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까칠한 축구]이제 한국 축구는 '침대축구' 비난할 '자격' 없다

최용재 2017. 3. 3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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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최용재]
한국 축구가 '침대축구'의 길로 들어섰다.

울리 슈틸리케(63)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 시리아와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승점 13점으로 조 2위 자리를 지켰다.

승리했지만 당당하게 환호할 수 없는 경기였다. 슈틸리케 감독 '무전술'이 만든 무기력한 경기력 등 실망의 연속이었다. 그 중 가장 큰 충격은 침대축구의 등장이다.

1-0으로 앞서던 후반 추가시간. 골키퍼 권순태(33·가시마 앤틀러스)는 골킥을 하려다 갑자기 골대로 돌아가 물을 마셨다. 의도된 시간 끌기였다. 경기 종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연시키려는 행동이었다. 그는 옐로카드를 피하지 못했다.

경기 뒤 만난 권순태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는 "일부러 한 행동이다. 좋지 않게 보일 수 있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결과를 내야 하는 경기였다"며 "시리아에 미안하다. 욕을 먹는 것보다 승점 3점이 더 중요했다"고 밝혔다.

권순태만 가지고 있던 의도가 아니었다. 경기 막판 시리아 문전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공격으로 연결하기 좋은 위치였지만 기성용(28·스완지 시티)과 손흥민(25·토트넘)은 공격을 시도하지 않고 공을 돌리기 바빴다. 이들 뿐 아니라 후반 막판 경기장에 있던 11명 선수 모두 시간을 끌겠다는 분위기에 몰두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명백한 침대축구다. 드러눕는 것만으로 정의할 수 없다. 시간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어떤 행위도 침대축구 범주에 속한다. 특히 골키퍼 골킥 지연은 기본 공식이다. 승리를 지키기 위한 작전, 전략이라고?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하면 로맨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승점을 지키려는 절실한 행위라고 해서 정당화 될 수 없다.

권순태
그동안 한국 축구는 숱하게 침대축구에 당하면서 끊임없이 비난을 퍼부었다. 수준 떨어지는 3류 팀이 하는 비열한 꼼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막기 위한 해법 찾기에 노력했고, 침대축구를 하는 팀을 아시아에서 퇴출시키자고까지 했다.

지난해 9월 6일 열린 시리아와 2차전에서도 그랬다. 한국은 침대축구에 고전하며 0-0 무승부를 거뒀다. 시리아를 향한 비판이 거셌다. 슈틸리케 감독도 "극단적인 침대축구에 선수들이 힘들어 했다. 심판들이 침대축구에 대처하는 방법이 미흡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내뱉었다.

그런데 이런 짓을 한국이 했다. 아시아 호랑이라 자부하고, 아시아 최초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일궈낸 저력의 한국이 침대축구를 선보인 것이다. 더욱 자존심이 상하는 건 강팀을 상대로 약팀이 시도하는 행위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A조 꼴찌 시리아(95위)를 상대로 40위 한국이 벌였다는 점이다. 내전으로 소집과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시리아를 한국보다 강팀으로 만들어준 효과를 냈다.

승점 3점을 얻기 위해 슈틸리케팀은 마지막 자존심까지 버린 것이다. 당당하고 공정했던 아시아 강호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받았다. 스스로 가치를 깎아버린 셈이다. 게다가 장소는 한국의 홈구장이었다. 한국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떳떳한 2위 수성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이제 한국 축구는 침대축구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

이런 사태는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약체를 상대로 시간을 끌어야만 승리할 수 있는 서글픈 현실이다. 한국 축구는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무너졌다.

대다수의 축구인들이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역대 최악의 대표팀이다. 이대로 가면 월드컵 본선에 가지 못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구자철(28·아우크스부르크) 역시 "정신력이든 개인 기량이든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과 대한축구협회(KFA)는 현상유지에 목을 매고 있다. 도대체 어디까지 추락해야 변화를 시도할 것인가. 바닥을 찍을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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