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3만달러는 절대목표?.. 공허한 숫자놀음, 서민 경제와 괴리

이성희 기자 2017. 3. 2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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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1년째 2만 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고용 한파와 가계부채 등으로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 경제와는 괴리가 크다. 특히 가계 소득이 별로 늘지 않은 데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이는 공허한 숫자놀음보다 소득 양극화와 경기 부양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국민계정 확정 및 2016년 국민계정 잠정’을 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2만7561달러(3198만4000원)로 잠정 집계됐다.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전년(2만7171달러)대비 1.4%(169달러) 증가한 수치지만, 이번에도 3만 달러 달성에는 실패한 것이다.

국내 1인당 GNI가 처음으로 2만 달러에 진입했던 것은 2006년이었다.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들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를 돌파하는 데 5~9년이 걸렸던 반면 한국은 10여년이 지나도록 3만 달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주된 원인은 경제성장률의 둔화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8%였다. 2014년(3.3%)를 제외하면 2012년 이후 줄곧 2%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도 건설투자(10.7%)가 떠받친 성장률이었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 요인도 있지만 구조조정이 필요할 정도로 부실이 악화돼 기업의 수익성과 투자율이 많이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바람에 소비가 활성화되지 못해 내수 침체도 장기화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3만 달러 시대를 코 앞에 두고 있다지만 서민들은 이를 체감할 수 없다는 점이다.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값이다. 다만 총소득에는 정부와 기업, 가계 등 이른바 3대 경제 주체의 소득이 모두 포함돼 있다. 그러다보니 서민들은 자신의 소득보다 많은 금액이 GNI로 산출된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실제로 국민총처분가능소득 1632조6000억원 중 가계 소득은 56.9%(929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정부와 기업 비중은 각각 23.1%(376조8000억원), 20.0%(326조2000)였다. 특히 가계와 기업 소득은 전년 대비 각각 0.3%포인트, 0.8%포인트 하락했지만 정부 소득은 11.1%포인트나 증가했다. 정부 소득 증가의 요인은 세수 호조였다.

사실상 개인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지갑’ 개념인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도 거의 늘지 않았다. 지난해 1인당 PGDI는 1만5632달러로 전년(1만5487달러)보다 0.9%(145달러)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3만 달러 시대가 됐다고 해서 국민 소득이 모두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며 “고소득층인 5분위 소득은 계속 늘지만 저소득층인 1·2분위 소득은 줄고 있다. 전체 증가도 중요하지만 소득의 불평등을 치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숫자 3만 달러가 중요한 게 아니고,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새 정부 초기 침체에 빠진 경제를 반전시킬 수 있는 정책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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