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세월호 희생자, 과하게 받았다?" 사실은..

장훈경 기자 2017. 3. 2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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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이 지났지만…여전한 '거짓'

세월호가 3년 만에 온전히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사실은> 코너에서는 이 긴 시간 동안 국회가 무엇을 했는지를 따져봤습니다.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희생자들의 아픔을 보듬어주겠다는 공언이 얼마나 잘 지켜졌는지를 확인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피해구제와 지원이었습니다. 미흡했던 지원이 드러나고 새로운 피해가 나타나도 법은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여전했습니다. ‘과한 보상을 받았다’는 거짓 프레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하게 굳어진 듯 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속고 있는 거짓들을 가려봤습니다.

● "세월호는 단순 해상 교통사고" – 거짓

법원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해경 123정장의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123정이 세월호에 퇴선방송을 실시하거나 승조원이 갑판에 승선해 퇴선을 유도했다면 승객들이 밖으로 나오거나 바다로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지요. 세월호 참사가 그냥 단순한 해상 교통사고가 아니란 것입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도 청와대의 세월호 대응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논란이 그것입니다. 헌재는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가 소추 사유 자체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통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에도 집무실에 정상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문 것은 그 자체만으로 대통령의 불성실함을 드러낸 징표였다”고 질타했습니다.

일부러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서 파면 사유에 해당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지만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대응에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보다 명확한 진상조사를 통해 해경 123정장 뿐만 아니라 그 윗선,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까지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교통사고”라는 주장은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에 의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진상규명을 막고 국가의 책임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만든 이 프레임은 제 목표를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지요.

“세월호 참사가 교통사고에 불과하다”는 주장으로 우리 사회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뭐가 있을까요. 오히려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 기회를 놓치게 한 것은 아닐까요. 이런 프레임을 주장한 국회의원들은 지금도 유력 정치인으로 국민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 "9.11 테러와 비교하는 건 비약" – 거짓

세월호 참사를 그저 ‘수학여행 길에 일어난 사고’라고 규정해 대형 참사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말입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꾸준히 피해 지원과 그 대상을 늘리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려고 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자드로가 법’입니다. 9.11 테러 당시 구조활동을 펼치다 숨진 경찰관 ‘제임스 자드로가’의 이름을 딴 법안이지요.

테러 직후 미국 정부는 유가족과 직접적인 부상자만 보상했는데 자드로가 법 통과 이후에는 현장 구조자들에 대한 보상과 의료지원 등을 확대했습니다. 이후에는 다시 한 번 자드로가 법을 개정해 구조에 참여한 공무원과 민간인 6만3천여명을 보상 대상자에 포함시켰습니다. 잔여물을 청소한 사람들까지 모두 포함됐지요. 첫 배상법 당시 미흡한 보상을 받았던 7,800명의 부상자 역시 다시 대상자가 됐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지원마저도 빈약하기만 합니다. 의료지원 기간은 2016년 3월 이미 종료됐습니다. ‘파란 바지 의인’이라며 영웅으로 불리던 김동수 씨는 병원 치료비를 사비로 대느라 “빚에 빚을 지고 산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닌 구조에 참여한 사람들이나 진도어민들에 대한 지원은 더 열악하기만 합니다. 정신적 충격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실직하거나 이직해야만 했던 수많은 민간잠수사들이 대표적이지요. 이들에 대한 심리치료와 의료지원 기간을 늘리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년 가까이 상임위 문턱을 못 넘고 있습니다.

경주 지진, 지하철 사고 등 재난에서 개인은 아무 것도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참사로부터 사회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할 교훈을 반드시 얻어야만 합니다.

안전과 관련한 매뉴얼을 점검하고 피해 구제나 지원에 부족함이 없는지를 계속 따져야 하는 것이지요. 세월호 특조위 출신 오지원 변호사는 “참사가 생길 때마다 특별법으로 땜질 처방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재난구호법 자체에 손질할 것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인양

● "세월호 희생자들만 과한 보상을 받았다" – 거짓

'시체 장사꾼'. 인간이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나 싶은 이 말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퍼져 나갔습니다. 몇 해 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인터뷰했는데 당시 대학생이던 여학생은 “시체로 돈을 벌려고 한다는 사람들의 막말에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유가족들은 배·보상이 언급될 때마다 진상규명이 먼저라고 주장해왔지만 "돈만 밝힌다"고 근거 없이 매도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정말 과한 배·보상을 받았을까요? 가장 많이 비교되는 건 천안함 희생자들입니다.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두 세 배 많은 보상을 받았다’라는 거짓이 아직도 만연합니다.

먼저 해양수산부 발표로 비교해보겠습니다. 단원고 학생의 추정 지급 금액은 배상금 4억 2천만원, 국민성금 3억원, 여행자 보험 1억원을 합해 8억 2천만원입니다. 천안함 희생자는 7억5천만원에서 9억1천만원을 받았다고 해수부가 발표했습니다.

실제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지급된 국민성금은 5천만원 정도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천안함 희생자보다 과한 보상을 받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세월호 희생자 304명 가운데 114명의 가족은 해수부에 배상금 신청을 안 했고, 두 미수습자 가족을 비롯한 다섯 희생자의 가족은 국민성금도 신청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천안함 46용사의 고귀한 희생은 잊어서는 안 됩니다. 국가를 위한 희생인만큼 더 많이 기리고 보다 더 보상해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책임이 인정되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근거 없는 비난을 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배상 액수는 일반적인 배상 기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범위로 정했졌습니다. 단원고 학생들은 직업이 없기 때문에 도시 일용노임 월 193만 원을 적용해 3억 원 정도의 배상 액수를 정했지요. 대구 지하철 참사, 성수대교 붕괴 사건 등 많은 참사에서도 이 도시 일용 노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정부의 책임을 빼놓을 수 없는 이런 재난 피해에 징벌적 의미를 담지 않아도 되는지는 여전히 논란으로 남고 있기도 합니다.

● "8억 원의 국민 세금이 지원됐다" – 거짓

막말 변론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평우 변호사가 지난 25일 미국으로 돌아가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한 말입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8억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갔는데 이런 식으로 국가가 운영되면 나라 곳간이 조만간 텅 빌 것이다”라고 말했지요. 앞서 해수부의 발표에서 국고 지원은 배상금 4억2천만 원만 해당합니다.

나머지 국민성금과 여행자 보험금은 국민 세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배상금 역시 청해진해운에 구상권 청구를 통해 국고 부담을 최대한 줄일 예정이지요. 청해진해운은 한국해운조합과 1인당 최대 보상한도 3억 5천만원 상당의 여객공제보험을 들고 있는데 국내외 보험사들과 재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설사, 만에 하나 청해진해운으로부터 구상권 청구가 미흡하더라도 이를 문제 삼는 것은 곤란합니다.

배상 기준은 전술한대로 별 다른 게 아니라 일반 교통사고에 준해서 결정됐습니다. 모든 배·보상을 결정한 심의위원회는 어느 한 편에서 일방적으로 구성된 게 아니라 여야 합의로 꾸려졌습니다. 여야가 합의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배상과 보상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것을 전제했기 때문입니다.       

장훈경 기자roc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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