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회장 "朴, 독대 후 서류봉투 건넸는데 내용이.."

한정수 기자 2017. 3. 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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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플레이그라운드 자료 놓고 안종범 측 "朴이 준 것" vs 현대차 "安에게 받아" 공방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김종훈 기자] [(종합)플레이그라운드 자료 놓고 안종범 측 "朴이 준 것" vs 현대차 "安에게 받아" 공방]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2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해 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봉투 2개를 건네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봉투엔 더블루K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에서 작성한 사업제안서가 들어있었는데 황 회장은 모두 '수준 이하'였다고 밝혔다.

◆황창규 KT 회장 "朴, 독대 후 봉투 건네… 터무니없고 상식 밖"= 황 회장은 2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61)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2월18일 박 전 대통령과 독대했을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증언했다.

황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며 "'혁신이 일어나면 대한민국 산업 전체가 바뀐다' 'KT가 선두에 서 달라' 등의 이야기는 중간중간 한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황 회장이 독대를 마치고 일어나려 하자 박 전 대통령은 그에게 봉투 2개를 건네면서 검토해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황 회장은 독대 후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은 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설명하면서 비서실장에게 검토 지시를 내렸다.

황 회장은 나중에 직원의 보고를 받고 내용물이 더블루K의 연구용역 제안서와 영재센터의 'KT스키단 창단계획서'였음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황 회장은 "(독대 다음날) 안 전 수석이 전화를 걸어서 대통령과 이야기한 내용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며 "안 전 수석이 대통령이 건넨 봉투에 대해 잘 검토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KT 실무진은 영재센터가 스키단 규모에 비해 운영경비를 너무 높게 잡았고, 더블루K가 용역대금을 과다하게 요구해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황 회장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미 내부 결론이 났음에도 바로 거절 의사를 표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검토가 끝나고 2개월 뒤에서야 더블루K의 용역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안 전 수석에게 알렸다. 영재센터의 KT스키단 창단계획서에 대해선 아직 검토가 진행 중인 것처럼 안 전 수석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검찰이 이같이 처신한 이유를 묻자 황 회장은 "용역제안서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내용이고 모든 것이 수준 이하였다"며 "대통령이 검토하라고 요청했는데 스키단 창단 제안서까지 거절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농단 사건이 나온 뒤 스키단 창단은 KT가 원했던 대로 없던 일이 됐다"고 밝혔다.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靑 관심 사항이 가장 큰 판단 기준"= 이날 증인으로 나온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61)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경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청와대 관심사항, 대통령 관심사항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며 "청와대가 관심을 갖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도해 다른 기업들도 거의 다 참여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미르재단에 85억 원, K스포츠재단에 43억 원 등 총 128억 원을 출연했다.

김 부회장은 "두 재단은 출연 기업들이 상당 기간 의견을 나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생각돼 자발적으로 설립을 추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검사의 지적에는 "자발적으로 설립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이 "리커창 중국 총리 방한에 맞춰 추진되는 미르재단에 출연하면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현대차에 다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는 김 부회장의 앞선 검찰 진술을 문제 삼자 그는 "청와대가 관심을 갖는 사항이라는 점이 가장 큰 판단의 기준이었다"며 "중국 사업 관련은 중요한 기준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특히 충분한 논의 없이 두 재단 출연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재단의 경우 박 전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는 이유로 충분한 절차 진행 없이 출연을 결정한 것이 맞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런 측면이 있었다"고 답했다. 또 "재단 출연 후 박 전 대통령이 감사 표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정몽구 회장(79)이 독대할 때 안 전 수석이 정 회장에게 KD코퍼레이션을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대표가 자신의 부인과 최씨의 관계를 통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현대차 관련 납품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

김 부회장은 또 최씨가 소유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 커뮤니케이션즈가 현대차 광고를 수주할 수 있게 된 배경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 정 회장이 면담한 뒤 안 전 수석으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 관련 자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安 측 "朴이 준 것" vs 현대차 "안종범이 자료 줘"= 김 부회장은 지난해 2월15일 정몽구 회장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을 면담한 후 안 전 수석으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를 소개하는 팸플릿을 받았다고 밝혔다. 독대를 마치고 대통령 접견실에서 나오던 중 바로 옆 대기실에 있던 안 전 수석이 "살펴봐 달라"는 말과 함께 팸플릿을 건넸다는 것이다.

안 전 수석 측은 해당 팸플릿을 직접 준 적이 없고, 박 전 대통령이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변론했다. 안 전 수석 측 변호인은 "증인(김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개입했다고 진술하기 꺼림칙해서 안 전 수석한테 받았다고 말했고, 지금까지 그 자세를 유지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 부회장은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기억대로 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안 전 수석 측 변호인은 김 부회장의 진술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이 팸플릿을 건네주면서 회사 이름을 언급하는 등 따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나 안 전 수석 본인과 어떤 관계가 있는 회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안 전 수석 측은 이 부분을 언급하면서 "안 전 수석이 팸플릿을 준 사실이 없기 때문에 대화가 없었던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분명히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안 전 수석은 이날 법정에서 미르재단의 기본재산과 보통재산 비율을 9대 1에서 2대 8로 조정한 것도 박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진술했다. 비영리재단이 기본재산을 처분하려면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면 보통재산은 허가없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르재단 자금에 비자금 성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은 재단이 설립되면 사업이 원활히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며 "기본재산보다 보통재산이 많은 편이 더 원활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보통 재단법인이 설립되면 기본재산의 비중이 높은 게 정상이라고 박 전 대통령에게 말했다"며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이 이것(미르재단)은 특별하니까 보통재산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겠다라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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