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충성심 보여주려 외교부 군기 잡고.. 특별감찰관 겁박까지

김건호 입력 2017. 3. 30. 06:04 수정 2017. 3. 30.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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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관광객 비자 수수료 면제 연장안/외교부 이의 제기에 '항명'이라 여겨/禹, 윤병세 장관에 좌천성 인사 요구/가족회사 '정강' 의혹 감찰 나서자/禹, 이석수에게 "좌시하지 않겠다/감찰 중단 않으면 형사처벌 받을 것"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과 외교부 ‘군기잡기’를 위해 외교부 공무원들의 좌천성 인사를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또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검찰관이 자신을 상대로 감찰에 나서자 “좌시하지 않겠다”며 겁박한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조만간 우 전 수석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 뒤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29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우 전 수석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자신의 측근인 윤장석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특별감찰반을 통해 외교부 간부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윤 장관에게 요구했다.


정부는 2015년 12월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중국관광객 단체비자 수수료 면제기간을 2015년 말에서 2016년 말까지 1년 연장하는 것을 박 전 대통령 지시로 확정했다.

하지만 외교부 오진희 영사서비스과장은 “단체관광객에 대해 비자발급 수수료를 면제하면 급여 지급에 필요한 예산 확보가 어려워 한시적 행정원 고용 중단 등 문제가 생긴다”면서 2015년 12월22일 예산 확보 등 제반 조치를 검토해 통보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법무부로 보냈다.

당시 우 전 수석은 대통령이 이미 결정한 문제에 대한 외교부 공무원들의 이의 제기는 ‘항명’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우 전 수석 영장에 특검팀은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표출하기 위해 윤 비서관에게 특별감찰반이 직접 경위를 파악한 뒤 외교부 관련자들을 인사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기재했다. 민정수석실 특감반은 2016년 1월26일 오 과장을 비롯해 직속상관인 이명렬 재외동포영사국장, 정진규 재외동포영사국 심의관을 특감반 사무실로 불러 “비자 관련 초과 수입금을 한시적으로 행정원들의 급여에 쓴 것은 법령 위반이다”, “외교부가 예산 문제 해결까지 청와대에 요구하는 것은 공직기강 문란”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도높게 추궁했다.

이후 특감반 김모 반장은 지난해 2월12일 당시 임웅순 외교부 인사기획관에게 전화해 “이 국장 등에 대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서면이 장관에게 갈 테니 적절히 인사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특검팀은 “윤 장관은 정권실세로서 장관에 대한 복무평가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우 전 수석을 두려워한 나머지 요구에 응했다”고 적시했다. 윤 장관은 2월16일 특감반에서 보낸 문건의 취지대로 관련자들의 좌천 내용이 포함된 경고장을 작성했고, 이는 임 기획관을 통해 다시 우 전 수석에 전달됐다. 우 전 수석은 윤 장관의 이 같은 좌천 인사안에 동의했다.

결국 재외공관장 보임이 예상됐던 이 국장은 국립외교원 경력교수로, 오 과장은 통일준비위원회로 각각 좌천됐다. 오 과장이 2월5일자 인사발령에 따라 유럽국 중유럽과장으로 전보된 지 겨우 10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특검팀의 우 전 수석 수사에선 그가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배임 의혹이 언론을 통해 나오던 지난해 7월 윤 비서관을 통해 “감찰권을 남용하는 것은 특별감찰법상 형사처벌 대상이므로 감찰을 중단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등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이 전 감찰관에게 전달한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윤 비서관과 이 전 감찰관의 통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우 전 수석은 직접 전화를 건네받아 “선배가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하며 감찰 중단을 요구하는 등 이 감찰관을 겁박했다고 특검팀은 영장에 기재했다.

우 전 수석은 이밖에도 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들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를 지시하고 스포츠 4대 악 신고센터 및 합동수사단 요직에 자기 측근을 앉히고자 압력을 가하는 등 여러 건의 직권남용 혐의가 포착됐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2014년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해양경찰청을 압수수색하려던 광주지검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단서도 잡고 당시 수사 담당자였던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으로부터 진술서도 확보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조만간 피의자로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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