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터진 피겨 요정 "엑소 오빠들 너무 좋아해요"

정병선 기자 2017. 3. 3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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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김연아' 러시아 메드베데바.. 세계선수권 앞두고 전화 인터뷰]
- 지난 2년간 출전 대회마다 우승
"전 남자 피겨선수를 존경.. 내가 하기 힘든 점프력 가져"
전화 인터뷰 내내 '깔깔' 웃음2
- 년전 한국 목동서 볼쇼이 공연
"그때 톡쏘는 김치맛 완전 꽂혀.. 지금도 소연이와 연락 주고받아.. 첫 올림픽 평창, 멋진 추억 기대"

메드베데바를 처음 만난 건 2015년 5월 목동아이스링크에서였다. 볼쇼이아이스발레단 초청 공연 때였다. 발레단 일원으로 온 메드베데바는 앳된 꼬마 숙녀였다. 한국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때 메드베데바에게 설렁탕과 김치, 커피믹스를 '접대'한 것을 인연 삼아 연락을 주고받게 됐다. 그는 2년 만에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이번 세계선수권 직전 러시아에 있던 그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저요? K팝 광(狂)팬이에요. 국제 대회 중 가장 즐겨 듣는 노래가 엑소의 'Sing for you'예요. 엑소 오빠들 완전 좋아해요."

피겨 요정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8)는 자신이 엑소의 '파나트카(훌리건 수준의 열광적인 팬을 뜻하는 러시아어)'라며 깔깔 웃었다. 메드베데바는 김연아 이후의 피겨 요정(妖精)이다. K팝에 푹 빠져 있고, 김치를 좋아하는 별난 요정이기도 하다. 29일 개막한 핀란드 헬싱키 세계 피겨선수권 대회에 앞서 메드베데바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뭐가 신나는지 계속 '깔깔, 호호' 했다.

메드베데바는 지난 1월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2017 ISU(국제빙상연맹) 유럽 피겨선수권 대회 여자 싱글에서 총점 229.71점(쇼트 78.92점·프리 150.79점)으로 세계 기록을 세웠다. 김연아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우승 기록(228.56점)을 7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그는 곧바로 차세대 여왕이 됐다. 그는 "유나김(김연아)의 기록을 깬 것은 스케이트 인생의 일대 전진이었고 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메드베데바는 올 시즌(2016-2017) 출전한 대회마다 우승을 쓸어담았다. 이번 헬싱키 세계선수권 2연패 여부도 피겨계의 최대 관심사다. 앞서 메드베데바는 2015년 세계주니어 대회 우승 후 시니어 대회인 2016년 세계선수권마저 정복해 세계 피겨계를 놀라게 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우승 제조기'다.

그의 최대 장점은 점프다. 메드베데바는 대회 때 3회전 점프 성공률이 100%에 육박한다. 지난 유럽 선수권 프리스케이팅에서도 9번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러시아 해설가는 "메드베데바가 엉덩방아 찧는 모습도 좀 보고 싶다"고 할 정도다. 여성의 경계를 넘어 남성의 영역을 넘본다는 평가도 있다. 메드베데바가 존경하는 선수도 남자 선수들이다. 그는 "존경하는 선수는 예브게니 플루센코와 하뉴 유즈루"라며 "이들은 여자인 내가 따라 하기 어려운 점프력의 소유자들"이라고 했다. 특히 일본 하뉴의 경기가 자극제가 된다고 했다.

메드베데바는 각종 대회와 시험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하는 '고3 수험생'이기도 하다. 내년 2월 평창올림픽에 앞서 메드베데바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이 오는 5월 치르는 한국의 수능시험 같은 '러시아 국가통합시험'이다. 메드베데바가 오전·오후로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면서도 책을 놓지 않는 이유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소설을 읽어야 해요. 러시아어와 러시아 고전·논설·생물이 필수과목이고요. 공부 소홀히 하면 떨어져요."

메드베데바는 "공부할 때, 대회 중에도 쉬는 동안엔 무조건 K팝을 들으며 긴장을 푼다"면서 웃었다. "공부 스트레스 해소엔 뭐니뭐니해도 K팝이 최고죠."

메드베데바는 피겨 선수 출신인 엄마가 일정과 인터뷰를 조정해주는 매니저 역을 하고 있다. 메드베데바는 "한국은 2015년 한 차례 방문했는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올림픽 개최 전 한국에 가보고 싶은데 훈련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2015년 5월 볼쇼이아이스발레단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요. 그때의 한국에는 모스크바에서 볼 수 없는 나무와 꽃이 있었죠. 참 이국적이었어요." 당시 한국대표 박소연과도 처음 만났다고 한다. "소연이가 경기장에 도시락을 싸와 김치를 권했어요. 처음 먹었는데 톡 쏘는 매운맛에 완전히 꽂혔지요." 메드베데바는 지금도 페이스타임을 통해 한국 선수들과 소식을 주고받는다.

평창에서 여왕 자리에 오를 자신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금메달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무엇보다 생애 첫 올림픽이잖아요. 정말 흥분돼요. 거기서 한국팬들과 멋진 추억을 만들고 오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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