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상호 윈윈..교역 활발·양국내 일자리 창출

2017. 3. 2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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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무역협정팀장

지난 2012년 3월 15일 발효된 한미FTA가 올해 5주년을 맞이했다. 한미FTA는 추진 초기부터 발효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쳤다. 대내적으로는 소위 ‘4대 선결조건’부터 광우병과 독소조항 논란까지 다양한 반대의견이 존재했고, 대외적으로도 2007년 타결 이후 미국측의 요청으로 2010년 추가협상을 거쳐 발효됐다.

한미FTA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추진 당시의 정책목표와 타결시점의 기대성과가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얼마나 잘 달성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한미 FTA의 목표는 비단 세계 최대시장에 대한 접근성 개선 뿐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국에 대한 대외신인도 향상, 국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서비스 산업의 발전계기 마련, 글로벌 스탠다드의 적용확대 등을 통한 경제전반적인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더 중요한 기대성과였다. 또한 한미동맹관계를 군사동맹에서 보다 포괄적인 안보-경제동맹으로 한층 심화시키는 비경제적 효과도 고려됐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미FTA의 성과를 충분히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된다. 다만 FTA가 5년차를 맞이하는 지금,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제한적으로나마 그 중간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방향을 검토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국내적으로 발효 이전의 거센 논란에 비해 발효 이후에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는 반면, 오히려 미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싸고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미FTA를 둘러싼 미국내 논의의 핵심은 발효 이후 한국과의 상품수지 적자폭 확대와 이로 인해 영향을 받았을 일자리 문제로 보인다. 대선캠페인 기간동안 트럼프는 한미FTA에 따른 무역적자 확대로 미국내 일자리가 10만개 줄어들었다며 한미FTA를 일자리 킬러라고 비난했고, 지난 3월 1일 공개된 미국의 2017 무역정책 아젠다에서도 한국과의 상품 수지 적자폭이 2배 이상 확대되었는데 이는 협상으로부터 기대되는 결과가 아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무역적자 확대는 한미FTA의 결과라기 보다는 글로벌 경제침체에 따른 한국내 수입수요 감소가 더 큰 원인이고, 한미FTA로 인한 교역확대와 투자증진에 따른 일자리 창출효과가 적지않았다는 반론도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내 논란에 초점을 맞춰 지난 5년간 한미FTA가 상호 윈윈의 결과를 가져왔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양국간 상품교역을 살펴보면, 어려운 대외 여건 가운데 한미FTA가 양국 교역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성장세 둔화와 교역 부진 속에서도 발효 이후 5년간 한국의 전체 교역은 3.5% 감소한 반면, 미국과의 교역은 연평균 1.7% 증가했다. 또한 같은 기간 한국의 총수입은 9.4% 감소했으나,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오히려 0.4% 증가했다. 한국의 수입수요 감소로 미국의 대한국 수출증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시장내 경쟁국과 비교하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2012년 한국의 총 수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3%였으나, 2016년에는 그 비중이 10.6%로 높아져 발효 5년 동안 시장점유율이 2.3%p 증가했다. 미국의 총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2.6%에서 2016년 3.2%로 0.6%p 높아졌다. 

이러한 통계는 한미 FTA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양국간 교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미 FTA의 직접적 효과로 한국의 대미국 수출은 12.69%, 미국의 대한국 수출은 4.86%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수치는 FTA 발효 전후 총 증가율의 약 1/3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한미FTA가 없었더라면 양국 교역증가율은 현재의 2/3 수준에 그쳤을 것임을 의미한다. 또한 전체 수출입 품목에서 미국과의 수출입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1년과 2015년간 비교한 결과, 수출은 3.3%p 수입은 2.0%p 늘어난 것으로 계산되었다. 이는 한미FTA를 계기로 그 전에는 교역하지 않았던 다양한 품목들을 서로 수출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새로운 기업들이 수출시장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나타낸다. 

한미FTA 이후  한국의 대미 서비스 수출은 주로 운송서비스에서, 수입은 지식재산권 사용료와 통신, 컴퓨터, 정보서비스 등에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식재산권 기간연장으로 인해 미국으로부터의 총 서비스 수입은 16.2% 늘어난데 비해 지식재산권 수입은 39.8% 증가하였다.

또한 법률서비스 시장개방이 본격화되면서 98명의 미국변호사와 22개의 미국 법률사무소가 진입했은데, 이는 전체 외국인 변호사와 외국법 자문사가 각각 128명과 27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2012년~2015년간 한국의 미국으로의 투자는 229.36억 달러로, 같은 기간 미국으로부터의 투자 162.87억 달러를 상회한다. 또한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해외투자가 16.8% 증가한데 비해, 미국으로의 투자는 28.5% 증가했다는 점에서도 한미FTA가 한국기업의 미국진출에 기여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일자리 효과를 살펴보면, 앞서 소개한 한미FTA로 인한 상품교역 확대로 한국과 미국내 일자리가 각각 3만3357개와 1만6797개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한국 기업의 미국으로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주요 12개 한국기업들이 미국내에서 2만5000여개의 일자리를 추가 창출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따라서 상품교역에서 양국은 모두 한미FTA로 인해 교역확대와 다양성 증가의 혜택을 입었으며, 서비스와 투자 역시 활발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상품교역에서, 미국은 서비스와 투자에서 다소간 더 혜택을 입은 것으로 판단되며, 전체적으로는 양국에게 상호 호혜적인 성과를 가져왔다고 평가된다.

최근 미국은 TPP에서 탈퇴하면서 TPP회원국들과 양자FT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주요 적자상대국들을 대상으로 기체결 협정을 재검토하고 불공정 무역행위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미국내 기류로 인해 한미FTA 재협상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한국 역시 발효된 지 상당기간이 경과한 FTA에 대해서는 자유화 수준을 높이거나 이행의 개선을 위한 업그레이드 협상을 검토하거나 추진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한미FTA의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더 기다려야 하고 정작 미국이 관심을 보이는 무역수지 적자문제를 재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미FTA가 발효 5년차에 접어들면서 대부분 품목에 무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므로 오히려 효율적 이행에 초점을 맞춰 협력 채널을 강화하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이 효과적일 것이다. FTA를 계기로 현재의 중간재 위주에서 소비재 중심으로 양국 무역을 확대하고, 특혜관세 활용률이 낮은 산업에 대한 원인 진단과 제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생산과 고용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한미FTA를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애로사항 해결과 제도적 뒷바침에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한미FTA를 계기로 도입된 제도와 규범의 영향력이 파급되면서 긍정적인 성과들이 나타나는데 걸림돌은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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