대부분이 기존의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이뤄진 것이 아닌, 틀을 뛰어넘는 발상을 현실화 했기에 가능했다. 이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아닌, 미래를 선도할 산업에서도 변함없어야 할 원칙이다. 그런데, 4차 산업 혁명을 정부가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순간, 혁신은 사라지고 규제와, 규제에 파생된 좀비 비즈니스만이 양산될 것이다.
규제와 감독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혁신을 생명으로 하는 미래 산업에서 정부는 정반대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규제와 통제가 주특기인 정부가 간섭 최소화와 지원 극대화 방침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을까? 새로운 정부를 준비하는 이들이 이러한 관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지 궁금하다.
이제 두 달 후면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해, 선장 없는 대한민국호의 키를 잡게 될 것이다. ICT분야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후보들이 4차 산업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본인이 적임자라고 자임하고 있다. 인테리어만 그럴 듯한 신장 개업으로 세금만 낭비할 지, 적극 지원과 간섭 최소화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워낼 지 유권자들이 냉정하게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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