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료 0원'.. 한류스타 이민호의 색다른 선택

김윤정 2017. 3. 2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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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MBC 스페셜 < DMZ, 더 와일드> 제작발표회

[오마이뉴스김윤정 기자]

 MBC 스페셜 < DMZ, 더 와일드>에서 의기투합한 <아마존의 눈물> 팀과 배우 이민호.
ⓒ MBC
"지금도 제가 여기 왜 있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이민호)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을 만든 김진만 PD는 더 흥미롭고 새로운 형식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배우 이민호를 프리젠터로 내세웠다. 프리젠터는 직접 다큐멘터리 촬영 현장에서 핵심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이다.

이민호는 그렇게, 60여 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땅 DMZ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1년 5개월간 이어진 대장정. 코앞까지 다가온 멧돼지에 얼어붙고 개미떼만 봐도 어버버 말을 더듬던 그는, 수개월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뱀을 손에 감고, 날개로 쉴 새 없이 머리를 때리는 갈매기 떼 속으로 당당히 걸어갔다. 29일 서울 상암 MBC에서는 지난 700여 일 동안 만들어낸 새로운 형식의 다큐멘터리, MBC 스페셜 <DMZ, 더 와일드>를 공개하는 자리였다.

이민호의 다큐 출연, 제작진이 더 놀랐다

 이민호가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하는 다큐멘터리 프리젠터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한국 다큐가 해외 다큐에 비해 마냥 무겁고 진지해 일반 시청자들이 접하게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MBC
평소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많아 BBC, 디스커버리채널 등에서 방송되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자주 접했다는 이민호는 "한국 다큐가 해외 다큐에 비해 마냥 무겁고 진지해 일반 시청자들이 접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단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다큐멘터리 프리젠터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다.

이민호의 수락에 가장 놀란 것은 출연을 제안한 제작진이었다. 이민호에게 제안하면서도 거절당할 거라는 생각에 2안 3안을 고민하고 있었다고. 그런데 이민호가 흔쾌히 수락한 것이다. 제작진은 이민호의 시원한 수락에도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 제작비로는 도저히 맞출 수 없는, 톱스타 이민호의 몸값때문이었다.

김진만 PD는 "섭외가 되고도 더 고민했다"면서 "이민호씨에 걸맞은 출연료를 드리면 제작비의 절반이 날아가는 상황이었다. 이 부분에 있어 이민호씨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고 말했다. 한류스타 이민호의 출연료는 '0원' 이었다.

"출연료로 얼마를 제안해야 하나 하고, 시장가를 알아봤는데 도저히 맞출 수가 없더라고요. 이미 하기로는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죠. 고민하고 있을 때, 이민호씨가 무료로 출연해주시겠다고..." (조성현 PD)

'노개런티' 출연 결정한 이유

 제작진은 “이민호씨에 걸맞는 출연료를 드리면 제작비의 절반이 날아가는 상황"이었다면서, 이민호의 출연 결정 이후 고민이 더 컸음을 고백했다.
ⓒ MBC
'눈물 시리즈'의 팬임을 자처한 이민호는 "일을 할 때 의미를 먼저 생각한다. 이 다큐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컸다. 다큐가 한국에서 대중화가 됐으면 좋겠고, 즐길 수 있는 다큐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로, '노개런티'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평소 오랜 시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DMZ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는 그는, "처음 출발할 때만 해도 호기심의 비중이 컸지만, 도착하고 나서부터는 긴장감을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북한과 맞닿은 곳 이라는 느낌이 땅을 밟는 순간부터 느껴졌다고. 그리고 그 곳에서 목격한 멧돼지의 동족 포식 현장 등은 충격적이었단다.

"세상을 살면서 뉴스를 통해 험한 이야기들도 많이 봤고, 작품에서도 잔인한 장면들을 나름대로 많이 접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눈앞에서 동족을 포식하는 멧돼지의 모습은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이민호)

이민호는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기다림'을 들었다. "무언가를 이렇게 오래 기다린 게 처음인 것 같다"면서, "늘 짜여진 스케줄대로 살았는데, 멧돼지가 나올 때까지 땡볕 아래에서 마냥 기다려야 했다. 그러다 멧돼지가 나타나면 희열도 느껴졌다"며 촬영 후일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개된 영상 속 이민호의 모습은 희열이 느껴진다기보다, 멧돼지의 모습에 당황해 얼어붙은 모습이었다. 이같은 지적에 이민호는 쑥스럽다는 듯 웃으며 "영상으로 보면 호랑이도 아니니, 멧돼지 정도는 우습게 느껴졌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야생 동물의 기운이라는 게 엄청났다"며 당시의 감정을 설명했다.

조성현 PD는 "나중에는 멧돼지와 눈싸움을 해서 이기기까지 한다"며, 촬영이 이어지며 점차 야생에 적응하는 배우 이민호의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귀띔했다. 김정민 PD는 "이민호가 현장에서 농담처럼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민호의 <DMZ, 더 와일드> 참여는 제작진 입장에서도 믿을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하지만 제작진의 이같은 초조함과 달리 이민호의 참여 의지는 남달랐다.

"이민호씨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불편해할까 한동안 눈치를 많이 봤어요. 표정도 살피곤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손발이 맞아간다는 느낌이 들었죠. 나중에는 이민호가 자기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계속 아이디어를 던져서 같은 차를 타는 것을 피할 정도였어요." (김정민 PD)

"다큐의 순수성? 관심 끄는 게 먼저"

 조성현 PD는 “나는 다큐의 순수성을 이야기하는 걸 싫어한다”면서 “사람들이 다큐멘터리 자체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MBC
이날 공개된 <DMZ, 더 와일드>는 짧은 하이라이트 영상이었지만, 빼어난 영상미로 DMZ라는 공간이 지닌 긴장감과 역동성을 담아냈다. 배우 이민호의 등장은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훌륭한 장치이기는 하겠으나, 자칫 이민호라는 톱스타에 밀려 정작 중요한 메시지에 대한 관심은 놓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왔다.

이같은 지적에 조성현 PD는 "나는 다큐의 순수성을 이야기하는 걸 싫어한다"면서 "사람들이 다큐멘터리 자체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PD는 BBC의 스타 프리젠터 데이비드 아텐버러를 언급했다.

"데이비드 아텐버러가 프리젠터로 나서는 것만으로도 다큐멘터리가 주목받고, 이 사람이 나옴으로 해서 다루는 아이템과 문제들이 재조명되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주제의식과 이민호씨가 배치된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이민호씨는 사람들이 우리가 원하는 주제로 다가올 수 있도록 접점의 역할을 아주 잘 해주셨어요." (조성현 PD)

이민호는 <푸른 바다의 전설>을 찍었던 4개월을 빼고는 상당 기간 DMZ에 머물렀다. 한 번 갈 때마다 짧게는 2박 3일, 길게는 7박 8일씩 머무르면서. 이민호는 "드라마 때문에 참여 못했다가 복귀했는데,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졌다. 죄송한 마음도 들고, 자리를 비웠다가 복귀한 마음이 들어 더 열심히 참여했다"고 전했다.

<DMZ, 더 와일드>의 주인공은 '땅'

 김정민 PD는 “우리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땅’”이라면서 “서울에서 지근거리에 있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DMZ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MBC
김정민 PD는 "우리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땅'"이라면서 "서울에서 지근거리에 있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DMZ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간들이 스스로 '안 들어가겠다'고 선언한 땅. 그리고 그로인해 만들어진 지구상 최대의 온대 원시림 DMZ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조성현 PD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는 땅, 그래서 만들어진 동물들의 지상 낙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곳은 상상과 달랐다"고 말했다. 단절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생태계의 왜곡, 기묘한 모습들을 통해 인간이 없는 세상의 모습을 알아보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젠터가 참여하는 국내 최초의 자연다큐멘터리. 배우 이민호의 참여로 더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DMZ, 더 와일드>는 오는 4월 3일 프롤로그가 첫 공개되며, 본편은 6월 5일부터 3주간 매주 월요일 방송된다. 프롤로그가 이민호의 'DMZ 적응기'를 보여주는 에피소드 위주로 편집된 '메이킹 영상' 느낌이라면, 본편 3부작은 이민호가 프리젠터로 나선 정통 자연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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