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대표 가게를 찾아서] 50년 한결같은 '옛날 빵'..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춘천=글·사진 서승진 기자 2017. 3. 2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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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춘천 대원당빵집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대원당은 전국의 빵 마니아들로부터 사랑 받고 있다. 대원당 제빵사들이 28일 오전 제빵실에서 빠른 손놀림으로 빵을 만들고 있다.
대원당 직원이 갓 구워 낸 빵을 진열장에 정리하고 있는 모습, 외부에서 바라본 대원당, 구로맘모스빵 모양, 다양한 빵이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장훈 대원당 사장

28일 오전 강원도 춘천 석사동의 한 가게. 대원당이라는 간판이 내걸린 건물 밖으로 구수한 빵 냄새가 솔솔 새어나왔다. 빵 냄새를 따라가자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제빵실이 눈앞에 나타났다. 하얀 위생복을 입은 한 제빵사가 갓 구워 낸 빵 위에 달콤한 생크림을 듬뿍 발랐다. 또 다른 제빵사는 말랑말랑한 찹쌀 반죽에 담백한 팥소를 넣고 있었다.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오복찹쌀떡이었다. 제빵실 밖에선 여직원들이 먹음직스럽게 만든 빵을 정성껏 포장했다. 텅 비어 있던 진열대는 어느새 세상 어디에서도 같은 맛을 찾기 힘든 대원당의 빵들로 가득 찼다.

50년 역사를 간직한 대원당은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이 빵집의 시작은 1968년 8월 12일. 약사리 고개에서 ‘대원당’이라는 간판을 걸고 빵을 굽기 시작했다. 이날은 대원당 창업주 윤용호(77)씨의 큰 아들 장혁(50)씨가 태어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경북 울진에서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창업주 윤씨는 16살 때부터 빵 만드는 일을 배웠다. 서울 태극당에서 제과제빵 인생의 첫발을 내딛은 윤씨는 서울 뉴욕제과와 연세제과 등 10여 곳에서 기술을 익혔고 춘천 약사리 고개에 대원당이라는 작은 빵집을 냈다. 기술을 배운 지 10여년 만이다.

값싸고 맛있는 빵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가게엔 손님이 몰려들었다. 1985년 약사리 고개 인근 효자동에 4층 건물을 세웠다. 본점에 이어 강원대점, 명동점까지 문을 열었다. 한창 번창할 때엔 직원이 43명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프랜차이즈 빵집이 늘어나면서 운영이 점점 어려워졌다. 결국 본점을 제외하고 분점은 문을 닫아야만 했다. 본점 1곳만 근근이 유지하던 대원당은 2013년 새로운 위기를 맞았다. 가게가 있던 건물이 약사천 복원사업 및 수변공원 조성계획에 편입돼 빵집 위치를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대원당은 45년간 지켰던 효자동을 뒤로하고 2013년 2월 13일 석사동 지금의 자리로 가게를 옮겼다. 이사를 하면 손님이 끊이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대원당의 위치는 바뀌었지만 50년 동안 맛은 그대로였고, 대원당의 빵에는 손님들의 향수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21명의 직원들이 매일 맛있는 빵을 굽고 있는 대원당 가게 안에는 오늘도 ‘옛날 빵’ 맛을 보기 위한 손님들로 북적인다.

지금의 대원당은 창업주의 둘째 아들 장훈(47)씨가 도맡아 운영하고 있다. 세대는 바뀌었지만 ‘항상 좋은 재료에 정성을 담는다’는 정신만은 변함이 없다.

장훈씨가 대원당의 운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군대를 제대한 1993년부터다. 아버지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으라는 제안을 받은 뒤 제과학교를 다니는 등 빵 굽는 기술을 배웠다. 이제 사장이 된 장훈씨는 “가업을 이어가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제빵 일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아버지가 일궈놓은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대원당 빵의 맛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연구하고 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원당이 프랜차이즈의 홍수 속에 살아남을 수 있던 비결로는 ‘정성’과 ‘재료’가 꼽힌다. 윤 사장은 재료와 정성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한다. 그는 “버터크림빵 사이엔 하얀 크림이 들어가는데 100% 버터와 우유를 사용한다”면서 “크림에 100% 버터를 사용하는 빵집은 우리 집 밖에 없다. 크림 사이에 들어가는 고명도 맛을 위해 땅콩 대신 호두를 쓴다”고 말했다.

빵에 최고의 재료와 정성을 쏟다보니 지금은 춘천시민뿐 아니라 전국 빵 마니아들로부터 사랑받는 빵집이 됐다. 춘천에 와서 대원당에 들리지 않고 돌아간다면 제대로 된 춘천관광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대원당의 하루 평균 매출은 500만원으로 연 매출은 20억원에 이른다.

대원당에서 만들 수 있는 빵과 과자의 종류는 모두 500여 가지에 달한다. 하지만 지금은 250여개 품목만 매장에서 판매한다. 직원들의 피로를 줄이는 것은 물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원당의 맛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대원당 최고의 인기 제품은 버터크림빵과 구로맘모스빵이다.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 고소한 크림이 가득 차는 버터크림빵, 딸기잼과 크림이 듬뿍 들어간 구로맘모스빵은 워낙 인기여서 매장에 진열하기 무섭게 동나기 일쑤다.

더운 여름에는 팥빙수도 인기 품목이다. 하얀 얼음 위에 수북이 쌓인 견과류와 설탕에 졸인 밤, 쫄깃쫄깃한 떡, 달콤한 팥은 어릴 적 먹어봤던 옛날 팥빙수 맛 그대로다. 한번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다시 찾는다고 한다.

올해로 개장 반세기를 맞은 대원당은 바로 옆 부지로 확장 이전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할 계획이다. 윤 사장은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대원당을 찾은 손님들이 모두 맛에 만족하며 돌아갈 수 있도록 정성이 가득 담긴 빵을 굽겠다”고 말했다.

■ 윤장훈 대원당 사장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쓰고 정성 들여야 맛있는 빵 만들죠”

“음식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쓰고 정성을 들여야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춘천 대원당 윤장훈(47·사진) 사장은 가게의 인기비결에 대해 평범하지만, 인상적인 설명을 내놨다. 윤 사장은 28일 “TV와 인터넷에서 유명한 맛집이라고 해서 직접 가보면 기대 이하인 집들이 많다”면서 “대원당은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좋은 재료와 정성을 담아 빵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성을 들여 만드는 동네빵집과 대규모 유통에 편리하게끔 만든 프랜차이즈의 빵 맛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50년 전통의 맛을 유지하면서 그 맛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국의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고 벤치마킹하는 등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옛날 맛을 유지하면서 맛을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항상 노력하는 부분을 손님들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원당의 원칙은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힘들면 맛있는 빵이 나올 수가 없다는 점을 윤 사장은 잘 알고 있다. 직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빵의 종류를 줄이고 근무시간도 많이 단축시킨 이유다. 직원들이 가정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그만큼 늘렸다. 윤 사장은 “가정이 화목해야 직장에서도 즐겁게 일할 수 있다”며 “직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아버지와의 의견충돌 등 어려운 시기도 있었으나 윤 사장은 지금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보람된 시간이라고 말했다. 윤 사장은 “아버지가 지난해 쓰러지시기 전에는 빵 만들기와 빵집 운영에서 다소 충돌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가 묵묵히 제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시는데 ‘인정을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보람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아버님의 가르침대로 대원당에서 번 돈을 사람과 재료에 투자해 더 맛있는 빵을 만들겠다”면서 “항상 고객을 맛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가게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춘천=글·사진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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