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100년 넘게 가는 경제부처를 보고 싶다
일본 재무성의 역사도 100년을 훌쩍 넘는다. 1869년 대장성(현 재무성) 창설 이후 대규모 조직 개편은 2001년 한 번이었다. ‘잃어버린 10년(일본의 경기 거품 붕괴에 이은 장기 침체)’이 ‘잃어버린 20년’으로 이어지던 때였다. 일본 국민은 ‘무소불위 경제 관치’의 상징이었던 대장성에 책임을 물었다. 예산과 금융정책·거시경제정책을 모두 한 손에 쥐고 있던 대장성을 두 개 부처(재무성과 금융청)로 쪼갰다. 이후 변화는 없었다.
한국의 재무부(현 기획재정부)는 어떤가. 1948년 재무부 설립 이후 경제기획원·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예산청·기획예산처에 이어 지금의 기재부·금융위원회까지. 읊기에 숨 가쁘다. 94년 이후 부서 조직이나 이름이 쭉 유지된 건 재정경제부 11년(98~2008년)이 최장이다. 그마저도 지금은 없는 부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정부조직 개편 탓이다.
지난주 세종 관가가 크게 술렁이게 한 일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재선 의원의 연구모임인 ‘더미래연구소’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공개됐다.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는 안이다. 노무현 정부 때의 조직으로 돌아가는 방안이다.
조직 개편,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건 어디서(정부부처)가 아니라 어떻게(정부 운영)다. 박근혜·최순실 사태도 그랬다. 결국 대한민국이란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그를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였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도, 거길 오가는 손님도 안다. 간판을 바꾼다고, 의자 배치를 바꾼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장사가 잘 되려면 결국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내놓아야 한다. 하물며 400조원 예산과 ‘혈세’ 240조원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기재부다.
새 술은 새 부대란 말을 함부로 쓰지 말았으면 한다. 조직 개편이란 ‘하드웨어’에 몰두하기보다는 내실있고 현실성 있는 경제정책이란 ‘소프트웨어’에 좀더 무게를 뒀으면 한다. 미국과 일본 같이 200년, 100년 가는 경제부처를 만드는 방안까진 아니더라도 말이다.
조현숙 경제부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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