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세월호 언니 오빠들 기억하고 함께 슬퍼할게요"
[경향신문] ㆍ서울 마곡중 특별수업
ㆍ학생들, 관련 영상 본 후 시쓰기 등 활동하며 눈물…교사 “공감이 가장 중요”
“기억하고 위로하자. 우리 친구들이 가장 많이 써낸 말인데요. 지난 3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한번 볼까요?”
28일 오후 서울 마곡중학교 1학년 5반. 최주연 교사가 영상을 틀자 시끌벅적하던 아이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영상에는 단원고 희생자 학생들의 교실과 유가족들이 진도 팽목항에서부터 광화문까지 삼보일배를 하는 모습, 희생자의 ‘버킷리스트’를 이뤄주기 위해 시민들이 힘을 모아 록공연을 하는 장면 등이 나왔다.
이날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학교에서 준비한 특별수업 ‘함께하는 민주시민-오늘, 4월16일을 기억하다’에 참여했다. 참사 당시엔 초등학교 4학년으로 심각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엔 어린 나이였다. 최근 세월호가 인양되고 이목이 집중되면서 수업시간에 세월호 문제를 질문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전날에 이어 두 번째 수업인 이날은 다른 학교 교사 50여명도 참석해 수업을 지켜봤다. 10여분의 영상이 흐르는 동안 학생들은 숨죽이며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칠판에는 전날 학생들이 작성한 답안지가 게시됐다. ‘침몰 당시 가장 잘못된 점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이라는 질문에 윤영찬 학생은 “탈출하라는 말 한마디를 안 해준 것”이라고 썼다. 아이들은 사고 당시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구조하지 않은 점에 가슴 아파했다. ‘중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질문엔 “세월호를 기억하고 함께 슬퍼하겠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영상을 본 뒤 스물일곱 명의 학생들은 7개 모둠(조)으로 나뉘어 ‘역할 편지쓰기’ ‘희생자는 이런 사람, 그림으로 표현하기’, 생일시 쓰기, 악플을 선플로, 시낭송, 오행시, 희망뉴스 쓰기 등의 과제를 즉석에서 수행했다. 학생들은 세월호 뉴스에 달린 악플을 선플로 바꾸고 이날이 생일인 3명의 희생자를 대신해 생일 소감글을 썼다. 남은 가족과 친구들을 위로하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이 과제에 집중하면서 이날 수업은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끝났다.
배예은 학생은 수업 후 “세월호에 대해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됐다”며 “나쁜 어른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승무원과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먼저 구하고 희생된 것을 알고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박규원 학생은 “학생들보다 선장과 선원이 먼저 구조된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빨리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규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수학담당인 최 교사를 비롯해 국어, 도덕 등 여러 교과목의 선생님들이 모여 영상을 편집하고 학생들과 함께 고민할 과제를 선정했다. 최 교사는 “학생들에게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었다”며 “지난 3년간 유가족들을 가장 괴롭힌 것은 참사 자체보다 이 사회였던 만큼 아이들이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사람으로 자라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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