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경제학 박사 출신 첫 대통령 가능할까?..'낮은 지지율·보수 단일화' 돌파가 관건

전슬기 기자 입력 2017. 3. 28. 18:48 수정 2017. 3. 2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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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 중 유일한 경제학자낮은 지지율 극복해야 할 과제

사진=연합뉴스

바른정당의 대통령 후보로 28일 선출된 유승민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활동한 경제학자 출신이다. 그가 만약 5월9일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 경제학 박사 출신 첫 대통령이 된다.

그가 정치권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마련됐다. 재벌문제 등을 다루는 산업조직론을 전공한 유 후보는 지난 1990년대말 KDI 법경제팀 연구위원 자격으로 김대중 정부의 재벌 정책 수립에 참여했지만, 대기업 사이의 사업 맞바꾸기 등 정부 주도의 빅딜 정책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감봉 징계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경제 참모로 발탁 된 것도 그 즈음의 일이다.

대선 주자로서 유 후보가 지난 가장 큰 강점은 경제 정책에 능통하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절반 이상을 경제 위기 극복에 할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후보는 한동안 경제학자로서의 전문성보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정치권에서 회자됐었다. ‘박근혜의 남자’에서 ‘박근혜의 배신자’로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그는 원조 친박(친박근혜)계로 지난 2005년 부터 지난 2012년까지 박근혜 캠프의 핵심 참모 역할을 했으나 지난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박근혜 정부 정책을 비판한 이후로 ‘배신자’로 낙인찍히며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했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대구·경북)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보수 개혁’을 외치는 정치 인생 역정이 여기서 비롯된 셈이다.

유 후보는 바른정당 경선에 임하면서 ‘박근혜’를 지워버리고 경제학자로서의 전문성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중(中)부담 중(中)복지’에 기반한 점진적 증세, 시장 경제 질서를 존중하는 창업 정책, 미국 금리 인상과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한국판 양적완화, 저출산 극복 정책 등 다른 대선 주자들 보다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공약을 선보였다. 그의 공약 발표는 마치 경제 세미나 같은 느낌도 풍겼다. 경선에서 그와 경쟁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정치 지도자보다는 경제학자 풍모가 더 강하다”고 할 정도였다. ‘경제는 혁신, 안보는 보수’가 그를 대표하는 단어다.

유 후보는 다른 대선 주자들에 비해 확실한 콘텐츠를 가졌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전통적인 보수층으로부터 강한 거부감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배신자’로 불리며 보수층과 TK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유 후보는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에게 ‘잘하라’고 한 게 배신이냐”는 입장이다.

◆ 유승민은 누구인가

1958년 대구에서 태어난 유 후보는 판사 출신인 고(故) 유수호 전 의원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유 후보의 형 역시 판사를 지낸 유승정 변호사다. 유 후보는 경북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박사를 거쳐 KDI 선임연구위원, 공정거래위원회 자문관, 여의도 연구소장 등을 지내며 경제 전문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지난 2000년 2월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 발탁돼 여의도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정치에 발을 디뎠다. 그가 대중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지난 2004년 3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에도 불구하고 천막 당사를 만들며 한나라당의 괴멸을 막은 박근혜 당시 총재의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것이다. 당시 유 후보는 총선에서 갓 당선된 비례대표 초선이었지만 이회창 전 총재의 최측근이었다는 점이 부각되면 박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았다.

이후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2005년 10월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하고 출마한 대구 동구을 재보선에서 당시 여당 실세였던 이강철 후보를 꺾고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게 됐다. 이후 이 지역구에서 4선 의원을 지내고 있다. ‘박근혜의 비서실장’이라는 이미지는 이 때 형성됐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에는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정책메시지 총괄단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시기를 지나며 유 후보와 박 전 대통령의 사이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유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행보를 공개석상에서 비판하거나 2012년 한나라당의 새누리당 당명 개정도 반대했다. 특히 그는 지난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된 후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란 발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복지 정책을 정면 비판해 ‘배신자’로 낙인이 찍혔다. 유 후보는 지난 2014년 10월엔 박근혜 정권 외교안보팀의 무능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얼라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일으키도 했다.

이후 유 후보는 박 전 대통령에게 '배신자'로 낙인 찍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공천 탈락했으나 무소속으로 대구동구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가결을 주장하면서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했다.

◆ 유승민의 공약은

유 후보의 성장 담론은 ‘혁신 성장’이다. 유 후보는 단기 부양책은 성장 전략이 아니며, 수출 주도 성장·재벌 주도 성장·내수 주도 성장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혁신 성장의 핵심 키워드는 창업이다. 정부의 산업 정책 중심축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start-up·신생 벤처기업)으로 옮기는 것이 저성장 탈출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유 후보의 혁신 성장론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 경제 정책이나 다른 대선 주자들의 ‘창업 국가’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방법론에서는 미세한 차이는 있다. 유 후보의 혁신 성장론은 대기업의 창조경제혁신센터 투입 등 국가 주도로 이뤄진 박근혜 정부의 창조 경제나 다른 대선 주자들의 정부의 창업 지원책 확대 보다는 시장의 기능을 강조한다.

사진=연합뉴스

또 유 후보는 대선 주자 중 유일하게 증세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중(中)부담 중(中)복지’다. 모두가 솔직하게 재원 부족을 인정하고, 세금을 올려 복지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과감하게 공약하고 있다.

유 후보는 노동 정책에서도 획기적인 방안을 선보이고 있다. 유 후보는 대선 주자들이 모두 약속하고 있는 ‘동일노동·동일임금’도 한국 노동시장에 적용하기 힘들다며, 비정규직 채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공약을 내놨다.

재벌 정책을 연구한 만큼 대기업의 불공정 경영 행위에 대해서도 강한 규제를 내세우고 있다. 총수 일가가 계열사 일감을 몰아 받기 위해 개인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금지하고, 개인 회사와 그룹 내 타 계열사 간의 내부 거래를 막는 ‘공정한 시장 경제’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유 후보는 육아휴직 3년법을 시작으로 돌발노동을 금지와 칼퇴근법, 초·중·고 자녀에 대한 아동 수당 도입(월 10만원), 가정 양육수당 2배 인상 등의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를 위한 저출산 공약도 약속하고 있다.

중복지 공약으로는 국민연금의 최저연금액을 단계적으로 월 80만원까지 올리고(현재는 평균 36만원 수준), 소득 하위 50% 노인들에 대한 기초연금도 차등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 유승민의 한계는

“참 괜찮은 인물인데, 지지율이 왜 이렇게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

유 후보를 향한 정치권의 평가다. 유 후보는 다른 대선 주자들 보다 경제 정책에 능통하고, 확실한 정책 색깔을 가지고 있지만 낮은 지지율을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유 후보 측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 이후 지지율 반등을 기대했지만, 아직까지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그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 지역 전반에 형성돼 있는 '배신 프레임'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 후보는 보수 진영의 절대 강세 지역인 TK를 지역구로 둔 유일한 대선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TK에서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유 후보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은 오히려 안희정이나 안철수 후보 쪽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유 후보는 향후 보수 단일화 문제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유 후보는 경쟁자였던 남 지사와 달리 보다 광범위하고 유연한 '보수 ·중도 대연합'을 주장해왔다. '연정'을 주장해온 남 후보가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을 청산해야 할 세력으로 규정한 반면 유 후보는 친박(친박근혜) 세력 청산을 전제로 한국당과의 연대나 후보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다만 이러한 유 후보의 보수 단일화는 한국당이 친박계 후보를 대표 대선 주자로 선출할 경우 어려워 진다. 또 유 후보가 요구하는 친박 청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한계다. 유 후보는 본인과 바른정당의 낮은 지지율 탓에 후보 단일화나 연대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본선 경쟁력이 약해져 최악의 경우 대선 완주가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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