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먹어볼 용기' 내볼 만한.. 냄새 고약한 통조림과 냉장하지 않은 고기

채승우 사진가 2017. 3. 3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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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승우의 두 컷 세계여행] 스웨덴 스톡홀름 & 멕시코 오악사카

세계에서 가장 냄새 나는 음식이라고? 물론 떠도는 말이겠지만, 한국의 삭힌 홍어를 2위로 밀어낸 그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다.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은 청어를 발효시켜 통조림에 넣은 저장 음식이다. 스톡홀름의 보통 수퍼마켓 선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가격도 싸다. 그러니, 문제는 기회나 비용이 아니라, 용기였다. 세계에서 가장 냄새 나는 음식을 먹어볼 용기!

호스텔 부엌에서 방금 사온 수르스트뢰밍 통조림을 따기로 했다. 호스텔에 묵는 다른 여행자들로부터 예상되는 비난을 막기 위해, 그들을 공범으로 만들기로 했다. 모두를 초청해서 간이 수르스트뢰밍 체험 파티를 열었다. 몇 명의 이방인이 둘러보는 가운데, 나는 통조림을 개수대 안쪽으로 최대한 밀어 넣고 따개를 돌렸다. 가끔 통조림 내부의 발효 가스로 인해 폭발하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작은 구멍을 내자마자 '슈슛' 하고 국물이 솟아올랐다. 으악,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냄새가 코를 찌르고 들어왔다. 그건 마치, 오래된 수산시장의 하수구 냄새였다. 모두 코를 막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준비한 바게트 빵에 버터를 바르고 그 위에 흐물거리는 건더기 한 조각을 올렸다. 그리고 한 입. 못 믿으실 수도 있겠는데, 다음의 상황은 정말이다. 아주 향긋한 향이 입안에 퍼졌다. 한입씩 베어 문 사람들은 모두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차마 먹지 못하겠다고 뒤로 물러선 사람들은 여전히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다. 수르스트뢰밍은 세계에서 가장 냄새 고약한 음식이며 가장 향긋한 음식이다.

어디선가 이 이야기를 영국인 여행자에게 한 적이 있는데, 그는 자신이 아이슬란드에서 먹은 썩은 상어 이야기를 했다. 자기 친구들이 그걸 먹고 기절할 뻔했다고. 세계에서 가장 냄새나는 음식은 그거라고. 항상 이런 식이다. 여행자들은 자기 경험이 제일이라고 주장한다. 또 누군가는 중국의 취두부가 가장 냄새난다고 우겼다. 정말, 썩은 상어가 발효 청어보다 더 고약할까?

나중에 그 문제가 해결됐다. 생물학을 전공한 한 친구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상어와 홍어는 동일하게 암모니아가 냄새의 원인이란다. 같은 종류의 냄새라는 것이다. 청어는 발효에 작용하는 물질이 홍어나 상어와 다르다.

맛있는 음식으로 말하자면, 멕시코의 미식 도시 오악사카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유명한 음식이 몇 가지 있다. 오악사카의 '몰레'는 고추와 초콜릿 등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소스 요리이고, 끈 뭉치처럼 둘둘 감아 파는 '오악사카 치즈'도 유명하다. 거리에 초콜릿을 만드는 가게들이 진한 향기를 풍기고 있다. '차풀리네스'는 작은 메뚜기 튀김이다. 메뚜기를 동남아의 길거리에서 간식으로 먹어보기는 했으나, 이곳의 차풀리네스는 고급 음식점에서 메인 메뉴에도 등장한다. 기대에 차서 주문하긴 했는데, 맛은 그냥 메뚜기 맛이었다. 다양한 음식에 반해서 이곳저곳 음식점들을 찾아다녔다.

음식이 유명한 곳은 재료가 좋기 마련이다. 오악사카시 외곽에 일요일마다 서는 틀라콜룰라 시장은 멕시코에서도 보기 드문 전통 장이다. 아주 넓은 면적에 구역별로 다양한 물품을 판다. 생필품 시장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고기 종류를 파는 건물이 있다. 꽤 더운 날씨임에도 소고기를 파는 가게에 냉장고가 없다. 멕시코 요리사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 사람들은 워낙 신선한 고기를 다루기 때문에 오히려 냉장고에 있는 고기는 오래되었다고 생각한단다. 고기를 사면 시장 가운데에 줄지어 마련해 놓은 숯불 화로에서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다. 옥수수 빵인 토르티야와 대파를 파는 노점상들이 돌아다닌다. 구운 대파가 맛있다. 돼지 껍질 튀김을 파는 곳을 지나 시장의 바깥쪽으로 나가면, 농부들이 직접 기른 닭과 칠면조를 두세 마리씩 들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마트에서 비닐 팩에 들어있는 고기를 사는 우리는 우리가 먹는 재료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얼마나 건강한 재료를 먹고 있을까? 내 생각엔 오아하카가 더 낫다.

수르스트뢰밍 통조림은 그 안에서 계속 발효가 진행되도록 살균 처리가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통조림이 부풀어 오를 정도로 가스가 차곤 한다. 아무리 맛있어도, 일부 항공사에서는 비행기에 실을 수 없다고 하니 쇼핑에 주의하시길.

오악사카에는 남미에서 손꼽히는 울트라 바로크 양식의 성당인 산토도밍고 성당과 기원전 5세기의 도시인 몬테알반 유적 등이 있다. 미국 휴스턴을 경유해 오악사카 공항까지 가는 비행기 노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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