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이슈] '슈틸리케, 못 믿겠다' 축구협회로 쏠리는 시선

유현태 기자 입력 2017. 3.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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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틸리케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목표는 이뤘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불안한 시선은 거둘 수가 없다. 시리아전에서도 문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 팀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7차전 시리아와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한국은 4승 1무 2패 승점 13점으로 2위를 지켰다.

결과는 나왔다. 그러나 과정에 대한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 월드컵 본선도 준비해야 하지만, 일단 본선에 이르기 위해 치러야 할 3경기가 남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2년 반 동안 팀을 이끌 자격을 증명했는가 검증해볼 시간이다. 최종예선 들어 마음 편히 지켜볼 수 있었던 경기는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점유율 축구'를 표방한다. 그러나 한국의 공격은 늘 답답했다. 점유율 축구도 결국 골을 넣고 승리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슈틸리케호의 '점유'란 대체 무엇을 위한 점유인가.

2000년대 후반 '점유'가 축구의 화두가 된 것은 기본적으로 공격 기회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수비적인 의미도 있다. 공을 소유한다는 사실은 상대의 공격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믿음이 '점유율 축구'를 등장시켰다. 여기서 돌아봐야 한다. 슈틸리케호는 공격 기회를 충분히 갖고 있는가. 그리고 상대의 공격 기회를 충분히 줄이고 있는가.

냉정히 말해 슈틸리케호의 점유는 공격력이 형편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시리아전을 앞두고도 "홈에서 열린 3경기에서 8골을 뽑았다"며 공격력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일축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 9월에 치른 시리아전, 10월에 치른 이란전에서도 위협적인 공격을 전혀 펼치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전 역전승도 제공권이 뛰어난 김신욱을 투입해 단순한 축구를 반복한 결과다. 우즈벡전 이후 김신욱 전략도 읽혔다. 지난 23일 만난 중국전에선 공격은 무기력했다. 시리아전에서도 세트피스에서 터진 1골이 전부였다.

1차전에서 만났던 가오홍보 감독 체제의 중국은 스리백을 썼지만 수비 조직력은 크게 떨어졌다. 카타르 역시도 수비력이 견고하진 않았다. 두 팀을 상대로만 3골씩 뽑으며 화력을 자랑했을 뿐이다.

밀집 수비만 만나면 고전했다. 골은 결국 골대 앞, 중앙 지역에서 난다. 두 줄 수비가 발전한 현대 축구에서 어떻게 문전까지 들어갈 것인지는 공격 전술의 핵심이 됐다. 김신욱의 높이만 활용한 전술은 정말 급할 때 마지막으로 선택해야 할 전술이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전에서 전반을 마친 뒤 바로 김신욱 카드를 활용했다. 김신욱은 중국전 뒤 "골대 앞에서 싸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뻥 축구'가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적 대안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점유'엔 수비적 의미도 없다. 이미 유럽 축구계에선 결론이 난 명제와 다름없다. '점유율 축구'를 유행시킨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도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에 고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격을 위해 수비 라인을 높인 상태에서 실수를 했을 때, 최종 수비 뒤 공간은 역습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카타르전에서도, 이란전에서도,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역습에 실점했다. 의미 없는 점유만 반복하다 역습에 흔들리는 패턴은 개선이 없었다. 지금까지 실점이 많지 않았던 것엔 분명 상대의 마무리 부족 덕도 있었다.

코칭스태프 선임에서도 문제는 예견됐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부터 함께한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를 제외하고 현재 대표 팀엔 설기현 코치와 차두리 전력분석관이 함께 한다. 신태용 한국 20세 이하 축구 대표 팀 감독이 슈틸리케호를 떠나면서 지난해 11월 외국인 수석 코치를 영입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은 지도자 경험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지도자 경험이 길면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과 충돌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설 코치 선임 배경을 밝혔다.

설 코치와 차 전력분석관은 지도자 경험이 많지 않고 슈틸리케 감독과 나이 차도 크다. 전술을 두고 슈틸리케 감독과 의논할 정도의 위치에 있는 코칭스태프는 없다. 결국 한국은 슈틸리케 감독이 뜻대로 하는 팀이 됐다. 최악의 결과를 두고도 문제를 제기할 이도, 또 발생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능력도 부족해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전 패배 뒤 "남은 4경기 동안 변화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반문할 때다. 중국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고서야 변화를 이야기할 정도로 그동안 경기력이 좋았는가. 그리고 시리아전 경기력에선 해법을 찾았나. 지난 2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한국은 어떤 발전을 했는가. 월드컵 최종예선은 월드컵을 위해 거쳐야 할 시험대인 동시에, 본선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미 조직력을 다질 최종예선 10번의 기회 가운데 7번을 특별한 소득 없이 마쳤다.

슈틸리케 감독이 남은 기간 동안 반전을 이룰 능력은 없어 보인다. 지난해 9월 시리아와 득점 없이 비겼지만 잔디가 고르지 않았던 탓이라고 애써 이해했다. 10월 이란 원정에서 0-1로 패했지만 '지옥의 원정'이라 넘어갔다. 그러나 바뀐 것은 없었다. 중국 원정에서 마르첼로 리피 감독과 전술 싸움에서 완전히 밀리고 0-1로 패배하며 태극전사의 첫 중국 원정 패배를 만들었다. 한국 축구의 자존심은 크게 다쳤다.

전술적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시리아전에서도 슈틸리케 감독이 바꾼 것은 없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슈틸리케에게 남은 3경기를 맡겨도 될지, 아니면 '포스트 슈틸리케'를 찾아야할지를 고민해야할 처지에 처했다. 현재 체제를 유지하면서 슈틸리케호가 안은 숙제를 풀 해법을 찾을지, 아니면 더 늦기 전에 과감한 결단은 내려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경기장을 지켜보던 팬들은 이제 축구협회를 쳐다보고 있다. ■ 오늘의 스포츠 소식 '스포츠 타임(SPORTS TIME)'은 매일 밤 10시 SPOTV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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