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 "불러도 대답없는 스몸비들..속 터져요"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17. 3. 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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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윤지우 (버스기사)

여러분 스몸비라고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스몸비 이게 스마트폰과 좀비를 합친 말인데요. 스마트폰을 보느라고 고개를 푹 숙이고 주변 상황은 살피지도 않은 채 좀비처럼 돌아다니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그런데 이 스몸비족들 때문에 요즘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는 버스들은 꼭 경적을 울려야 한답니다.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이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최근에는 산에서 스마트폰 사진을 찍는 데 집중한 등산객이 추락하는 사고도 있었고요. 교통사고도 꽤 많이 늘어났습니다. 대체 어느 정도인지 하루하루 체험하고 계신다는 분의 이야기를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들어보죠. 서울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고 계시는 윤지우 버스 기사님 연결이 돼 있습니다. 기사님, 안녕하세요.

◆ 윤지우>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여자분이시네요.

◆ 윤지우> 네.

◇ 김현정> 버스운전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윤지우> 한 10년 정도 됐습니다.

◇ 김현정> 10년? 기사님도 매일매일 이 스몸비족들을 만나고 계신다고요?

◆ 윤지우> 저는 스몸비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는데요. (웃음) 충분히 공감가고 매일 보고 있어요.

◇ 김현정> 버스를 운전해서 정류장에 도착을 했다.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겁니까?

◆ 윤지우> 다 고개 숙이고 스마트폰만 보고 있어요.

◇ 김현정> 다 스마트폰만? 버스가 앞에 섰는데도 모르고요?

◆ 윤지우> 그런 분들 많죠. 빵빵 울리면 그때 올라타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도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 김현정> 그래도 모르는 사람들은 왜 모르는 거예요?

◆ 윤지우> 스마트폰에 집중을 한 거죠.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아예 이어폰까지 끼고 있는 경우들도 있군요.

◆ 윤지우> 그렇죠.

◇ 김현정> 이어폰으로 귀까지 가리고 있으니까 빵빵거려도 몰라요?

◆ 윤지우> 차가 빵빵 해도 모르고 다 타고 승객들 태우고 출발할 때 그때 막 뒤에서 쫓아와서 세워달라고 해요.

◇ 김현정> 세워달라고? 이런 일이 아주 특수한 경우입니까, 아니면 자주 있는 일이에요?

◆ 윤지우> 자주 있어요.

◇ 김현정> 자주 있는 일? 그런데 사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러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 윤지우> 그렇죠. 버스가 오는지 안 오는지 쳐다보고 그리고 자기가 탈 버스가 오면 벌써 몸짓을 제스처를 취해요.

◇ 김현정> 그렇죠. 여기 세워주세요 하는 식으로.

◆ 윤지우> 네. 맞아요.

◇ 김현정> 그랬던 게 완전히 바뀌어버렸네요, 몇 년 사이에.

◆ 윤지우> 요즘은 기사들이 눈으로 봐서 탈 사람인지 안 탈 사람인지 몰라요.

◇ 김현정> 왜냐하면 다들 제스처 없이 스마트폰만 보고 있으니까.

◆ 윤지우> 제가 한마디해요. '예쁜 사람 한번 봐 주세요.' 이렇게 말해요.

◇ 김현정> (웃음) 예쁜 사람, 기사님 한번 봐 달라고?

◆ 윤지우> 네네. (웃음)

◇ 김현정> 탈 때는 그렇고 이분들 내릴 때는 알아서 자신이 내릴 곳에 잘 내립니까?

◆ 윤지우> 아니죠. 운행할 때도 차 안에서 다 스마트폰만 보고 있어요. 그러다 정류장에 도착을 하면 스마트폰에 집중하다 보면 문 닫고 출발할 때 그때 내리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죠.

◇ 김현정> 또 차 세워달라고. '기사님, 저 못 내렸어요. 차 세워주세요.' 이런 경우?

◆ 윤지우> 네, 많아요.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참 버스 제때 내리고 타는 것도 그렇지만 기사님 입장에서 안전사고도 걱정이 되시겠어요.

◆ 윤지우> 굉장히 많죠. 왜냐하면 버스에 탔을 때 차가 운행 중일 때는 손잡이를 좀 잡아줬으면 좋겠는데 스마트폰 하느라고 카톡 하느라고 아예 잡지를 않아요.

◇ 김현정> 아니, 이거 지하철도 아니고버스인데 안 잡고서 어떻게 버팁니까?

◆ 윤지우> 이분들은 아마 지하철인 줄 아는 것 같아요. (웃음)

◇ 김현정> 그러다가 갑자기 버스가 급정거하거나 이러면 큰일나잖아요.

◆ 윤지우> 그러니까 저희는 항상 불안해요. 그래서 항상 '손잡이 잡으세요.' 이렇게 말을 하거든요.

◇ 김현정> 말로 설명을 해야 될 정도?

◆ 윤지우> 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손잡이 잡으세요.'하면 기대요. 그러면 저는 한 번 더 말하죠. '기대지 말고 잡아주세요.'라고.

◇ 김현정> 그렇군요. 지금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지금 이게 웃을 상황이 아닙니다. 이게 보통 상황이 아니에요. 제가 조사를 해 보니까 2011년에 이 스마트폰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624건이었는데 2016년, 작년에는 1883건, 3배나 늘었답니다, 불과 5년 사이에.

◆ 윤지우> 이게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아찔한 상황들을 실제로 많이 목격하셨어요, 도로 위에서?

◆ 윤지우> 많이 보죠. 거의 매일. 우리는 거의 매일 봐요. 차가 가는데도 스마트폰 보느라고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모르고 그러는 건지, 스마트폰만 보고 가는 거예요.

◇ 김현정> 그게 빵빵거려보면 비키기는 합니까?

◆ 윤지우> 빵빵거리면 얼른 비켜주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아예 모른 척하고 계속 자기 스마트폰만 보고 가는 사람도 있어요.

◇ 김현정> 모른 척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안 들리는 거일 수도 있어요. 귀를 막고 있기 때문에요.

◆ 윤지우> 그렇죠, 그럴수도 있죠.

◇ 김현정> 사실은 저도 그런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운전하다 보면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비킬 생각을 안 하고 스마트폰 보고 이어폰 꽂고 이렇게 가는 분들 많이 보거든요. 참 아찔한데요. 버스기사님들이 모이시면 이 스몸비족들 때문에 겪는 고충들 여러 가지 얘기하시겠어요?

◆ 윤지우> 얘기 많이 하죠. '죽겠다, 스마트폰 때문에.' 이런 얘기 많이 해요.

◇ 김현정> 죽겠다?

◆ 윤지우> 저희들은 시간 다툼이기 때문에 그 시간 안에 도착하고 가고 해야 하는데 스마트폰 하시는 분들 때문에 아까처럼 정류장에 도착했는데도 안 타고 가는 차 잡는다든가 내릴 정류장에서 내리지 못하고 출발할 때 내린다든가 하면, 사실 출퇴근 시간에는 차들도 많이 밀리고 저희도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빨리 가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까요.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오늘 버스기사님, 전국의 버스기사님들 대표해서 우리 윤지우 기사님이 나오셨잖아요. 전국의 버스승객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 윤지우> 스마트폰 할 때는 이어폰 꽂을 때는 버스를 오르내리고 하실 때는 이어폰을 한쪽만 좀 한쪽 귀는 열어두셨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제발 한쪽 귀라도 열어주세요.

◆ 윤지우> 그리고 버스에 타면 손잡이를 좀 잡아주세요.

◇ 김현정> 지금 너무 당연한 얘기들을 하소연하듯이 하시니까 참 이거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네요.

◆ 윤지우> 그리고 정류장에 차가 도착을 하면 스마트폰만 보지 마시고 내가 탈 건지 안 탈 건지 제스처를 제대로 취해 줬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여러분, 지금 이제 스마트폰 때문에 생기는 폐해,버스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마는 이게 버스만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곳곳에서 스마트폰 때문에 생기는 안전사고가 너무나 많다는 거 꼭 기억하고요. 일종의 에티켓이기도 하고요.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남을 위한 거기도 한다는 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지금 스마트폰 생활을 하고 있는지 돌이켜보는 이런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사님, 안전운전하시고요.

◆ 윤지우>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서울 관악교통 소속의 버스기사님이세요. 윤지우 기사님의 얘기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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