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후마니타스] 전국의 '카톡 단톡방' 쓰는 부장님들께

오원석 입력 2017. 3. 30. 14:21 수정 2017. 3. 3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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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문유석 판사의 새해 첫 칼럼이 큰 호응을 얻었다. 거창한 흰소리 말고 쓸모 있는 글로 시작하려 했다는 그의 '부장님' 전용 문장은 비단 부장뿐만 아니라 부하직원들에게서도 큰 공감을 샀다. 사람 하는 일이 요즘 어디 일상뿐일까. 카카오톡 대화나 단체 채팅방(단톡방)에서의 수다도 일상인 이때, 전국의 부장님들을 위한 단톡방 사용 설명서도 필요하지 않겠나. 부장님 및 이와 비슷한 위치에 있으며 또한 부하직원들과 함께 단톡방에 들어가 계신 분들이 명심할 것들을 적어 보겠다. 경어체가 아님은 이번에도 너그러이 용서하시라.

▶더 읽기 [문유석 판사의 일상有感]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

모호하게 말하지 마라. 부하직원들은 단톡방에서 애매하게 툭 던져놓은 당신의 말 한마디에도 심장에 비수를 맞는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카카오톡 아이콘에 빨간색 숫자 '1'이 뜨는 것을 퇴근길 지옥철보다 무서워한다. 숫자를 보는 순간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온갖 생각이 머리에 똬리를 튼다. 부장님들이 카톡 단톡방 덕분에 회의와 업무지시 효율이 올라갔다고 좋아할수록 부하직원들의 스트레스도 이와 비례에 올라간다. 흔한 말 줄임표 '...' 에도 밤잠을 못 잤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농담이 아니다. 업무지시는 명확하게. 말 줄임표나 의도를 곡해할 수 있는 표현, 이모티콘은 최대한 자제하시라.

퇴근하고 말 걸지 마라. 오늘은 다들 무얼 하시나 궁금해 단톡방에 메시지 보낼 수 있다. 이해한다. 순수하게 궁금해할 수 있다는 것 잘 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그 궁금증을 해소하려 하지 마라. 차라리 퇴근 전에 직접 물어봐라. 회식을 하든, 저녁 식사를 함께 하든 모든 것은 그때 결정하라. 퇴근하고 어디서 밥을 먹었더니 맛있더라며 사진 찍어 올리지 마라. 한창 저녁식사 중인 부하직원들은 체하기 직전일 수 있다. 이게 퇴근 후 단톡방 업무지시인지, 아니면 순수한 맛집 평가인지 부하직원들은 잘 모른다. 부장이 부장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뜻을 알아서 받들어 모셔야 예쁨 받는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그러니 퇴근 후에 단톡방 들여다보는 일은 자제하시라.

단톡방을 만들었으면, 방을 없애는 일도 직접 하시라. 업무 때문에, 혹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 십수명이 들어가 있는 단톡방이 꼭 필요할 수 있다. 중요한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거나 부득이 단톡방에서 의견을 나눠야 할 때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모임은 용도가 있고, 용도가 끝나면 해산하기 마련이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카톡이라고 다르다고 생각하지 마라. 단톡방 쓰임이 끝나거든 과감히 "우리 다들 나갑시다. 수고했어요." 한 마디는 보내주시라. 아무리 쓸모 없는 단톡방이라도 부하직원들은 부장, 팀장, 상무가 포함된 단톡방은 절대로 먼저 나갈 수 없다. 부하직원들의 카톡에는 그래서 지금도 안 쓰는 단톡방이 십수개다.

마지막이다. 무엇보다 단톡방 함부로 만들지 말라. 작은 일로 팀 모아서 이 부하직원 부르고, 저 부하직원 부르지 마라. 한 번 만들어진 단톡방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부하직원들에게 눈치보지 말고 나가라고 수천번 말해도 그들은 그럴 수 없다. 만든 사람이 직접 방을 '폭파'시킬 수 있을 만큼 섬세하고 배려심 넘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단톡방은 카카오가 망할 때 까지 유지될 것이다. 1 대 1 채팅은 폰을 바꾸거나 카톡을 스마트폰에서 지웠다가 다시 깔면서 사라진다. 단톡방은 이마저도 소용 없다. 사장까지 직접 단톡방에 초대한 전과가 있다면 인정한다. 제발, 제발 단톡방 함부로 만들지 마라.

끝을 내려니 조금 아쉬워 카톡 개발한 카카오에도 한 말씀 올린다. 누군가 나를 단톡방에 초대할 때 그 단톡방에 들어갈지 말지 선택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해달라. 아무 대화 없이 3일이 지난 단톡방은 자동으로 없어지는 기능이라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워크숍 때문에 옆 팀 부장에 상무까지 껴 있는 단톡방이 만들어졌는데, 워크숍은 저번달에 이미 끝났다. 지금 그 단톡방은 한 달째 침묵 중이다. 카톡 쓰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편해지도록.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우리의 일상은 우리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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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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