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봉의 히스토리아 쿠오바디스] [40] 장기형 전공 교육 對 바둑형 융합 교육
최근 오사카에서 열린 '월드바둑챔피언십'은 인간과 인공지능(AI)이 함께 출전해 이목을 끌었다. 종래의 바둑 대회는 국가 간 경쟁이었는데, 향후 인간과 인공지능 대결로 판도가 확대될 전망이다. 인공지능도 국적은 있어서 그들만의 리그도 국가 대항전으로 열린다. 이번 통합 대회에선 한국인 박정환 9단이 우승했지만, 그 직전 도쿄에서 열린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한국의 AI '돌바람'은 8강전에서 탈락했다. 그 결과는 제4차 산업혁명에서 한·중·일 가운데 한국이 가장 뒤져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이 무한 경쟁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으며,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가?
종래 교육은 길을 아는 사람에게 길을 가는 법을 배우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젠 길을 아는 사람이 아닌 길을 찾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야 한다. 정답을 가르쳐주는 교육에서 문제를 찾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교육으로 틀을 바꿔야 한다. 길 없는 길을 만들면서 가야 하는 시대에선 한 가지 정답은 없고 찾는 방법에 따라 다른 해답만이 있을 뿐이다.
근대의 대학 교육은 장기(將棋)형 인재를 양성했다. 학과의 전공 교육은 학생을 장기 알로 키우는 걸 목표로 한다. 이런 체계에서 분류는 권력이 되어 학과를 넘나드는 인재 양성은 불가능하다. 이걸 극복하려는 방안이 융합 교육이다. 이는 바둑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바둑의 흑과 백은 디지털 기호의 0, 1과 같다. 이를 바탕으로 게임이 이뤄진다. 장기 알은 갈 수 있는 길이 정해져 있지만, 바둑돌은 어디에나 놓일 수 있다. 장기 알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전쟁을 하는 봉건시대 전사(戰士)이지만, 바둑돌은 평등한 관계로 공동체의 집을 짓는 민주 시대 시민이다.
인공지능과 벌인 바둑 대결을 통해 인간의 고정관념이 깨졌다. 인간은 귀와 변을 중시하는 바둑을 뒀다. 하지만 전체의 수를 읽을 줄 아는 인공지능은 중앙을 중시하는 바둑을 둠으로써 기보 밖의 묘수를 찾아낸다. 묘수냐 악수냐를 결정하는 건 관계다. 개인들의 인간관계, 국가 간 국제 관계도 마찬가지다. 생태계 전체를 보면, 잡초는 없다. 어떤 관계를 맺느냐로 존재의 의미와 무의미가 결정된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인간의 존재론은 관계론으로 변화한다. '나는 누구인가'는 내가 맺는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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