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라인' 진구, '사람 냄새' 나는 배우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배우 진구가 스크린에 돌아왔다. 2015년 개봉한 '연평해전' 이후 3년 만이다. '태양의 후예'라는 '인생작'을 만난 이후 처음으로 돌아온 충무로, 그는 갑작스러운 유명세 속에서 일희일비하는 대신 솔직한 말들로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줄 아는 배우였다.
29일 개봉된 '원라인'(감독 양경모·제작 미인픽쳐스)은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임시완)가 전설의 베테랑 사기꾼 장석구(진구) 과장을 만나, 신분과 직업 등 모든 개인 정보를 속여 은행 돈을 빼내는 신종 범죄, '작업 대출' 사기단에 합류해 펼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오락 영화다.
3년 간 충무로를 잠시 떠난 사이, 진구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만났다. 서대영 상사 역을 맡은 그는 진중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적인 매력을 뽐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권에서도 뜨거운 반응이 왔고, 진구라는 배우의 위상도 한껏 올라갔다.
이런 상황에서 개봉하는 신작 '원라인'에 대해 기대나 부담감이 있을 법하건만, 진구는 시종일관 덤덤했다. "배우라면 영화가 개봉하는 순간에는 누구나 설렘을 느끼기 마련"이라며 말문을 연 그는 "'태양의 후예'의 후광에 기대겠다는 기대는 전혀 없다. 어떤 평을 받을지 기대되거나 걱정이 되지도 않는다. 1년이 지났으니 이제는 인기 거품이 빠지는 게 당연하지 않나 싶다"며 솔직한 말부터 꺼냈다.
진구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솔직한 태도를 이어갔다. 작품 홍보를 위해 만난 자리임에도 "처음에는 시나리오가 잘 읽히지 않았다"는 말을 서슴없이 꺼내는 강단이 있었다. '태양의 후예' 촬영을 위해 그리스를 찾은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읽어봤지만 선뜻 내키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민재 위주의 스토리에서 장 과장만의 색깔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그다. 그는 '원라인' 출연을 결심한 건 양경모 감독 덕이라고 말했다. 극 중 사람들을 '감아' 사기를 치는 장 과장처럼, 자신 역시 양 감독의 언변에 '감겼다'며 너스레다.
"영화 '마더' 덕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강의를 하러 간 일이 있었어요. 당시 학생이었던 감독님이 제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당시에 '연기를 어떻게 하느냐'는 딱 하나의 질문을 받았는데, 괜한 자존심을 부리며 '전형적이지 않은 연기를 하려 한다'고 답했어요. 감독님이 그 옛날 이야기를 기억해주신 것이 감사했죠. 무엇보다도 '원라인'에서는 진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 말에 제대로 '감긴' 거죠."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전형적이지 않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유효하다"는 진구다. 예를 들어 살인마라는 캐릭터가 날카롭고 음습한 분위기를 띄고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면 자신만큼은 밝은 살인마를 만들어보려고 노력하는 식이란다. "뻔한 서 상사, 뻔한 장 과장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는 진구는 "장 과장에게는 '전설의 베테랑'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느냐. 최대한 사기꾼 같지 않게, 전문가처럼 보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진구는 장 과장만의 색깔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평소 성격을 더했다고 말했다. "내 성격이 약간 장 과장 같다. 세상사에 달관한 것처럼 말하고 잡다한 지식도 많다"며 말문을 연 그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박식하고, 사기를 칠 때의 장 과장처럼 치고 빠질 때도 확실하게 안다"며 농담처럼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비열한 거리' '마더' 등 전작에서 풍기던 '수컷 냄새'가 쏙 빠진 것도 이 때문이란다. 스스로 바라본 사람 진구는 "잠깐 봤을 때는 수컷 같지만 몇 시간만 함께 있어도 사람 냄새가 난다. 평소 보이는 이미지보다 좀 더 다정하고 유머러스하다"며, 그렇기에 장 과장 역시 사람 냄새가 나는 것이며 의도된 연기 변신은 아니라고 했다.
이처럼 장 과장 안에 자신의 평소 성격을 녹여내기는 했지만, 무엇보다도 감사했던 건 양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의 도움이었다는 진구다. 그는 "장 과장 특유의 손동작이나 머리 스타일 등은 모두 첫 촬영 날에 만들어졌다"며 "촬영 전에 미리 장 과장의 이미지에 맞는 능글맞은 모습, 그러면서도 베테랑의 여유가 느껴지는 캐릭터를 완성하고 싶었는데 그게 내 뜻대로 안 되더라. 그걸 감독님과 함께한 첫날 회의에서 모두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감독님을 믿고 촬영장에 맨 몸으로 가도 되겠다 싶었다.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2003년 드라마 '올인'으로 데뷔한 진구는 어느덧 햇수로 15년 차 배우가 됐다. "데뷔를 하게 해 준 '올인'이 가장 감사한 작품이고, '원라인'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있는 최근 작품이기에 애착이 간다"는 진구는 '올인'부터 '원라인'을 거치는 긴 시간 동안 자신이 조금은 성장을 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고르는 방식이 한층 어른스러워지고, 작품을 분석할 때도 자신의 캐릭터가 아니라 이야기 전체의 주제가 보인다는 것. 진구는 이런 변화를 "한순간에 배운 게 아니라 작품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며 자연스레 쌓인 내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감독님들이 스승이지만, 특히 '마더'나 '비열한 거리'에서는 연기를 하면서 내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어요. 그런 작품들을 하나씩 끝내고 나면 대본을 보는 눈이 조금 더 넓어지죠. 예전에는 내 캐릭터가 어떻게 보일 것인지, 이 캐릭터가 어떻게 하면 사랑을 더 받을 수 있는지, 쓸데없는 걸 분석하려고 했었어요. 이제는 작품 전체를 볼 수 있게 됐고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보이게 됐죠. 경험은 계속해서 쌓일테니 앞으로도 조금씩 연기하기가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려고요."
연기에 내공이 쌓인 만큼 생활에도 안정이 생겼다. 지난 2014년 결혼해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이후로는 "잠을 자고 일어나서 술 먹고, 연기하고, 다시 잠들던 생활을 청산했다"며 너스레다. "아무래도 삶이 더욱 풍성해졌다. 아내와 아이들, 주위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잠자리에 누워서 하루를 되짚어 보면 흐뭇한 미소가 나온다"는 것.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돕지는 못하는 남편이지만, 그래도 작품이 없는 '백수 생활'을 할 때는 큰 아이와의 놀이를 전담하며 아내의 부담을 덜어주려 애쓰는 남편이라는 자기 자랑도 늘어놨다.
이처럼 일과 가정을 모두 잡은 진구의 다음 목표는 바로 좋은 배우, 좋은 아빠에 이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살다 보면 진짜 좋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는 그는 "마냥 꿈 같은 이야기지만, 언젠가 내가 살인마, 배신자 역할을 해도 '진구의 속 마음은 좋은 사람일 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이미지가 생긴다면, 아이들이 나를 자랑스러워 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사람 냄새'가 나는 그의 연기가 한층 더 따뜻해질 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NEW]
원라인|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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