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32] 1917년과 2117년의 차이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2017. 3. 30.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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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권력 그리고 좌파와 우파의 싸움. 대한민국 정치 프레임이 여전히 1917년 러시아 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는 오늘, 세상은 이미 2117년을 준비하고 있다. 그 대표 주자가 테슬라 자동차와 스페이스엑스의 일론 머스크다. 그가 또 한 번의 창업에 도전했다. 회사 이름은 뉴로링크. 뉴럴 레이스(neural lace) 기술을 이용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업이다. 뉴럴 레이스란 무엇인가? 하버드 대학 찰스 리버 교수팀이 2015년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소개한 플렉시블 일렉트로닉스(flexible electronics) 기반 뇌 신호 측정 기술이다. 뇌에 주사 방식으로 주입하면 신경세포들 사이로 펼쳐지는 뉴럴 레이스 전극망을 사용해 수많은 세포의 신호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

뇌의 정보는 전기신호를 통해 처리된다. 따라서 뉴럴 레이스를 컴퓨터와 직접 연결할 수만 있다면 정보의 입력과 출력이 가능해진다.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영원히 불가능할 이유는 없다. 머스크는 뉴럴 레이스 기술을 우선 간질병과 우울증 같은 뇌질환 치료에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머스크가 누구였던가? 강한 인공지능에 밀려날 미래 인류를 위해 화성 이주를 준비하는 그가 단순히 뇌 질병 치료만을 위한 기업을 설립할 리 없다. 머스크의 꿈은 사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현실적이고 도전적이다. 어째서 뇌를 컴퓨터와 직접 연결해야 할까? 기계는 잊지도, 죽지도 않는다.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순간 인간은 더 이상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존재가 아니다. 그렇다면 인류는 화성으로 도망가든가(그런데 만약 인공지능이 화성까지 따라온다면?), 아니면 기계보다 더 똑똑해져야 한다. 머스크의 뉴로링크사는 결국 기계와 융합될 미래 인류의 첫 모습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속도는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당파 싸움을 할 때 하늘을 나는 기계를 꿈꾸었던 이들이 세상을 장악했고, 우리가 1917년 수준의 정치 싸움을 할 때 이미 2117년을 꿈꾸는 이들이 결국 또다시 미래를 장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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