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음악 한류 업그레이드하자

이민주 2017. 3.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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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오!에이!”

그룹 AOA를 연호하는 굵은 목소리가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을 가득 메웠다. 지난 11일 데뷔 5년만에 국내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가진 AOA는 ‘단발머리’ ‘짧은 치마’ ‘심쿵해’ 등을 부르며 2시간 동안 팬들과 만났다. AOA에 앞서 그룹 트와이스는 2월에 첫 콘서트를 열고 ‘Cheer Up‘ ’TT‘ 등의 히트곡을 들려주며 팬들과 교감을 가졌다.

이들의 콘서트장에서 들린 남성팬들의 굵은 목소리는 10년전만 해도 퍽 낯선 소리였다. 과거 그룹 소녀시대가 ‘소원을 말해봐’ ‘다시 만난 세계’ 등으로 인기를 끌 당시 “소!녀!시!대!”를 연호하는 남성팬들의 외침은 관계자들에게도 일종의 충격이었다. 여성이 아닌 남성 팬을 방 안에 있는 ‘덕후(오타쿠의 한국식 표현)’에서 공연장으로 끄집어내며 ‘커밍아웃’ 시킨 사건이기 때문이었다. 여성을 넘어 남성까지 팬이라는 점을 공개하며 소녀시대는 국민 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국내에서 1969년 이화여대 강당에서 열린 클리프 리처드 공연에서 여성팬들이 실신한 사건은 팬에 대한 상징적 사건으로 꼽힌다. 나훈아 남진의 대결 구도 또한 여성팬의 대결로 여겨졌는데, 일반적으로 남성팬들은 여성 스타를 향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편이었다. 때문에, 남성 팬들이 목소리를 드러낸다는 의미는, 해당 스타가 광범위한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AOA나 트와이스는 남성팬들의 비율이 큰 편이다. 또, 국내에서 첫 콘서트를 열었지만, 이미 한류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AOA는 국내 콘서트에 앞서 일본에서 이미 무대 경험을 쌓았고, 국내 콘서트장에는 국내 팬들은 물론이고,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 일부러 찾아온 한류팬들까지 AOA의 공연을 즐겼다. 팬들 뿐만이 아니다. 일본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 지역에서 팬들이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모아 마련한 쌀화환이 있었다. 트와이스는 2월 국내 콘서트 이후 일본 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의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AOA나 트와이스와 같은 걸그룹이 콘서트를 성공리에 마친 점은 ‘음악한류 3.0’을 향한 걸그룹의 발걸음을 내딛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특히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한한령, 위안부 문제로 인한 일본의 혐한류 바람으로 한류가 정체기에 머물고 있는 때라 한류의 위기를 타개할 만한 콘텐츠의 힘으로도 시선을 모은다.

사실 ‘음악한류 1.0’으로 불릴 만한 1990년대말, 클론 H.O.T. 등이 불러온 한류 바람은 자연발생적인 것에 가까웠다. 클론은 1998년 대만을 방문해 사람들이 ‘쿵따리 샤바라’를 부르고, 자신을 알아보는 것을 어리둥절해 했을 이후 드라마 ‘가을동화’ ‘겨울연가’ 등으로 한국 배우에 대한 인기가 치솟았고, 그룹 NRG, 장나라, 비 등이 한류 시장을 선점했다.

‘음악한류 2.0’은 아마도 기획형 아이돌이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어려운 에너지로 아시아 각국에 파고들 때를 꼽아볼 수 있을 듯 하다. 그룹 동방신기 슈퍼주니어를 비롯해 빅뱅, 소녀시대, 투애니원 등으로 이어지는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이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하며 해외 시장까지 섭렵할 때이다. 이들은 어린 나이부터 외모는 물론이고, 가창력, 춤, 외국어, 연기력까지 철저히 훈련받고 세상에 나와 거의 모든 분야를 완벽히 해 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AOA와 트와이스를 비롯해 엑소 방탄소년단(BTS) 빅스 갓세븐 세븐틴 등이 보여주기 시작한 ‘음악한류 3.0’ 시장은 ‘음악한류 1.0’에서 드러났던, 스타의 인간적인 매력에 더해, ‘음악한류 2.0’이 보여준 철저한 기획력이 결합되어야만 하는 시장이다. 특히 소녀시대 데뷔 10주년을 맞은 올해, 음악성과 실력에 더해 인간적인 매력까지 갖춘 걸그룹이 한류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적 소외층이기 쉬운, 남성팬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 아이돌 유형이기 때문이다.

<이재원 문화평론가·한양대 겸임교수>

이민주 (hankook66@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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