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유니폼이 어울리는 선수는 기성용뿐

이근승 입력 2017. 3. 29. 11:24 수정 2017. 3. 2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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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최종예선] 승리했지만, 답답했던 시리아전.. 손흥민·구자철 등 이름값 못한 선수들

[오마이뉴스 글:이근승, 편집:박순옥]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를 현장에서 보기 위해서는 적잖은 돈을 내야 한다. 붉은악마가 자리한 골대 뒤편 상단 자리가 1만원으로 가장 싸지만, 축구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 3만원은 투자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다면, 최소 5만원에서 12만원을 내야 현장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 형편없고,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나 네이마르와 같이 세계적인 선수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비싼 푯값을 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시간을 빼앗을 만큼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이 매력적인지 궁금하다.     

이러려고 국가대표팀 경기를 지켜봤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우리가 못했기 때문에 중국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고, 제대로 된 훈련도 하기 어려운 시리아를 상대로는 행운이 따른 승리를 거뒀다. 권순태 골키퍼의 얼굴과 크로스바가 상대의 슈팅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시리아전은 패배가 어울리는 경기였다.

그럼에도 수많은 팬들이 지난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우리 대표팀이 중국전 패배의 충격을 하루 빨리 벗어던지고, 다시 올라설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보냈다. 그런데 2016 K리그 클래식에서 확실하게 실패한 공격수와 K리그 챌린지에서도 무득점 행진을 벌이고 있는 스트라이커를 투입하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제는 익숙한 답답함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문제가 있었다. 중앙 미드필드가 본래 포지션이고, 측면 경험이 적은 고명진이 오른쪽 날개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지켜봤다던 허용준은 왜 뽑았는지, K리그 최고의 날개로 성장한 안현범은 왜 발탁조차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전반 4분 만에 시리아 수비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볼을 홍정호가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하며 선취골을 뽑아냈다. 지난해 9월 시리아의 '침대 축구'에 고전했던 만큼, 그날의 악몽은 반복되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의 이른 시간 선취골로 시리아가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 확실해지면서, 대량 득점도 기대됐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였다. 손흥민의 슛은 허공을 갈랐고, 남태희의 슈팅은 힘이 없었다. 김진수의 크로스는 정확도가 너무 떨어졌고, 고명진이 위치한 오른쪽은 공격 시도조차 없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드 구자철은 중국과 경기에 이어 이날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고, 최전방 공격수의 슈팅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기성용의 헤딩슛과 중거리 슈팅이 상대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지만, 다시 한 번 시리아의 골문을 여는 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시리아의 짜임새 있는 공격이 눈에 띄었다. 전반 16분 중앙선 부근에서 시도한 정확한 패스로 슈팅 기회를 만들어냈고, 간결하고 빠른 볼 처리로 위협적인 역습을 보여줬다. 전반 22분에는 장현수의 부정확한 패스가 시리아의 빠른 역습에 이은 중거리 슈팅으로 이어지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시리아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수비 라인을 중앙선 부근까지 끌어올렸고, 공격에 많은 선수가 가담했다. 후반 25분 패스 한 번으로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아내며 슈팅까지 시도했지만, 권순태의 얼굴이 우리나라를 살렸다. 우리는 시리아의 강한 공세에 전진하지 못했고, 경기 막판까지 답답한 경기 흐름을 이어갔다.

우리나라는 후반 추가 시간 시리아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며 승리는 챙겼지만, 월드컵 본선 16강 이상을 목표로 하는 팀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반성이 필요한 선수들

국가대표팀에 합류할 능력이 부족한 선수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중국전과 시리아전을 돌아보면, 대표팀 유니폼이 어울리는 선수는 기성용뿐이었다. 부상으로 오랜 기간 경기를 뛰지 못하면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그는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포백 수비 보호와 공격 전개, 자신이 직접 득점을 노리기까지, 기성용은 국가대표의 자격을 증명했다.

그러나 나머지 선수들은 일시적인 부진인지 능력의 부족인지 알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그중에서도 구자철의 부진이 가장 아쉬웠다. 구자철은 기성용과 함께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선수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주장을 맡으며 동메달 신화를 써냈고, 2014 브라질 월드컵과 오랜 유럽 생활로 풍부한 경험까지 갖췄다. 실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들이었다.

그런데 중국전과 시리아전에서 구자철은 보이지 않았다. 경기 내내 그라운드 전체를 누비는 활동량만 여전했다. 패스는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많았고, 날카롭지 못한 움직임으로 슈팅 기회도 잡아내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빠른 역습이 가능한 상황에서 드리블을 통해 시간을 지체하는 모습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득점을 책임져야 하는 공격진도 많은 반성이 필요하다. 냉정하게 말해 최근 우리 대표팀에는 소속팀 활약과 관계없이, 명성이나 과거의 성과에 기대 합류한 선수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대표팀에 합류했다면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  

특히 아쉬운 선수는 지동원이었다. 자신의 포지션이 미드필드가 아닌 공격수라면, 이제는 득점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지동원은 2013·2014시즌부터 현재까지, 81경기(리그+유로파리그)를 뛰며 5골을 기록했다. 올 시즌 기록한 3골을 제외하면, 지난 3시즌간 2골에 그쳤다. 미드필드나 수비수가 아닌 공격수라면 심각한 부진이고, 대표팀과는 거리가 멀어야 정상이다. 그만큼 소속팀에서 분발과 활약이 절실하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중국전 결장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선발로 복귀한 그는 90분 내내 무기력했다. 왼쪽 풀백 김진수와 호흡은 찾아볼 수 없었고, 무리한 중거리 슈팅과 부정확한 패스로 공격을 풀어주지 못했다. 좋지 않은 잔디 상태 때문인지 드리블도 통하지 않았고, 움직임도 무뎠다. 그는 대표팀 공격의 핵심이자 중심인 만큼, 꾸준한 활약과 해결사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중원과 수비진은 소속팀에서 꾸준한 경기 출전과 활약이 우선이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상태임에도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면, 최소한 투지라도 보여줘야 한다. 매번 반복되는 실수와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모습은 대표팀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시간과 적잖은 돈을 내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길이 험난하다. 우리나라는 이란이 중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승점 차가 4점으로 벌어졌고, 우즈베키스탄에는 여전히 승점 1점 차로 쫓기는 상황이다. 남은 3경기에서 한 번이라도 실수하게 된다면, 당연하게 여겼던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될지도 모른다.

똑같은 문제가 반복됨에도 변화가 없는 슈틸리케 감독도 문제지만, 대표팀의 자격을 떨어뜨리고 있는 선수들도 반성이 필요하다. 대표팀을 위해 끝없는 성원을 보내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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