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대·고대가 먼저 체육 특기생制 폐지한다면
체육 특기생이 100명 이상 있는 대학 17곳을 교육부가 감사한 결과 모든 대학에서 학사 비리(非理)가 드러났다. 대학들은 학사 경고 3회 이상이면 제적하는 학칙을 체육 특기생에겐 적용하지 않았고, 위조한 병원 진료 확인서를 제출해도 학점을 줬다. 군에 입대한 체육 특기생 이름으로 누군가 대리 시험을 쳤고 장기 입원한 학생도 출석한 것으로 조작됐다.
지난 20년간 대학 17곳서 체육 특기생 학점 조작에 연루된 학생이 332명, 교수가 448명이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와 조카 장시호씨와 같은 학사 비리가 특정 대학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구속 기소된 전 이화여대 총장의 변호사도 재판에서 왜 이대만 탓하느냐고 항의했다. 틀린 말도 아니다.
체육 특기생 제도는 1972년 도입됐다. 메달을 국위 선양으로 알고 목을 매던 시절이다. 이때부터 운동선수는 공부와는 완전히 담을 쌓았다. 당연히 체육 특기생 대부분이 학력 미달자가 된다. 학력 미달만이 문제가 아니다. 특기생 입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입시 비리도 심각하다.
선진국에선 대부분 운동선수라도 공부 안 하면 학교에 다닐 수 없다.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는 세계 최고 선수도 4.0 만점에 최소 2.0을 받아야 경기에 나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UCLA에 재학 중인 여자 프로골프(LPGA) 선수 앨리슨 리는 "경기가 끝나면 친구에게 강의 내용을 전달받고 밤늦게까지 공부한다"고 했다. 프로농구(NBA)에서 뛰는 제러미 린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면서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체육 특기생을 목표로 운동하는 학생이 8만명 정도 된다고 한다. 그중 프로 선수나 체육 지도자가 되는 학생은 1%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사회에서 운동 아닌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들의 장래가 어떻게 되겠는가. 많은 체육 특기생이 고려대와 연세대 간판 따기를 바란다고 한다. 두 대표적 사학이 특기생 제도가 더 이상 명문(名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폐지할 필요가 있다. 학교의 진정한 명예를 높일 뿐만 아니라 학원 스포츠에 획기적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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