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 빈자리 채우는 그들은 도대체 왜?

성한용 2017. 4. 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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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27
MB정부 권력실세 이재오
5대개혁 1년내 완성하고 사임"
육참총장·국정원장 지낸 남재준
"전술핵 재배치·독자적 핵무장"
예비후보에 의료기기 대표·역술인도

[한겨레]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가 3월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십여분 뒤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이 현장에 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오늘은 5·9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무겁지 않은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는 몇 사람일까요?

현재의 의석수를 기준으로 살피면,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최성 가운데 한 사람,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의 안철수 손학규 박주선 가운데 한 사람,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입니다. 5명입니다. 여기까지를 ‘메이저 리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있을까요? 물론 또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면 누구나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직선거법은 마구잡이 출마를 방지하기 위해 대선 후보는 3억원의 기탁금을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려면 3억원의 20%인 6천만원을 미리 내야 합니다. 기탁금은 득표율 15% 이상이면 전액을, 10% 이상이면 절반을 돌려줍니다. 득표율이 10%에 못 미치면 3억원을 까먹는 것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에 들어가면 6천만원을 내고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들의 명단을 볼 수 있습니다. 4월2일 현재 모두 18명입니다. 국회에 의석을 가진 정당 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한 사람은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손학규 박주선,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입니다. 그 뒤로 ‘마이너 리그’라고 할 수 있는 12명이 있습니다.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민중연합당 김선동, 한반도미래연합 김정선, 그리고 무소속의 김기천 김환생 장성민 권정수 김민찬 남재준 안광희 김순권 노남수 후보입니다.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을 ‘메이저 리그’와 ‘마이너 리그’로 분류한 것은 제가 임의로 한 것이 아닙니다. 공직선거법 82조의 2(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대담·토론회)를 보면, 국회의석 5석 이상 정당 추천 후보, 직전 전국선거에서 3% 이상 득표한 정당 추천 후보, 여론조사 평균 5% 이상 후보를 초청해 3회 이상 대담·토론회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초청 대상 후보자’라고 부릅니다. 또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후보들은 별도로 불러서 한 차례 대담·토론회를 하는데 이들을 ‘비초청 대상 후보자’라고 부릅니다. 초청 대상은 ‘메이저 리그’, 비초청 대상은 ‘마이너 리그’인 셈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초청 대상 후보자 토론회는 1차 정치 분야 4월23일 일요일 저녁 8시, 2차 경제 분야 4월28일 금요일 저녁 8시, 3차 사회 분야 5월2일 화요일 저녁 8시에 세 차례 진행합니다. 비초청 대상 후보자 토론회는 4월24일 밤 11시에 국정 전반을 주제로 한 차례만 합니다.

과거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어떤 후보들이 참석했는지 살펴볼까요?

1997년 15대 대선 초청 대상 후보자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였습니다. 비초청 대상 후보자는 권영길 건설국민승리 21 후보, 허경영 공화당 후보, 김한식 바른나라정치연합 후보, 신정일 통일한국당 후보였습니다.

2002년 16대 대선의 메이저 리그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였습니다. 마이너 리그는 이한동 하나로국민연합 후보, 김영규 사회당 후보, 김길수 호국당 후보, 장세동 무소속 후보였습니다. 장세동 후보는 막판에 사퇴했습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던 이한동 후보가 마이너 리그에 낀 것이 흥미로웠는데 당사자도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에서 토론을 했습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메이저 리그에 무려 6명이 참여했습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이인제 민주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였습니다. 마이너 리그에는 정근모 참주인연합 후보, 허경영 경제공화당 후보, 전관 새시대참사람연합 후보, 금민 한국사회당 후보가 참여했습니다.

2012년 18대 대선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메이저 리그를 구성했습니다. 이정희 후보는 세 차례 토론 가운데 두 차례를 마치고 후보직을 사퇴했습니다. 덕분에 2012년 마지막 토론회는 박근혜-문재인의 맞짱토론으로 진행됐습니다. 마이너 리그는 무소속 후보 네 사람이었습니다. 박종선, 김소연, 강지원, 김순자 후보였습니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마이너 리그에 참여할 비초청 대상 후보자는 몇 명이나 될까요? 지금까지 6천만원을 내고 예비후보로 등록한 ‘마이너 리거’는 12명이지만, 이 가운데 실제로 4월15~16일 2억4천만원을 더 내고 후보등록을 할 사람이 몇 명인지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지금 이 시각까지 19대 대통령 출마 의사를 밝힌 ‘마이너 리거’ 12명이 어떤 사람들인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늘푸른한국당의 이재오 후보(72)는 15·16·17·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거물 정치인입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권익위원장과 특임장관을 했습니다. 민중연합당의 김선동 후보(50)는 18·19대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입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사건으로 유명합니다. 한반도미래연합 김정선 후보(59)는 유엔세계재활기구 상임의장, 국가보훈처 산하 제대군인지원정책연구원 원장입니다.

무소속 후보들의 이력도 흥미롭습니다. 김기천 후보(58)는 닥터킴 의료기기 대표입니다. 김환생 후보(60)는 삼우산업개발 대표입니다. 보루네오가구 사장을 지냈습니다. 장성민 후보(54)는 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 대표입니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16대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얼마 전까지 ‘TV조선’에서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권정수 후보(77)는 역술인입니다. 흰 수염에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모습이 무척 이채롭습니다. 학력을 기재하지 않았고 경력은 도덕성회복추진위원장이라고 했습니다. 김민찬 후보(59)는 월드마스터위원회 위원장, 대한민국명인회 총재입니다. 남재준 후보(73)는 육군참모총장과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공직자 출신입니다.

안광희 후보(42)는 목원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치인인데 경력은 없다고 적었습니다. 김순권 후보(72)는 한동대 석좌교수입니다. ‘옥수수 박사’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노남수 후보(48)는 전남대 정책대학원 총학생회장입니다. 광주광역시 시민감사관을 지냈고 광주장애인문화협회 후원회장이기도 합니다.

이들 12명은 다 그 나름대로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출마의 명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당사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유가 뭘까요?

12명 가운데 특히 눈길이 많이 가는 후보는 이재오 남재준 두 사람입니다. 마이너 리그에 나설 사람들이 아닌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재오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권력실세였습니다. 그는 “분권형 개헌 등 5대 개혁과제를 취임 후 1년 안에 완성하고 대통령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내년 지방선거 때 대통령·국회의원·광역단체장·광역의원 등 4대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겠다고 했습니다. 개헌은 국민이 선출한 4년 중임제 대통령이 외교·통일·국방 등 외치를 전담하고, 국회가 선출한 국무총리가 내치를 맡는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을 제시했습니다.

행정구역 개편, 정부구조 혁신, 정경분리, 남북통일 등 5개 분야의 국가 대개혁 과제도 제시했습니다. 청와대를 역대 대통령 기념관으로 바꾸고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겠다고 했고, 은평구 집을 대통령 관저 삼아 지하철과 자전거로 가끔 출퇴근하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돼야 지킬 수 있는 공약들입니다. 허무하지요?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2014년 4월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에 대해 대국민사과하고 있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군에 있는 동안 수많은 후배 장교들과 부하들의 신망과 존경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그의 출마 선언문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가 피와 땀과 눈물로 일으켜 세우고 목숨 바쳐 지켜온 대한민국은 지금, 자유민주주의냐 민중민주주의냐, 그래서 자유조국 대한민국이냐 아니면 북한의 김정은 체제에 종속되느냐를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극단적 반국가 위험세력을 척결하겠습니다. 어느 개인 어느 단체 기관을 막론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며 대한민국 정부를 공격하는 행위와, 일체의 탈법에 단호하게 대처하겠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사드 국내배치를 넘어,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전술핵 재배치와, 경우에 따라서는 독자적인 핵무장도 검토하겠습니다.”

“지금 같이 엄중한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 정치에 있음은 공지의 사실입니다. 먼저 국회부터 혁신해야 합니다. 대다수 국민은 정치인에 대한 혐오를 넘어, 국가성장을 방해하는 악성종양, 악의 근원으로 그들을 지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의 나라가 아니라,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국회독재 국가입니다. 3권분립의 본래 취지에 맞게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을 부활하고, 부패창구로까지 지탄받아 온 국회의원 비례대표제도를 폐지하겠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육군참모총장,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장을 지낸 고위 공직자의 말이라고 믿어지십니까?

다 좋습니다. 이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구나 자격만 갖추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습니다. 이재오 전 장관과 남재준 전 원장의 출마에 시비를 걸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이재오 전 장관이 과거 재야 운동을 할 때 그를 따르던 후배들,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을 할 때 그를 존경하던 후배 정치인들과 당직자들이 지금 그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고 보는지 한번쯤 뒤돌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남재준 전 원장이 군에 재직할 때 그를 존경하던 수많은 후배와 부하들, 그리고 지금 어려운 환경에서도 국가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그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정치나 고위 공직을 지낸 사람들 중에 가끔 말년에 별로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욕과 아집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이분들이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닐까요?

<맹자>에 수오지심(羞惡之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입니다. 이분들은 과연 수오지심을 갖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 덧붙임 : 1997년과 200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이색 공약과 예언으로 눈길을 끌었던 ‘허본좌’ 허경영씨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못합니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결혼을 약속했다고 주장하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10년 동안 피선거권이 제한됐기 때문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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