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View] 김기남? 아, '도깨비' 속 그 '간절 화장실남'

입력 2017. 3. 3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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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기남이 출연한 '도깨비' 속 한 장면. (사진=tvN 방송 화면 캡처)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영준 기자] 지난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도깨비'. 지금까지도 음원차트에서 끝날 줄 모르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모든 장면과 대사들이 여전히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회자되는 장면들 중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것이 바로 '인간의 간절함'을 코믹하게 보여준 바로 그 장면. 인간이 들어올 수 없는 영역에서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대화를 누나고 있는데 화장실이 급하다며 한 인간이 들어온 그 장면이었다.

당초 이 장면은 워낙 임팩트가 있는 신이었기에 특별출연이나 카메오의 등장을 계획 중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무명이나 다름 없는 배우에게 해당 역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배우 김기남은 그렇게 단 한 번의 출연으로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아직 이름도 얼굴도 생소한 그이지만,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미씽나인'에서도 남다른 연기 내공을 자랑했다. 극중 서준오(정경호)의 로드매니저 병주 역이었다. 이 이름은 실제 정경호 매니저의 이름이기도 했다.

배우 김기남. (사진=뉴프라이드엔터테인먼트)


원래대로라면 '미씽나인'에서도 김기남은 첫 회에만 나오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이후 의도치 않게 역할이 점점 커지면서 마지막까지 등장하는 조연이 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극중 이름조차 없었지만 서준오의 스파이 역할을 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감독과 작가 역시 그런 그를 칭찬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대본에 등장신이 전혀 없었는데도 얼떨결에 불려나가 바로 촬영에 들어가기도 했다. 김기남은 당시를 떠올리며 스태프들과 함께 출연한 선후배 배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경호는 원래 친한 동생이었어요. 하지만 역시 주인공이라그런지 옆에서 힘을 주기도 하고, 제가 애드리브를 하면 또 그걸 정말 잘 받아줬어요. 감독님도 그걸 좋아해주셨고요. 저희 드라마가 대본에 충실하기도 했지만 애드리브를 하는 장면도 많았는데 오정세 형은 워낙 베테랑이라 조언도 많이 해주셨죠. 여주인공이었던 백진희는 나중에 친해졌는데 정말 사람들을 잘 챙겨주더라고요. 털털한 매력도 있었고."

김기남은 '도깨비' 뿐 아니라 '38사기동대' '내성적인 보스' 등 인기작들에 출연했지만 그리 눈에 띄는 역할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에게 '미씽나인'은 더욱 특별한 작품일 수밖에 없다. '미씽나인'을 통해 대중이 알아봐 주기 시작했고, 사진을 찍어달라거나 사인을 해달라는 팬들도 생겼다. 그가 이렇게 연예인 대접을 받아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김기남은 꽤나 오랜 연기 경력을 갖고 있었다. 연기와 처음 만난 것은 순전히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배우 김기남. (사진=뉴프라이드엔터테인먼트)


김기남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극단 생활을 했다. 청소년 극단이 아니라 성인 극단에 들어가 막내 생활을 시작했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가 좀처럼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김기남을 크게 혼냈고 당시 어렸던 김기남은 그 상황을 모면하고자 연극 배우였던 친척 형을 떠올리며 "연기하고 싶다"고 소리쳤다. 마침 아버지의 친구가 극단 대표였고, 그렇게 김기남은 반 강제로 연기를 시작해야 했다. 그때는 지금까지 이렇게 연기에 매달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제가 연기에 재미를 느끼게 된 게 고등학교 때였어요. '방황하는 별들'이라는 작품에서 지영태 역을 맡았는데 학교 끝나고 학원에 가기 싫듯이 어느 날 갑자기 극단에 가기가 너무 싫은 거예요. 그런데 지영태를 연기하다보니 기분이 너무 좋아지더라고요. 빨리 극단도 가고 싶어지고. 지영태가 사실 저와는 너무나도 상반된 캐릭터였거든요. 별을 사랑하는 얌전한 친구죠.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요.(웃음) 그렇게 처음으로 실제 저와 상반된 역을 연기하다보니 '이런 세계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이렇게 차분하고 참한 사람이 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연기가 확 재밌게 느껴졌죠."

배우 김기남. (사진=뉴프라이드엔터테인먼트)


이후 재수까지 마친 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김기남은 23살에 입대한 뒤 2년 후 전역해 한 기획사에 들어가 프로젝트 음반을 계획하기도 했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그렇게 또 몇 년을 보낸 김기남은 어느덧 20대를 지나 30대가 됐고, 벌써 올해로 36이 됐다. 그럼에도 꾸준히 연기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는 다행히 드라마 '객주:장사의 신'에 출연하면서 드라마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그에게도 연기를 그만둬야 할 고민을 해야했던 순간은 있었다.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생일이었는데 밥도 사주고 좋은 선물도 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할 때 정말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죠. 또 부모님 생신이라고 고향애 내려갔는데, 저희가 그리 어려운 형편은 아니지만, 용돈도 드리고 싶고 그런데 그러지 못할 때도 힘들었어요. 게다가 고향 친구들 모두 다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가정 이루면서 사는데 저는 언제쯤 그렇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할 때면 심각하게 그만둘까 생각하기도 했죠."

배우 김기남. (사진=뉴프라이드엔터테인먼트)


김기남은 자신의 롤모델로 배우 성동일을 꼽았다.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성동일의 연기력은 물론, 인성까지 닮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기남화 한 연기, 어떤 역할이 오든 스펀지처럼 흡수하면서 거북하지 않게, 마치 옆집 친구가 얘기하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더불어 그가 밝힌 연기자로서의 목표는 다소 엉뚱하지만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저는 어떤 생각까지 하냐면요, 훗날 제 아이들에게 '내 임종 순간을 찍어라. 내가 죽는 그 순간도 찍어놔라'라고 하고 싶어요. 역할 가리지 않고 연기를 길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뭐든 할 겁니다. 이게 바로 제 소신이기도 합니다. 저를 원한다면 무조건 다 한다는 소신. 길게 연기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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