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도왔다' 인양부터 목포신항까지..열흘의 기록

세종=유영호 기자 2017. 3. 3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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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 제거, 기상 악화, 유골소동까지 끝없는 돌발변수 발생으로 '긴장의 연속'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이동우 기자] [램프 제거, 기상 악화, 유골소동까지 끝없는 돌발변수 발생으로 '긴장의 연속']


차가운 바닷속에 잠들어 있던 세월호가 마침내 육지로 돌아왔다. 불안한 기상과 수많은 돌발변수가 발생해 인양 시작부터 목포신항 접안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열흘이었다.

인양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지난 18일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선체 인양을 위한 최종점검을 했지만 기상악화와 와이어 꼬임현상으로 취소해야 했다. 본인양 가능성을 밝힌 지 불과 3시간 만에 철회 결정이 이뤄져 빈축을 샀다.

‘진짜’ 인양작업은 지난 22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오전 10시 시험인양이 시작됐지만 본인양 전환은 쉽지 않았다. 세월호 선체의 평형이 무너져 이를 조정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본인양 과정에서도 재킹바지선과의 간섭, 선미 램프 돌출 등 문제가 발생했다.

당초 목표했던 세월호 선체의 수면 위 13m 부양은 24일 오전 11시쯤에야 가능했다. 이때부터 추진단은 속도전에 돌입했다. 소조기가 끝나는 24일 자정이 넘어가면 기상여건이 어떻게 달라질지 장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후 4시50분 조류의 흐름이 바뀌자 세월호와 재킹바지선을 연결한 예인선 5대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약 3시간을 넘긴 오후 8시30분쯤 반잠수식 선박 인근에 도착했다. 자정쯤 세월호 선체가 반잠수식 선박의 도킹위치에 도달했고 이후 선적에 착수해 3시간여 만에 작업이 마무리됐다.

지난 25일 오전에는 세월호와 연결된 와이어와 재킹바지선의 분리작업이 이뤄졌다. 이어 오후 6시30분부터 반잠수식 선박의 부양작업을 실시해 약 3시간 만에 이를 완료했다. 세월호 선체가 침몰 1075일 만에 수면 밖으로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이후 목포신항을 이동하기 위한 준비과정 중 뜻밖의 사건이 발생했다. 28일 오후 3시30분 해수부가 반잠수식 선박 갑판에서 미수습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든 작업은 중단되고 현장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해양경찰 등 전문인력들이 급파됐다.

하지만 전 국민이 염원한 미수습자의 귀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수습자 유골 가능성 발표가 있은 지 불과 5시간 만에 동물의 뼈임이 드러났다.

심지어 현장의 국과수 인력이 육안으로 돼지뼈라고 확인할 정도로 허탈한 결과였다. 해수부는 성급한 발표와 유실 가능성을 보인 데 대해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유골소동 이후에도 작업은 좀처럼 재개되지 못했다. 인양작업이 이뤄지는 해역의 파고가 2.2m에 이르는 등 갑작스럽게 기상여건이 악화했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29일 내내 준비작업이 불발됐다. 예고됐던 이달말 목포신항 도착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불안이 높아져 갔다.

30일 새벽 파도가 잦아들며 작업은 재개됐다. 해수부는 이날 안으로 날개탑 제거와 세월호 선체의 고정 등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밤늦게 모든 작업이 완료됐고 다음날 오전 7시 목포신항으로 출발한다는 일정이 공지됐다.

마침내 31일 오전 7시 세월호는 목포신항으로 마지막 항해를 시작했다. 귀환을 반기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눈물처럼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막상 이동을 시작하자 세월호는 목포신항을 향해 나는 듯 나아갔다. 예정된 시간보다도 한 시간반이나 빠른 오후 1시 목포신항에 도착했다. 세월호가 바다 밑으로 사라진 지 1080일 만의 귀환이었다.

"하늘이 도왔다." 이번 세월호 인양과정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평소 3월의 바다 날씨치고는 지나치게 잠잠했다는 것이다. 남해 맹골수도의 파도가 1주일가량 1m 이하를 유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시험인양을 바탕으로 4월 소조기에 본인양을 시도하는 게 원래 계획이었다”며 “그런데 날씨가 도와주고 모든 여건이 좋아 기적적으로 인양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세종=유영호 기자 yhryu@mt.co.kr, 이동우 기자 can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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