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영장심사]마지막을 예감했을까..아수라장 속 잦아든 "구~속반대"

윤승민 기자 2017. 3. 3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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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 구속영장 심사가 예정된 30일 아침 삼성동 자택 앞 상황. 윤승민 기자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 앞에는 이른 아침인 오전 7시부터 소란이 벌어졌다. 박 전 대통령 자택 앞 진입로에서 그의 구속을 반대하며 밤새 눕거나 앉아있던 친박 지지자들이 경찰에 두팔 두 다리가 들린채 맞은편 도로로 옮겨졌다. 이미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 진입하는 이면도로 한 블록은 경찰이 줄을 지어 차량의 진입을 막고 있었다.

경찰에 끌려나가는 지지자들을 본 주변에서 “이게 나라냐”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경찰의 진압을 두고 “폭력경찰”이라고 일갈하는 모습 등 박근혜 정권 4년여 동안 광화문 등지에서 볼 수 있던 상황들이 벌어졌다. 지지자들은 계속 몰려들어 박 전 대통령 자택 앞과 한 블록정도 떨어진 곳까지 약 1000명 규모에 이르렀다. 경찰도 15개 중대 1200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경찰에 대한 친박 지지자들의 불만은 기자들을 향하기도 했다. 취재진도 장기간, 장시간의 취재에 신경이 곤두섰는지 몇 군데에서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듯 했던 지지자들은 오전 9시쯤 돼서 일제히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미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재의 파면 결정이 났음에도 “탄핵무효! 원천무효!” “사기탄핵! 국회해산!” “헌재해체!” 같은 구호들이 울려퍼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법까지 태우고 경호할 차량들이 박 전 대통령 자택 진입로에 들어서자 환호성은 더 커졌다. 이 때쯤 월드컵 응원구호인 “대~한민국”에 맞춘 “영~장기각” “구~속반대”가 다시 등장했다.

다만 구호는 이전보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처음 출석할 때나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며칠 전보다도 소리가 작았다. 자신을 경기 양평군의회 의원이라고 밝히며 응원구호 제창을 지휘하던 송만기씨는 “대통령께서 이번에 (영장실질심사) 들어가시면 구속될 확률이 99.9%”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지자들의 구호를 유도했지만 지고 있는 팀의 응원단을 지휘하는 단장 같았다.

박 전 대통령이 자택 출발을 앞둔 오전 10시쯤에는 “대통령! 박근혜!” 구호가 나오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을 다시 보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 지지자들이 앞줄에서 태극기와 팻말을 흔드는 사람에게 “내려, 내리세요”라고 소리지르는 모습도 벌어졌다. 이윽고 박 전 대통령을 태운 검은 에쿠스 등 3대의 차량이 자택을 떠나자 일부 지지자들은 차량이 움직인 방향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전 11시14분,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출발 5분만에 인근을 경비한 전·의경들이 자택을 떠나기 시작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을 예감하기라도 한 듯 지난 21일 검찰 출석 때와 달리 몇몇 지지자들은 좀처럼 삼성동 자택을 떠나지 못했다. 이들은 고영태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외치거나 오열하기도 했다. 소란의 틈을 타 이날 박 전 대통령을 찾은 박지만 EG회장 부부와 조원진 등 자유한국당 친박계 의원들도 삼성동을 떠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 구속영장 심사가 예정된 30일 아침 삼성동 자택 앞 상황. 윤승민 기자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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