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뉴스] '최후의 방패' 유영하를 보면 박근혜가 보인다

이유진 2017. 3. 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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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원외 친박' 꼽히며 작년 11월부터 박 전 대통령 변호
검찰 소환 때 배석..영장 청구 4시간 만에 홀로 자택 방문도
2007년 경선 때 '최태민 의혹 방어' 법률지원단장 맡아 인연

[한겨레]

딱 4시간 만이었습니다.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들려오고 4시간 뒤인 오후 3시40분께 유영하 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가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정장현·손범규·채명성·황성욱·위재민·서성건 등 8명의 변호인이 더 있지만 이날 모습을 보인 변호사는 그가 유일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남달랐습니다. 지난해 11월15일 박 전 대통령은 그를 변호인으로 선임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하루가 멀다고 폭로되던 시기에 단 한 명의 변호사를 선택한 것입니다. 이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대비한 대리인단이 꾸려지기까지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은 그가 유일했습니다. 그는 변호인으로 선임되자마자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말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금도 남다릅니다. 21일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을 땐 같은 검사 출신인 정장현 변호사와 함께 조사실에 배석했습니다. 소환 직전 여러 차례 자택을 드나들기도 했습니다. 30일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출석하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역시 그와 정 변호사를 주축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후의 방패’라고 할 만 합니다. 궁금합니다. 박 전 대통령은 왜 그를 마지막까지 곁에 두고 있을까요. 필연인 걸까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걸까요. 10여년에 걸친 두 사람의 인연을 돌아보며 그 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미션 “최태민 의혹을 방어하라”

유 변호사와 박 전 대통령 인연의 첫 자락에는 ‘최태민’이 있습니다. 본격적인 인연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 변호사는 박근혜 경선 후보의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네거티브 대응팀’에서 활동했습니다. 당시 이명박 후보 진영에서는 최순실씨의 아버지인 최태민씨 관련 의혹을 내세웠는데요, 유 변호사는 이를 적극 방어하면서 동시에 이 후보를 공격할 ‘비비케이(BBK) 사건’ 조사를 위해 미국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경준씨를 만나러 두 차례 방미하기도 했습니다. 유 변호사는 이때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는 2012년 대선 때도 후보 비방에 대한 법적 대응과 각종 네거티브 대응을 맡았습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이혜훈 바른정당 의원) 박 전 대통령이 오랜 기간 그를 곁에 두는 것은 그만큼 박 전 대통령 개인사를 깊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해 11월15일치 <한겨레> 보도를 보면 “박 대통령이 유 변호사 1명만 선임한 것은 최태민 등 ‘내밀한 이야기’를 아는 사람을 더 늘리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한 여권 인사의 인터뷰가 눈에 띕니다.

2007년 대선 경선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았던 ‘한때 친박’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22일 <교통방송>(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2007년 당시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친인척 관련한 검증과 내밀한 사적 인맥에 대한 모든 관계를 맡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의원은 정호성·이재만·안봉근 등 ‘문고리 3인방’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최순실씨까지 없어진 상황에서 유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의 “신종 문고리”라고 주장했습니다.

뇌물죄가 핵심이기는 하나, 검찰 조사에서 최순실~최태민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인연을 말해야 하는 박 전 대통령에게 유 변호사는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관련기사: ‘진박’ 유영하가 ‘박근혜 방탄’…최재경이 뒤에서 지휘할 듯

이너서클을 허하노라

3번.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19대 총선 때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 변호사 지원 유세에 3차례나 나섰습니다. 2008년 18대 총선 땐 ‘친박 학살’ 공천 항의 표시로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았지만 유 변호사 지역(경기 군포) 사무실 개소식에는 이례적으로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요? 유 변호사는 17~19대 총선에 3번 나가 3번 다 낙선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챙기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유 변호사는 2014년부터 2016년 1월까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는데요, 2014년 <한겨레> 사설은 “대선 승리에 따른 논공행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인천지검 특수부 검사 시절 나이트클럽 사장에게 향응을 제공 받아 징계를 받기 전 사직했고, 2009년 ‘군포 여중생 성폭력 사건’ 가해자의 변론을 맡았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홍성담 이런 양아치들은…” “부정선거라고 떠들면서 발악하는 자들 (중략) 치매라도 걸린 것인가”라고 막말을 하는 등(<미디어스> 보도) 그의 경력 전반이 인권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 컸습니다.

아직 끝이 아닙니다. 지난해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옥새 파동’ 기억나시나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당 공천관리위원회 공천안 일부에 대해 ‘진박(진실한 친박) 내리꽂기’라며 직인 찍기를 거부한 일이죠. 당시 논란이 된 5개 지역구 중 하나가 유 변호사가 단수 추천된 ‘송파을’입니다. 이 일로 유 변호사의 4번째 총선 출마는 좌절됐습니다.

이쯤 되면 박 전 대통령의 ‘사람 보는 기준’이 무엇일까 알고 싶습니다. 2014년 <한겨레> 보도를 보면 ‘친박’이 될 수 있는 조건으로 언급된 것은 능력·됨됨이가 아닌 ‘쓴 소리 하지 않기’입니다. 이혜훈 의원은 22일 라디오에서 “박 전 대통령은 (사람을 고를 때) 시키는 대로 하느냐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 [사설] 인권위원마저 논공행상 자리로 만든 박 정권

▶관련기사: ‘옥새 투쟁’…김무성, 박 대통령에 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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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구해요” 구인난?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최근 언론 보도들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대리인단을 구할 때부터 ‘구인난’을 겪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2월15일치 <조선일보>는 법조계를 인용해 “박 대통령 쪽 대리인단을 이끌 만한 무게감 인사를 찾지 못했다는 말이 파다하다”고 전했습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한승헌 전 감사원장, 이용훈 전 대법원장 등이 대리인단으로 나선 것과 크게 대비됩니다.

파면 뒤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지난 16일치 <세계일보>를 보면 박 전 대통령 변호인 7명 중 전직 검사는 유영하·정장현 둘 뿐이고, 그나마 부장검사급 출신입니다. 전직 고검장·검사장급 ‘거물’ 변호사는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이들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을 돕겠다고 나선 이도 없습니다. 곽상도·홍경식·김영한(사망)·우병우·최재경 등 5명의 전직 민정수석 중 우 전 수석은 본인이 수사 대상이 된 처지입니다. 최 전 수석은 여러 보도에서 변호를 고사했다고 전해졌습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지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박 전 대통령에 앞서 구속됐죠. ‘사람복’ 없는 박 전 대통령에게 유 변호사의 존재감이 보통 때보다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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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그래픽 강민진 디자이너 rkdalswls3@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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