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좌재명, 중재인, 우희정 / 박구용

2017. 3. 2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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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다.

정당별 유력 후보가 가려진 분위기다.

중도금을 치를 능력도 없는 후보에겐 중도하차가 답이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어떤 세력을 대표하는 후보라면 끝까지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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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구용
전남대 교수·시민자유대학 이사장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다. 아직 이변도 사변도 없다. 정당별 유력 후보가 가려진 분위기다. 이제 곧 패자들이 하나둘 무대를 떠날 것이다. 완주 다짐도 깊어지는 탄식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중도금을 치를 능력도 없는 후보에겐 중도하차가 답이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어떤 세력을 대표하는 후보라면 끝까지 가야 한다. 패배한 후보의 지지 세력도 정당 안에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이념, 하나의 색깔로 무장한 정당정치는 언제든 한 사람의 독재정치로 둔갑할 수 있다. 민주적 정당정치는 각 정당이 서로 다른 날개를 가지고 있을 때부터 시작된다. 보수냐 진보냐는 상관없다. 민주적 대중정당이라면 서로 다른 성장 배경과 노선을 가진 날개들 사이의 지속적 경쟁 구조를 가져야 한다. 우호적 갈등 구조 없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정당은 전제정치를 재현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대표적인 정당들은 정당 내부에 하나같이 좌·중·우의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진보정당의 우파 날개와 보수정당의 좌파 날개 간의 정책적 차이는 크지 않다. 이렇다고 이들이 당을 깨고 선거 때마다 이합집산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정당 내부의 이런저런 선거에서 승자가 당권을 독식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패자라도 당에 남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당내의 권력투쟁이 정당을 깨는 것이 아니라 더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의 정치 상황을 지켜보면 더불어민주당이 제대로 된 정당정치의 출발점에 선 것으로 보인다. 좌재명·중재인·우희정이라는 세 날개를 가진 균형 잡힌 민주정당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들은 정책과 전망, 그리고 비전까지 확연하게 구별되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뿌리는 같지만 줄기와 잎은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그 때문에 언뜻 유력 정치인을 둘러싼 파벌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들은 파벌이 아니라 날개다. 파벌은 이해관계가 안 맞으면 딴살림을 차리지만 날개는 죽는 날까지 함께 날갯짓하며 공생한다.

민주당의 한 축이었던 세력이 국민의당을 만들어 나간 이후 부러진 우측 날개가 안희정과 그의 지지자들을 통해 매우 빠르게 자라나고 있다. 중앙패권에서 지역자치의 시대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의지와 경험을 갖춘 안희정의 부상은 민주당의 큰 자산이다. 이재명은 민주당의 심장이 왼쪽을 향해 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이후 사회정의와 복지, 환경에서 전위적 의제를 빼앗겼던 민주당이 이재명을 통해 진보의 색깔을 되찾고 있다. 기본소득제 도입과 재벌체제 해체를 내세우는 이재명의 정치적 성공은 또한 민주당의 승리다. 안희정과 이재명의 지지 세력들이 오른쪽과 왼쪽의 두 날개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당 구조를 갖춘다면 민주당은 오랜 영광을 누릴 것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놀라운 학습능력을 가졌었다. 그 능력으로 다른 이념을 가진 세력까지 끌어안고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두 대통령은 집권당에서 좌우 날개가 자라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정파와 정당에서 자유로운 대통령, 국민의 대통령이 되고 싶은 환상이 정당정치의 줄기를 잘라버린 것이다. 건강한 정당정치를 위하여 이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다른 세력을 학습하고 설득하며 포용하는 지도 능력보다, 서로 소통하며 차이를 존중하고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공존 능력이 필요하다. 이재명과 안희정, 그리고 누구보다 문재인이 시험대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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