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혐의 인정-부인 사이 깊은 딜레마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울구치소로 호송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구속됨에 따라 40년 지기인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함께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13가지 혐의를 놓고 지금처럼 줄곧 부인할지 아니면 이를 모두 뒤집고 인정할지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꿔서 혐의를 인정하기도 어렵고 부인하자니 재판에 불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이어 구속영장까지 발부돼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 박근혜-최순실, 선고까지 혐의 전면 부인하면?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수 있다. 헌법상의 권리가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불리한 양형요소로 삼아서 더 엄하게 처벌할 수도 없다.

하지만 증거조사를 거쳐서 유죄로 인정될 때에는 혐의 부인을 불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해 형이 결정된다.

유리한 진술을 할 권리는 있지만, 거짓말로 드러나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되는 것이다.

똑같이 범죄를 저질렀는데 인정하고 반성하는 피고인과 터무니없는 변명으로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 간에 양형에 있어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사진=자료사진)

◇ 박근혜-최순실, 혐의 인정하면 형량 줄어들까?

박 전 대통령은 세 차례의 대국민담화, 탄핵심판 과정에서 대독 최후진술, 지난 21일 검찰 소환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혐의를 줄곧 부인하고 있다.

최씨 또한 검찰조사와 탄핵심판에 이어 자신의 형사재판에서도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 중이다.

이들이 입장을 바꿔 혐의를 인정하게 된다면 선고 때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돼 형량이 줄어들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처럼 영장심사 때까지 혐의를 부인하다 정식 재판에서 입장을 바꿔도 참작된다. 영장전담판사와 재판하는 판사가 달라서다.

우리나라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가 없어서 자백했을 때 법원이 이를 고려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경우에 따라 감형은 얼만든지 가능하다.

◇ 최순실, 朴에게 떠넘기거나 자신이 떠안는다면?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이 모두 시킨 일이라며 자백하거나 자신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고 모두 떠안아도 재판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죄를 대신 떠안아도 이들에게 수많은 불리한 진술들과 증거들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이 지시사항 등이 담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의 수첩, 정호성 전 비서관의 녹취록 등 증거들도 검찰이 말한 대로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미 최씨가 부인하는 상황에서도 주요 혐의가 소명됐기 때문에 발부됐다.

줄곧 혐의를 부인한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이들이 기존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들은 1심에서 무죄를 다퉈본 뒤 판결문을 보고 2심에서 전략의 수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1심에서 부인했던 진술들을 2심에서 번복해 혐의를 인정해도 감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CBS노컷뉴스 고무성 기자] kms@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