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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응보” “구속할 만한 것 아닌데…” 환영ㆍ반발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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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응보” “구속할 만한 것 아닌데…” 환영ㆍ반발 교차

입력
2017.03.3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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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우병우 수사에도 속도를”

정치 고향 대구선 반응 엇갈려

朴지지자들 통곡…삭발식까지

신동욱은 “처형 대신해 옥살이…”

3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차량에 탑승해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홍인기 기자
3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차량에 탑승해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홍인기 기자

31일 새벽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다수 시민들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를 지지해왔던 시민들은 “수용할 수 없다”며 격앙된 분위기 속에 침통한 하루를 보냈다.

“비정상화의 정상화가 실현됐다”는 시민들

다수의 시민들은 “인과응보의 원리를 확인하게 돼 다행”이라며 법원의 구속 결정을 환영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집회에 수 차례 참석했다는 대학생 조문희(23)씨는 “(박 전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했던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제서야 실현돼 가고 있다”고 했다. 구속영장이 혹여 기각될까 밤잠을 설쳤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주부 김혜란(50)씨는 “막혔던 부분이 뻥 뚫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언급했다. 대학생 오미경(24)씨는 “마침 세월호도 3년 만에 뭍에 닿았다”며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도 힘이 실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관련자 혐의 입증에도 속도가 났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있었다.

‘씁쓸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정진영(28)씨는 “권력과 부정부패가 일상이 된 것 같아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했다. 대학생 임상혁(19)씨는 “시민들이 투표에서도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 고향인 대구의 표정 역시 엇갈렸다. 서문시장에서 40년 넘게 야채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80)씨는 “지지했던 만큼 실망이 크다”며 “죗값을 치르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건어물을 파는 박모(63)씨는 “아버지 이름까지 먹칠한 것 같아 화가 난다”고 성토했다. 반면 수성구에 거주하는 이모(57)씨는 “잘한 것도 없지만 탄핵하고 구속할 만한 것도 아니었다”고 반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31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박 전 대통령 구속을 규탄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31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박 전 대통령 구속을 규탄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침울한 표정에 넋이 나간 지지자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침울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새벽 박 전 대통령 귀가를 기다리며 삼성동 자택 앞에 모여있던 지지자들은 담장에 붙은 사진들을 어루만지며 울음을 터뜨렸다. 근혜동산 김주복 회장은 오전 3시45분쯤 자택 앞에서 삭발식을 감행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지자들이 하나 둘 떠나, 자택 앞은 이내 한산해졌다.

일부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태극기를 든 100여명의 지지자들이 오전 4시45분쯤 박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정문을 통과하자 눈물을 흘리며 “박근혜”를 연호했다. 구치소 앞에서는 구속 규탄 집회가 하루 종일 계속됐다.

최순실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영장전담판사 중 막내인 강부영(43ㆍ사법연수원 32기) 판사가 심사를 맡았다며 “(전직 대통령 구속 여부 판단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풀 능력이 없는 학생에게 ‘고등수학’ 문제를 풀라고 시킨 꼴”이라고 공격했다. 또 다른 변호인 최광휴 변호사는 최씨 심경을 묻는 질문에 “죽을 노릇이겠죠. 심정이 말이 아닐 겁니다”라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 근령씨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정의로 위장한 박근혜 죽이기 프레임에 갇힌 꼴이다. 엮은 자가 세상을 속였는지는 모르지만 진실을 속일 수는 없다’는 글을 올렸다. ‘처형을 대신해 옥살이를 할 수만 있다면’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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