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꼭 PC로만 하라는 법 있나요"

임민철 기자 입력 2017. 3. 28. 17:58 수정 2017. 3. 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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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만드는 모바일앱 '스케치웨어' 주목

(지디넷코리아=임민철 기자)모바일 기기가 기존 PC 역할을 일정부분 대신하고 있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덕분이다. 사람들이 PC에 의존할 이유가 줄었다. 앱을 만들기 위한 프로그래밍 또는 '코딩'만은 예외였다. 이건 당분간 PC의 영역일 거란 시각이 짙다.

상반된 시각을 담은 '앱 만드는 모바일 앱'이 있다. 스케치웨어(Sketchware)다. 스케치웨어는 안드로이드 앱 개발툴이다. 모바일 기기를 쓰는 학생이나 일반인이 미국 MIT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 '스크래치'를 응용한 언어로 앱을 만들고, 커뮤니티나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서로 써볼 수 있게 해준다.

스케치웨어는 지난해 1월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공개됐다. 이를 만든 주인공은 한국 스타트업 '비썸(besome)' 창업자 겸 개발자들이다. 이들은 프로그래밍이 다른 PC기반 작업처럼, 모바일에서도 자연스레 할 수 있는 일이 될거라 내다봤다. 장차 모바일에서 프로그래밍을 쉽게 익히고 앱을 완성할 수 있게 돕는 툴이 필요하리라 예상했다. 스케치웨어는 이런 방향에 대응하려는 비썸의 첫 결과물이었다.

스케치웨어처럼 모바일 기기로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개념은 아직 낯설어 보인다. 모바일 기반 프로그래밍이라고 하면 '모바일 앱' 결과물을 얻는 것으로만 인식된다. 프로그래밍이 다른 컴퓨팅 작업처럼 PC를 넘어 모바일에서 활발해질 것이라는 비썸의 믿음이 실현될 수 있을까? 스케치웨어라는 개발툴의 흥행에 따라 이를 점쳐볼 수 있을 듯하다.

이를 위해 비썸 창업멤버인 김기한 대표, 박성우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지난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다른 비썸의 창업멤버인 기술총괄(CTO) 오문석 이사는 이날 "나라의 부름을 받아" 함께 자리하지 못했다. 두 사람에게 비썸이 스케치웨어로 거둔 성과와 향후 개발 방향, 사업 목표를 묻고 답을 들었다.

스케치웨어 개발사 비썸(besome)의 박성우 CMO(왼쪽)와 김기한 대표


비썸은 스케치웨어의 흥행 가능성을 한국보다 국외 시장에서 높게 바라보고 있다. 서로 활발히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개발 결과물을 공유하는 국외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에 우선 대응키로 했다. 단기간내 수익화보다는 후속 투자 유치 기회를 찾고 있다. 네트워크 데이터 처리같은 더 풍부한 기능을 갖춘 결과물도 쉽게 만들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다. 편리한 모바일 앱 개발이라는 목표와 동기부여에 집중할 방침이다.

공동창업자인 김기한 대표, 박성우 CMO와 진행한 인터뷰를 아래 1문 1답으로 재구성했다.

-일단 회사와 제품(스케치웨어)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스케치웨어는 모바일 환경에서 안드로이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앱이다. 언제 어디서나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회사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첫 결과물이다. 회사 비전은 모바일 환경에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거다. 사업을 하게 된지는 햇수로 3년 정도 됐고, 법인 설립 이후 기간은 2년이 좀 안 된다.

스케치웨어 소개 자료 일부.

-스케치웨어 출시 이래 거둔 성과가 얼마나 되는지

(2016년 1월 출시 이래) 한 번이라도 스케치웨어 앱을 경험한 사람을 나타내는 '누적 다운로드수'가 25만번. 유저당 평균 사용 시간은 15분 남짓인데, 유저 10% 이상은 1시간 넘게 쓰기도 한다. 유기적인 사용자 유입이 89% 정도다. 특별히 다른 마케팅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간 사업적으로도 변화가 있었나

작년에 비해 변화가 많다. 지난해 세운 가입자 유치 규모를 10배 이상 달성하면서 의욕을 많이 얻었다. 올해 1월 프라이머 데모데이에서 피칭을 했다. 인턴십 10기로 참여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후 프라이머와 스트롱벤처스, 2곳에서 투자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자금 측면을 포함해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초기 한국시장 우선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시장 반응 면에선 국외가 훨씬 좋았다. 사용자 95%가 국외에 있다. 한국도 지원 계획이 있지만 글로벌 시장 대응에 더 집중할 예정이다.

■이용 활발한 국외 시장 대응에 주력하기로

-국외 활용이 활발한 이유를 찾는다면

국외 문화가 (한국과) 좀 다른 것 같다. 현직 개발자들이 (이제 입문한 사람들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 보인다 싶으면, 대가 없이 그걸 키워 주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이런 개발자 '도우미'들이 꽤 많다. 스케치웨어 튜토리얼같은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고, 슬랙(Slack) 커뮤니티에 공유해 준다. 우리는 슬랙에서 이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 우리가 모든 걸 제공하기보다 함께 성장하는 구조다.

-국외 시장 대응 확대라든지, 회사의 수익화 시점을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

국외에 나가 일하면 더 좋겠지만, 사무공간 자체는 한국에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오프라인으로 뭘 하려는 건 아니니까. 후속 투자 유치 경과를 보면서 결정해야 할 문제다. 우선 국내보다는 국외 투자를 추가로 유치하고 싶다. 예를 들면 와이컴비네이터의 지원프로그램과 같은. 수익구조를 향후 1~2년 이내에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지만, 당장 수익화 욕심은 많지 않다.

비썸의 앱 만드는 모바일앱 '스케치웨어' 사용화면 예시.

사용자 규모를 늘리고, 기술과 제품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유저들이 더 다양한 기능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예를 들면 '네트워크블록'을 추가해서, 유저들이 고도의 지식 없이도 채팅 앱을 간단히 만들 수 있게 하려고 구상 중이다.

-스케치웨어를 통한 앱 개발이 어떻게 실행되는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블록형 언어인 '스크래치'를 통해 코딩을 한다. 오리지널 스크래치 언어를 안드로이드 앱 결과물로 만들 수 있게 약간 개조했다. 프로그래밍 코드에 대응하는 블록을 시각적으로 조립하면, 그 결과물은 실제 언어 코드로 변환된다. 현업 개발자들이 쓰는 자바와 XML언어로 변환된다. 이건 데스크톱 기반 안드로이드 개발 환경과 상호 호환한다.

단순 교육용을 넘어 실제 개발자가 이동중 손쉽게 앱을 디자인할 때 쓸 수 있다. 개발을 배우는 입장이라면 주어진 예제를 보고 따라하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든 블록이 어떻게 코드로 바뀌는지 확인할 수 있어 배움의 즐거움이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바일 앱을 만들고 공유하는 목적에 집중

-자바 외의 다른 언어 결과물도 제공할 계획인지

아직 결정을 못 했다. 스케치웨어 자체는 C# 등 다른 언어를 추가할 수 있는 구조이긴 하다. 아직 멀었지만, 아이폰용 스케치웨어가 출시된다면 (오브젝티브)C나 스위프트같은 언어 기반 결과물도 얻을 수 있다. 트렌드를 보고 어떤 언어든 호환되게 할 계획이긴 하다.

비썸의 앱 만드는 모바일앱 '스케치웨어'에 추가된 공유프로젝트 메뉴 화면.

-모바일 말고, PC같은 다른 플랫폼용 앱 만들 수 있게 할 생각은 없나

다른 플랫폼을 타깃으로 할 계획은 없다.

-모바일 기기로 코딩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방향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데스크톱 기반의 여러 유용한 서비스가 있었다. 그게 모바일로 이식되면서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사라지는 추세다. 코딩도 마찬가지다. 데스크톱에서만 (프로그래밍을) 해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지금보다 프로그래밍이 더 일상화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게 되는) 미래 삶의 일부가 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유저끼리 결과물을 공개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나

유저간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로 코드를 가르쳐주고 배우는 기능을 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국내외 공통적으로. 사용자간 언어권이 달라도, 같은 툴로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스케치웨어에 '공유프로젝트'라는 메뉴를 추가했다. 유저들끼리 개인 프로젝트 결과물을 올려놓고 그 코드를 돌려보면서 참고하거나 댓글로 의견을 주고받는 공간이다. 만든지 2~3개월만에 3천개 프로젝트가 공유됐다.

-향후 공유프로젝트 메뉴를 어떻게 발전시킬 건가

아직 이름이 없는데, 가칭으로 '스케치웨어 스토어(store)'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앞으로 유저들이 자기 앱에 광고를 추가하는 기능을 붙일 예정이다. 앱에서 발생한 수익을 개발자와 플랫폼 제공하는 우리가 나눠 갖는다든지 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연동 기능도 더하려고 한다. 제작자의 '코딩과 앱 만들기'라는 본질적 동기를 희석하지 않는 선에서, 페이스북 '좋아요' 수 반영과 같은 부분을 구상한다.

임민철 기자(imc@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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