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과거'를 아는 기성용과 구자철은 '현재'가 아프다

임성일 기자 입력 2017. 3. 29. 15:10 수정 2017. 3. 2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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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두 기둥인 동갑내기 기성용(왼쪽)과 구자철이 작심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와 다른 현재의 대표팀 분위기에 괴로움을 느끼고 있는 모양새다.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대표팀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말'이 화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유체이탈 화법'도 적잖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나 선수들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점을 향해 쓴 소리를 던져 보다 큰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 투척자가 기성용과 구자철이라는 '거물'들이라 더더욱 이목을 끈다.

기성용과 구자철은 현재 대표팀의 기둥이다. 플레이어로서 또 선수단의 리더로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동갑내기인 그들은 어느덧 나이(28)도 적잖아졌다. 지난 23일 중국전과 28일 시리아전을 위해 소집된 23명의 명단 중 기성용과 구자철보다 '형님'은 1984년생 골키퍼 권순태 뿐이었다.

나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실질적 경험인데, 둘은 이 점에 있어서도 으뜸이다. 기성용은 시리아전을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91번째 A매치(9골)를 찍었다. 구자철은 59번째 A매치(19골) 기록을 세웠다. 두 선수의 공식 국가대항전 횟수만 150번이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를 생각하면 대단한 이정표고 그만큼 일찌감치 대표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방증이다.

2008년 9월 요르단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데뷔전을 치른 기성용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1 AFC 아시안컵,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5 아시안컵 등 대표팀의 주요행보에 빠짐없이 함께 했다. 박지성, 이영표 선배들과 함께 출전했던 2010년에는 원정 월드컵 첫 16강이라는 쾌거를 함께 일궜고 2015년 아시안컵 준우승 때는 차두리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물론 매번 기뻤던 것은 아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처절한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구자철 역시 다르지 않다. 기성용보다 앞선 2008년 2월 동아시아축구선수권을 통해 A팀에 입성한 구자철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제외한 다른 메이저 대회에 기성용과 늘 함께 했다. 특히 2011년 아시안컵에서는 5골로 득점왕에 올랐는데 미드필더임에도 득점력이 뛰어나다. 축구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구자철은 월드컵, 올림픽, U-20 월드컵, 아시안컵,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골을 넣은 한국 유일의 선수다. 배포가 두둑하다는 방증이다.

요컨대 박지성과 이영표의 은퇴 후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데 손색없다. 개인적인 실력과 동료들의 신뢰, 대중적인 인기까지 '간판'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은 선수들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지향하는 슈틸리케호에서도 두 선수의 입지는 마찬가지다. 그런 선수들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관심이 향한다.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시작은 창사 원정이었다. 중국과의 대결을 앞두고 구자철은 "만약 누군가가 경기장 분위기가 걱정이냐 물어본다면 대답보다 그냥 웃을 것 같다. 그런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신중하게, 방심하지 않고 준비를 마친 채 필드를 밟으면 경기장에 누가 와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중요하지 않다"며 철저한 준비를 촉구했다.

28일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 대한민국과 시리아의 축구 경기에서 결정적 골 기회를 놓친 기성용이 아쉬워하고 있다. 2017.3.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그러나 구자철의 바람과 달리 한국은 0-1로 패했다. 기성용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는 것은 대표선수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 같다. 원정 때는 환경이 달라져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하는 것 역시 핑계"라고 말한 뒤 "월드컵에 얼마나 나가고 싶은지, 간절함에 대해 깨달아야한다. 누구든 대표선수라면 경기장 안에서 모든 것을 다 쏟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단 리더들의 작심발언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28일 시리아전에서도 졸전 끝에 1-0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슈틸리케 감독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웃었으나 기성용과 구자철의 표정은 불편했다. 그리고 또 속내를 꺼냈다.

기성용은 "지금은 감독이나 전술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대표팀 수준이 아니다. 공을 받아도 간수하지 못하고 다 빼앗긴다"면서 자질과 실력이 부족하다고 후배들을 질타했다. 구자철 역시 동조했다. 그는 "국가대표 유니폼은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 정신적으로 강해질 필요가 있다. 나라와 축구인들을 대표하고 있는 만큼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정신적 무장이 필요하다"면서 사명감을 강조했다.

한 대표팀 관계자는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를 전해주었다. 이번 소집기간 중 둘 중 한 명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오픈됐던 발언들과 대동소이하면서도, 동시에 괴로움이 느껴지는 토로였다. 과거 선배들과 함께 했던 대표팀에서 몸소 느꼈던 분위기와 대표선수로서의 자세를 알기에, 점점 다르게 변하고 있는 현재가 몹시도 아픈 모양새다.

"사실 내가 어렸을 때는 그저 선배들을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따라갔다. 선배들이 든든한 표본이 되어주었고 그 고마운 그늘을 쫓아갔다. 하지만 지금 후배들은 예전과 다르다. 개인적인 성향이 커져서 그런 것인지, 우리가 부족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많이 달라졌다. 이건 아닌 것 같다. (대표팀의)많은 것이 변하지 않으면, 어렵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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