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레일 '적자 경보'..공공철도 또 쪼그라드나

김소연 입력 2017. 3. 30. 23:26 수정 2017. 3. 3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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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 개통 뒤 KTX 승객 급감
'쥐어짜기 흑자' 4년만에 끝날듯
무궁화호 축소·외주 확대 등 우려

[한겨레] 서울 수서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가 개통된 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케이티엑스(KTX) 승객이 줄면서 4년 만에 영업 손익이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코레일의 적자가 쌓이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일반철도(새마을·무궁화) 축소나 외주화 확대 등 공공성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코레일로부터 받은 영업 손익 현황을 보면, 올해 1682억원의 영업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됐다. 코레일은 2013년까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2014년 1034억, 2015년 1144억, 2016년 1539억원 등 3년 연속 흑자를 냈다. 고속철도 승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한 비용 절감 덕분이다. 코레일은 그동안 안전문제 논란에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외주화를 확대하고, 정규직 정년퇴직 뒤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을 감축했다. 코레일 외주화 인원은 2010년 6983명에서 지난해 8196명으로 늘었고, 정규직 정원은 5500명이나 줄였다.

이처럼 ‘쥐어짜기’를 통한 코레일 흑자 행진이 결국 4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게 됐다. 지난해 12월 개통된 수서고속철도(SRT·에스알티)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케이티엑스를 타던 손님이 에스알티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실제 코레일이 에스알티 개통 전(2015년 12월25일~2016년 1월21일)과 개통 후(지난해 12월23일~올해 1월19일) 승객 변화를 살펴보니, 서울역은 1일 승객이 7만3615명에서 6만3026명으로 1만589명이나 줄었다. 부산역도 1만343명(4만1547명→3만1204명) 감소했고, 광주송정역은 1974명(1만1360명→9386명)이 줄었다. 코레일은 올 2월까지 누적 영업 손실액이 492억원으로 적자 폭이 예상보다 커져 연간 최대 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반해 수서고속철도 운영사인 에스알(SR)은 이달 18일 개통 100일을 맞아 450만명이 이용했다며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안호영 의원은 “수서나 강남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에스알티를 타는 이유는 서비스 경쟁이 아니라 집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수서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는 에스알이 독점을 하고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 에스알과 코레일이 경쟁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교통연구원의 지난 1월 조사를 보면, 에스알티 승객의 84%가 접근의 편의성 때문에 이용한다고 답했다. 문제는 철도노선 중에서 유일하게 수익이 나는 고속철도가 분리되면서 철도의 공공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코레일은 고속철도 흑자분을 일반철도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하고 있다. 전국 구석구석에 고속철도를 건설할 수 없으니, 지역의 균형 발전과 주민들의 이동권을 위해서는 일반철도가 필요하다. 안호영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코레일 수익이 줄어들면, 일반철도를 축소하거나 외주화를 확대해 비용을 더 절감할 수밖에 없다”며 “서민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철도 안전은 위협받게 된다”고 말했다.

고속철도가 나뉘어 생기는 비효율도 심각하다. 철도 운영이라는 비슷한 일을 하면서 회사는 다르다 보니, 초기투자비뿐만 아니라 관리운영비 등 중복 비용이 발생한다. 선로배분 경쟁으로 ‘황금시간 열차’가 에스알로 넘어가는 바람에 케이티엑스 승객들의 좌석 부족 현상이 커졌다. 통합 관리를 하면 시간대별 수요를 고려해 열차·좌석 공급이 가능하다. 또 에스알의 수익은 일반철도 지원 등 철도산업으로 다시 투자되지 않는다. 김선욱 철도노조 미디어소통실장은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에스알 분리 운영은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며 “에스알과 코레일이 통합해야 공공철도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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