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슈틸리케 축구, 모든 껍질 벗겨졌다

김성진 2017. 3. 2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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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 돌입한 뒤 슈틸리케호가 침몰 직전까지 가고 있다. 매 경기 졸전을 거듭하고 있는 A대표팀의 원인은 변하지 않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에서 찾을 수 있다.

A대표팀은 28일 시리아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을 1-0으로 승리해 지난 23일 중국전 0-1 패배의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승리라는 결과물을 딴 것에 만족할 수 있지만, 시리아전에서도 A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은 이어졌다.

1~2경기 부진이 이어질 수 있지만, A대표팀은 다르다. 최종예선의 시작이었던 중국전 홈경기부터 지금까지 7경기를 하면서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이는 상대가 슈틸리케 감독이 어떠한 축구를 할 것인지 예측하기 때문이다. 즉 변하지 않는 슈틸리케 축구가 최종예선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 운영을 놓고 “이정협이 플랜 A, 김신욱이 플랜 B”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 몇몇 포지션은 붙박이 선수가 있다는 의미다. 물론 최종예선 7경기에서 이정협이 선발로 나선 경기는 2경기 뿐이다. 하지만 이정협이 안 뛰더라도 슈틸리케 감독의 우선 순위는 언제나 이정협 혹은 그와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를 우선적으로 찾게 된다.

팀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자신이 선호하는 선수 위주로 구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수긍할 수 없는 기용이라면 비판 받아 마땅하다. 맹목적인 신뢰나 이해할 수 없는 위치에서의 선수 기용이다.

또한 전술의 변화가 없다. 어쩌면 이 부분이 슈틸리케 축구의 가장 큰 문제이다. 매주 경기를 치르는 프로팀들은 1년 내내 같은 선수로 경기를 하지만, 매 경기 다른 전략을 꺼낸다. 변형 수비 전술이라던지, 다양한 세트피스 등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술, 전략을 펼친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 내내 같은 전술, 같은 전략이었다. 침투가 좋은 공격수를 중심으로 패스를 돌려 기회를 엿보다 공격하거나 장신 공격수나 힘있는 공격수를 교체 투입해 반전을 모색하는 식이다. 누구나 예측 가능했다. 시리아전에서는 고명진을 측면에 배치하는 파격을 보였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측면에 배치할 공격수들이 있음에도 중앙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선택은 무리수나 다름 없다.

경기 운영도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일부 선수가 부상이나 경고 누적 등으로 출전하지 못할 경우에는 대체 선수를 활용해 다른 경기를 할 수 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한결 같았다.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진패스보다 백패스가 많고 수비 지역에서의 패스 시도가 공격 지역보다도 높다. 크로스의 성공률도 최종예선 7경기 평균 12%다. 측면 공격 횟수는 많지만 상대를 제압하는 날카로운 크로스의 숫자는 적었다. 공교롭게도 평가전이었던 지난해 11월 캐나다전에서의 크로스 성공률도 12%였다. 선수가 다르고 상대가 달라도 부분 전술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도 보이지 않았다.

축구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제1의 방법은 측면 공격이다. 좌우 측면을 흔들어야 상대 수비가 분산되고 중앙에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시리아전에서 나온 홍정호의 골도 손흥민의 코너킥이 시리아 문전에서 수비를 흔들어놨기에 홍정호에게 기회가 생길 수 있었다.

이러한 데이터는 상대도 이미 수집을 다 했을 것이다. 중국이나 시리아가 맞춤 전술이 아닌 자신들의 축구를 경기 내내 펼친 것도 슈틸리케 축구의 강약점을 이미 다 파악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자신의 축구를 끝까지 하겠다는 신념이 있을 것이다. 그 축구로 월드컵에 나가면 그만큼 성취감도 더 클 것이다. 하지만 변화가 없다면 신념도 아무 의미가 없다.

허정무 감독(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A대표팀을 이끌던 지난 2008년이 좋은 사례가 된다. 당시 A대표팀도 최종예선에서 불안함을 노출했다. 그러자 허정무 감독은 김남일이 경고 누적으로 빠지는 UAE전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주었다. 매 경기 달라지던 포메이션을 변형 4-4-2로 고정하고, 박지성을 중심으로 젊은 피들을 수혈하며 체질 개선을 했다. 그 효과가 나오며 본선으로 쾌속 질주를 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변하지 않으면 오는 6월 경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함께 할 시간도 그만큼 줄어든다.

사진=강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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