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고 냄새난다고.. 파리市, 400만 마리 쥐와의 전쟁

김선엽 기자 입력 2017. 3. 31. 03:10 수정 2017. 3. 3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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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결 이미지에 테러 불안 겹쳐.. 외국인 관광객 5% 이상 급감
- "청결 문제엔 톨레랑스 없다"
도시미화 전담 7000명 배치.. 담배꽁초·개똥 투기 엄격 단속
쥐덫 놓기 프로젝트까지 시행

"파리를 뒤덮은 쓰레기와 담배꽁초, 들끓는 쥐들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합니다. 청결 문제에 대해선 어떤 '관용(톨레랑스·tolerance)'도 없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안 이달고(58) 시장은 27일(현지 시각) 시 의회에 이런 내용을 담은 '청결한 파리 만들기' 계획안을 제출했다.

파리는 매년 3000만명 이상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관광 도시이지만 '더럽고 냄새 나는 도시'로도 악명이 높았다. 주황색 조명이 흐르는 파리 밤거리는 매혹적이지만, 낮 거리를 본 관광객은 도처에 널린 담배꽁초와 애완견 배설물에 고개를 돌리게 된다. 지하철의 악취는 파리 시민들도 코를 막을 정도이다. 이런 오명을 벗고 '청결한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파리 시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계획안에는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쥐소탕 작전'까지 포함됐다.

더러운 파리에 대한 지적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외 유명 여행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지하철 역이나 카페 주변은 담배꽁초로 가득하다" "오페라 지구에서 쇼핑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쥐가 발등 위로 지나가는 바람에 기겁했다" "파리 공원 잔디에는 사방에 개똥이 널려 있어서 마음 편히 누울 수가 없다"는 등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파리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파리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는 연간 150t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고 시장도 2014년 취임식에서 "청결한 파리를 만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그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시 차원에서 대책이 나오지 않자 관광업에 종사하는 일본 교민들은 위생에 민감한 자국민 관광객 유치를 위해 2007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에펠탑이나 오페라 지구 주변 등을 자체적으로 청소하는 행사도 해오고 있다.

불결한 도시 이미지에다 2015년 11월 발생한 '파리 테러'까지 겹치면서 파리는 관광객이 줄고 있다. 작년 파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5년에 비해 5% 이상 감소했다. 2014년부터는 세계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유럽 도시 1위 자리도 영국 런던에 내줬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파리가 결국 대대적인 이미지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숙원 사업인 2024년 올림픽 유치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달고 시장의 계획안에 따르면, 파리시는 올해 안으로 환경 미화 요원을 100명 추가 채용해 연말에는 도시 미화 전담 부서 직원을 총 7000명 수준으로 늘리고 2200만유로(약 264억원)를 들여 친환경 청소 장비도 구입하기로 했다. 또 1900명 규모의 도시 경범죄 관리감독단을 구성해 쓰레기나 담배 투기, 개똥 방치 등에 대한 현장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파리시는 지난 2015년 10월부터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릴 경우 68유로(약 8만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지난해 단속 건수는 3만7000건이었다. 시는 2018년 여름까지 단속 건수를 50% 늘릴 예정이다. 이달고 시장은 "담배꽁초 무단 투기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대형 빌딩 출입구나 카페 테라스 등에 재떨이 구비를 의무화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파리시는 도시 위생과 직결되는 쥐 소탕 작전도 선포했다. 시는 쥐덫을 추가 구입하고, 쥐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시내에 설치한 쓰레기통 3만여 개 주변을 나무나 투명 플렉시글라스로 둘러싸기로 했다. 이를 위해 150만유로(약 18억원) 예산을 잡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파리에는 파리 인구(약 220만명)의 2배에 육박하는 약 400만 마리 쥐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달고 시장은 "이 같은 정책은 파리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공공 청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제고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파리시는 '공중 청결 인식 강화 교육'을 위한 가이드 라인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배포하고, 오는 6월 중으로 전 시민이 참가하는 '파리 대청소의 날' 행사를 열 계획이다.

파리시의 계획안이 발표되자 시민들도 환영했다. 고등학교 교사 자크 위베르(54)씨는 "관광객들이 불결한 거리 모습에 놀라는 걸 볼 때마다 파리 시민으로서 부끄러웠다"면서 "이번만큼은 파리가 변화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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