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마당]유권자도 변해야 '정책선거' 만들 수 있다
[경향신문] 1987년 이후 대한민국의 권력은 더 이상 총구가 아니라 투표함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 개개인이 행사하는 한 표로 우리나라의 지도층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어떤 나라로 만들고 싶은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를 유권자 스스로가 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정치문화는 여전히 과도기다. 구태는 변함없고 부패는 끊이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바둑을 겨루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감정 조장과 금품 제공, 허위 사실이 선거에서 톡톡히 효과를 거두는 모습은 주판알을 튕기던 때와 다를 바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4월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전후로 실시한 유권자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책과 공약이 후보 선택 시 중요 기준이라고 답한 비율은 22.4%에 불과했다. 유권자 대부분은 후보자의 이미지, 소속 정당 또는 그가 태어난 지역을 보고 투표한다는 것이다. 특히, 투표 시 출신 지역이 중요 기준이라는 응답은 선거일 전에 실시한 두 차례 조사에서 1.5~1.6%였으나, 투표 후에는 3%로 2배나 늘어났다.
메시아는 없다. 더 이상 허상에 현혹되지 말자. 그저 우리 삶을 성실히 대변할 사람을 지지하면 된다. 그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그리고 그들이 과연 어떤 정책을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지 진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이것이 정책선거로 가는 첫걸음이다. 정당·후보자가 작성한 선거공보를 연말정산 챙기듯 꼼꼼히 살펴보자. 선거 방송 토론을 오디션 프로그램 보듯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한 마디 한 마디 따져보자. 정책에는 출신 지역이 없다. 살펴보아야 실체를 알 수 있다. 유권자가 정책에 관심을 가질 때 정책선거가 되고 정책선거가 되어야 올바른 후보자 검증을 할 수 있다. 온 국민의 관심 속에 정책선거가 치러지면 정치인이 정책을 함부로 결정하거나 국정을 농단할 수 없을 것이다.
<박형선 | 서울시선관위 공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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