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국가대표팀에 일본의 WBC가 던지는 교훈

n/a 입력 2017. 3.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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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한국 야구에 여러 과제를 남겼다.

국제 대회 패배는 언제나 실망스럽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교훈을 얻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 4강전에서 미국에 패한 일본의 움직임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일본 언론에선 '소통'을 대표팀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2월 1일 오타니 쇼헤이의 대표팀 사퇴로 불거진 문제가 지적됐다. 당시 고쿠보 히로키 대표팀 감독은 오타니의 부상 상태, 컨디션을 전혀 알지 못했다. 정보 전달 체계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포츠호치는 "선수 선발에서 구단과 대표팀의 소통이 깔끔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선수, 구단, 대표팀 간 3자 커뮤니케이션이 좋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빨리 움직이고 있다. 라쿠텐 골든이글스 관계자는 "현재 대표팀은 12개 구단을 대상으로 대표팀에 대한 설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선수 선발에 대한 방침, 대회 기용, 보상금, 이익금 분배 등이 포함돼 있다. 일본 프로야구 선수 노조와 대화 때도 활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대표팀 운영에 대해 일본프로야구기구(NPB), 구단, 노조가 함께 의논하는 모습이다.

일본 대표팀은 WBC를 앞두고 12개 구단과 선발 기용, 투수 등판 횟수와 이닝 등을 협의했고, 대체로 지켜졌다는 평이다. 대표팀을 운영하는 NPB 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오히려 결승전을 위해 등판 횟수를 남겨 둔 선수가 있었다. 다들 잘 활용됐다”며 만족해했다. 선발투수인 스가노 도모유키와 이시카와 아유무는 라운드별 1경기씩 등판이 내정돼 있었고, 실제로 지켜졌다. 불펜 투수 역시 최소 4경기에서 7경기 등판이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한신의 강속구 투수 후지나미 신타로는 이번 대회 1경기 등판에 그쳤다. 이 관계자는 “코칭스태프가 한국, 대만이 2라운드에 올라올 경우 후지나미를 롱 릴리버로 기용해 힘으로 찍어 누르는 그림을 구상했다”며 1경기 등판에 그친 이유를 설명했다. 또 “후지나미는 제구력이 나쁠 때가 있기 때문에 중남미를 상대로는 나쁘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주니치 드래건스 소속 좌완 불펜 오카다 도시야도 2라운드 한국전 좌타자 상대 등판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대회가 끝나자 고쿠보 감독이 사퇴했다. 3년 반 이상 진행된 '사무라이 재팬' 1기 프로젝트가 막을 내린 것이다. NPB 엔터프라이즈 관계자에게 차기 대표팀 감독 조건에 대해 물으니 일부를 들을 수 있었다. 첫 번째 조건은 현직 프로 감독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임 감독제로 프로야구에 부담을 줄이기로 내부 합의를 해 놓은 상태다. 다양한 선수들에게 선망받는 위상, 해외 야구에 대한 지식 혹은 경험이 다음 조건이었다.

현재 일본 언론은 마쓰이 히데키의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설을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NPB 엔터프라이즈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 가지 조건이 모두 들어맞는다. 현역 프로 감독이 아니고,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뉴욕 양키스에서 4번 타자로 활약한 마쓰이다.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도요우라 쇼타로는 “감독은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 한다”며 “지금까지 감독들은 내수용이었다. 이젠 국제용 감독으로 더 큰 경쟁력을 가지려 한다는 것”이라며 새 감독에 대한 조건들을 해석했다.

마쓰이 외에 요미우리 출신 하라 타츠노리, 소프트뱅크 전 감독 아키야마 고지, 요코하마 전 감독 나카하타 기요시 등도 물망에 오른다. 하라 전 감독은 2009 WBC에서 우승했고, 아키야마는 신인 시절 세 차례 미국 교육 리그에서 뛰었다.

쓴소리를 하는 인물도 있다. 일본 야구 풍토에 비판을 아끼지 않는 전 요미우리 투수 구와타 마스미다. 그는 준결승전 3루수 마쓰다 노부히로의 결정적인 실수에 대해 "일본 야구 환경이 나은 결과”라고 일갈했다. 이어 “일본 구장 중에 메이저리그에 흡사한 구장이 없다”며 “선수들은 적응만 하다 대회가 끝나 버릴 수 있다”고 했다. 마운드·내야·외야 그라운드 상태를 선진국과 비슷하게 하는 게 일본 야구의 과제하는 지적이다. 그는 “일본 야구장 환경은 선수들이 수비하기에 너무 쉽다"고 했다.

구와타는 데이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의 버스터 포지, 야디에르 몰리나 같은 포수는 데이터를 활용할 줄 안다. 일본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소 의외다. 한국에서 일본 야구는 흔히 '데이터 야구' ' 현미경 야구'로 불린다. 구와타는 “고바야시 세이지는 훌륭했지만 세계 정상 포수와 경쟁할 순 없었다. '프레이밍(존 경계선 볼을 스트라이크로 잡아내는 능력)이라 불리는 포수 데이터를 일본도 공부하고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야구의 '세이버메트릭스'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4회 대회 연속으로 4강 이상 성적을 냈다. 1·2차라운드 합계 41만5606명이 입장해 대회 전체 관중(108만 6720명)의 3분의 1 이상을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닛칸겐다이는 "이제는 준결승전도 일본에서 치르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중뿐 아니라, 노무라증권, 일본통운 등 일본 대기업들이 대회 스폰서에 대거 참여했다.

일본 내 WBC 주관방송국 도쿄텔레비전의 이번 대회 평균 시청률은 25.2%였다. 그러나 비일본 경기 시청률은 결승전(2.9%)을 제외하면 1%를 오갔다. 중계권사인 제이스포츠(J sports) 관계자는 "다른 나라 경기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회의 안건으로 올린 적이 있다. 다른 나라 야구를 어떻게 재밌게 보여 줄까가 포인트”라고 말했다.

일본 야구계는 2018년 11월 미·일 올스타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 2021 WBC까지 준비하고 있다. 다가올 대회들을 새로운 플랜으로 접근하려 한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단어는 '소통'이다. 어쩌면 한국 국가대표팀엔 기대와 부담, 책임과 의무 등만 너무 강했던 것 아닐까.

도쿄=서영원(프리랜서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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