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무원은 금요일 4시 퇴근'..이달부터 전격 시행

최훈길 2017. 4.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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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기상청 우선 도입.."5월 전부처 확산"
黃 권한대행 소비·민생 개선대책 속도내
민간 참여는 0건.."칼퇴근도 못하는데"
"단계적 확대" Vs "공무원만 사기진작"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금요일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이른바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가 이달부터 중앙부처에 도입된다. 근무시간을 줄이고 쇼핑·외식을 유도해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민간기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공무원만을 위한 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재부 우선 도입..“5월 모든 부처 확산”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지난 1월 2일 새해 첫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기획재정부·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기재부·인사처·법제처·기상청 등은 이달부터 매달 하루를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지정했다. 기재부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전 직원이, 인사처 등은 매주 금요일마다 부서나 그룹별로 직원들이 오후 4시에 퇴근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월 23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내수 활성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소비·민생 개선 대책’의 후속대책이다. 발표 1개월여 만에 공직부터 전격 시행하기로 했다. 당시 정부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30분씩 일을 더 하고 한 달 중 하루 금요일에는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제도를 민관에 도입하기로 했다. 일본이 지난 2월 24일부터 시행한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국내에서도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지난달 9일 인사처는 조기 퇴근 내용을 반영한 ‘공무원 근무혁신 지침’을 마련했고 지난달까지 부처별 시행 계획을 받았다. 해당 지침에는 금요일 조기 퇴근을 비롯해 △최소 휴식시간(퇴근 후 최소 9시간) 보장 △퇴근 직전 업무지시 지양 △퇴근 후 카톡 등으로 업무연락 자제 △공휴일 근무 엄격 제한 △연가활성화 방침 등이 담겼다. 이어 정부는 지난달 28일 열린 ‘제5차 일·가정 양립 민관협의회’에서 해당 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조기 퇴근으로 ‘일하는 문화 개선’, ‘소비 촉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무실에서 야근한다고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며 “5월부터는 전 부처에서 시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소비 촉진을 위해 금요일을 겨냥한 여행상품, 할인행사 및 민간기업 인센티브(원격근무 인프라 구축비 등)도 검토 중”이라며 “주 5일 근무제가 결국 정착된 것처럼 단계적으로 기업의 경직된 근무 방식도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간기업 참여 0건..“금요일 조퇴 못해”

(2015년 기준, 단위=시간, 출처=고용노동부)
하지만 명분·취지가 좋더라도 공무원과 민간 직장인과의 형평성 시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4월부터 전격 도입하는 공직과 달리 민간의 경우 자율적으로 시행하기로 해 도입 여부조차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대책 발표 이후 현재까지 금요일 조기 퇴근을 새로 도입하기로 한 민간 기업은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오후 6시 ‘칼퇴근’도 못하는데 조기퇴근은 상상조차 못한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게다가 출퇴근 시간을 바꾸거나 월~목요일 연장근무를 할 경우 노사 합의로 취업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이미 초과근무가 상당한 데 노사가 평일 연장 근무를 합의하는 건 쉽지 않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2015년 기준)은 2071시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근로시간(1691시간)보다 380시간이나 길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는데 금요일에 퇴근 시간만 당기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직 내부에서도 실효성이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대국민 서비스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처의 경우 불가피하게 근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금요일에 전 직원이 일찍 퇴근하면 국민 생활과 직결된 서비스는 마비가 된다”며 “우리는 주로 공무원을 상대하거나 규모가 작은 부처가 아니어서 전 직원이 쉰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금요일 조기 퇴근과 관련해 “최순실 사건 여파로 떨어진 공무원의 사기를 높이는 취지로 보이는데 내수활성화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세종시로 이전하고 김영란법도 시행되면서 기업이 공무원을 만나는 게 어려워졌다. 금요일 조퇴로 민간기업의 애로사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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