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의 B컷]슈틸리케의 '욱' vs 알 하킴 시리아 감독의 '울컥'

서지영 2017. 3.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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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킴 감독
[일간스포츠 서지영]

한국과 시리아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이 열린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 이날 경기 뒤 공식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양 팀 감독의 모습은 사뭇 대조적이었습니다. 한 명은 승장이 되고도 '욱' 하는 성격을 보여주고 말았다면, 다른 한 사람은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그 누구보다 희망이 담긴 소감을 밝혀 현장에 있던 취재진을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울리 슈틸리케(63)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감독과 아이만 하킴(58) 시리아 대표팀 감독이 그 주인공입니다.

한국은 이날 시리아를 상대로 1-0 신승을 거뒀습니다. '슈틸리케팀'은 이날 황희찬을 최전방에 내세우는 등 나름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후반들어 시리아의 공세에 끌려갔고 결국 추가점을 내는데 실패했습니다. "졸전이었다", "신승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는 이유이지요. 슈틸리케 감독 역시 "행운이 따른 어려운 경기였다. 대표팀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며 7차전을 끝낸 소감을 밝혔습니다.

현장에 있던 이들을 당황하게 만든 부분은 슈틸리케 감독의 '욱'하는 성격이었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뻔한 선수기용과 단순한 전술로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면에서 이번 시리아전은 예전과는 다른 선수 기용과 전술로 눈길을 끌었죠. 취재진은 고명진을 측면에 배치했다가 다시 중원으로 내린 전술적인 변화 배경을 질문했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고명진이 왼발잡이라 오른쪽 측면에 배치해 황희찬에게 볼이 더 연결될 수 있도록 지시했다"며 "그런데 전반 30분 경과 뒤, 시리아가 4명의 공격수를 배치하고 강하게 나왔다. 그 과정에서 볼을 놓치는 경향이 있었고, 중앙에 공간이 비더라. 그래서 기성용과 함께 고명진을 투입해 중앙을 단단하게 가져가려고 했다"고 답했습니다.

문제의 장면은 이 다음에 이어졌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예전에는 전술 변화가 없어서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술 변화가 있어서 논란이 있는 것 같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전술을 바꾸지 않아도 욕하고 반대로 변화를 줘도 비난한다'는 뉘앙스가 담겨있다고 느껴지는 건 듣는 비단 이만의 문제였을까요.

슈틸리케 감독은 평소 언론 보도를 신경쓰기로 유명합니다. 기사를 꼼꼼하게 챙기면서 자신에게 어떤 비평을 하는지 체크하지요. 그래서 더 슈틸리케 감독의 '욱'하는 성격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반면 하킴 감독은 조금 달랐습니다. "결과는 패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한국과 시리아가 동등했다"던 그의 목소리에는 본선 진출을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마지막 자존심이 담겨있는 듯 했습니다. 고국의 내전 상황을 담담하게 밝히며 축구의 의미를 되짚을 때는 현장 관계자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시리아는 2011년이후 6년째 내전을 겪고 있습니다. 홈에서 경기를 열 수 없어서 말레이시아에서 최종예선을 치르는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럼에도 시리아는 A조의 '다크호스'로 평가받으며 선전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처우와 환경을 고려한다면 대단한 성과입니다. 시리아 국민들은 축구 대표팀이 전해오는 승전보를 들으며 시름을 달래고 있습니다.

하킴 감독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나라 중 시리아의 상황은 그 어느 팀보다 어렵다"며 "우리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시리아 국민을 대표해 이 자리에 왔다는 영광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시리아 국민께 행복을 드리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하겠다"는 목소리에는 묵직한 힘이 있었습니다.

그는 홈 없이 떠돌아 다니면서도 꾸준하게 성적을 내는 비결을 '희망'에서 찾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팀이 이길 수 있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무장하고 있다. 함께 전략과 전술을 준비하며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이번 경기를 준비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욱'하는 성격과 묘한 대비를 이루는 '울컥'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상암=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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