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속고 속이는 진구X임시완..히든카드 박병은 '원라인'

진현철 2017. 3. 2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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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라인'은 단순하게 얘기하면 서로를 속고 속이는 범죄 사기극이다.

할리우드에서 많이 등장했던, 한국에서도 최근 이따금 다뤘던('검사외전' '도둑들' 등) 그 비슷한 소재다.

관객은 그간 임시완이 보여줬던 것과는 다른 모습에 제대로 배신(?)당하기에 영화가 새로워 보인다.

돈을 가진 이가 돈을 더 벌고, 정작 돈이 필요한 이는 대출할 수 없는 시스템적인 문제 등등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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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영화 '원라인'은 단순하게 얘기하면 서로를 속고 속이는 범죄 사기극이다. 할리우드에서 많이 등장했던, 한국에서도 최근 이따금 다뤘던('검사외전' '도둑들' 등) 그 비슷한 소재다.

다른 지점은 사기와는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착한 외모의 임시완을 평범한 주인공 대학생 민재로 기용해 사건을 전개시킨다는 것이다. 관객은 그간 임시완이 보여줬던 것과는 다른 모습에 제대로 배신(?)당하기에 영화가 새로워 보인다. 그의 이미지를 역으로 잘 이용했다.

사기 대출로 받아낸 돈을 왜 돌려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무표정하게 대꾸하는 민재는 착하고 순진해 보이는 얼굴로 전설의 베테랑 사기꾼 장과장(진구) 일행의 뒤통수를 친다. 장과장은 민재의 눈빛과 행동, 배포가 마음에 들어 스카우트하고, '돈맛'을 알게 된 민재는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까지 하며 사람을 구슬리고 결국 자기 사업까지 차린다.

하지만 '비기너스 럭'은 오래가지 않는다. 이 사기 집단의 행동대장이었던 박실장(박병은)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민재가 비상한 두뇌를 사용하지 못하게 싹을 자르려 한다. 이에 민재는 대응에 나선다. 무너지던 임시완은 잠시 이 바닥을 떠나있던 장과장 역의 진구와 같은 편을 먹고, 박병은과 이동휘가 반대편에서 극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간다. 중반 이후부터 진행되는 머리싸움이 이 영화가 힘을 실은 또 다른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기 조장' 영화가 아니라는 일종의 항변이라고나 할까.

전세대출, 보험대출, 차량담보대출은 절대 손대지 말라고 한 정 과장의 충고가 가난하고 불우한 대학생이었던 민재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일깨우는 것들이 있다. 돈을 가진 이가 돈을 더 벌고, 정작 돈이 필요한 이는 대출할 수 없는 시스템적인 문제 등등이 그렇다.

2000년 초반, 대출 자격이 안 되는 이들의 신용 등을 조작해 은행 돈을 빼내던 범죄 '작업대출'. 꿈같은 결말이지만 환상 속 상황이 나름 카타르시스를 전하기도 할 것 같다.

또한 이런 류의 영화는 선의 반대편 인물이 무척 중요한데 박병은은 히든카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긴박하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대부분 박병은을 통해 채워진다. 악역으로 존재감을 강렬하게 뽐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서운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였는지 몰랐다.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 정도다.

S대 출신이지만 허당기 가득한 송차장 역의 이동휘도 이전과는 같은 듯 다른 모습으로 즐거움을 준다. 임시완과 호흡을 맞추는 건달 출신 기태 역의 박종환도 한 번도 보지 못한 신선한 매력의 연기를 펼친다. 이들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열혈 형사 안세하, 무능해 보이는 검사 역의 조우진 등등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렇게 머리 아픈 부분이 없다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후반분 깔끔하지 않은 전개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건 단점이다. 하지만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기에 뺄 수 없었던 것 같다.

양경모 감독은 2000년대 중반의 시대상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소품을 활용했다. 구권 지폐, CRT모니터, 구형 자동차, 플립폰은 물론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거리의 주소와 프랜차이즈 간판까지 그 시대 재현해 성공했다. 131분. 15세 이상 관람가. 29일 개봉.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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