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블록체인, 본질부터 이해하자
최근 인공지능 기술과 함께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도 이 기술을 인공지능 기술과 함께 4차 산업혁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글로벌 대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는데, 스페인의 산탄데르 은행은 금융업계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경우 2022년까지 연간 20조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발표하였고, 골드만삭스는 자본시장에 적용될 경우 매년 7조 원 이상의 비용절감이 가능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블록체인과 관련한 뉴스가 많이 보인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누가 누가 빨리 이 기술을 도입할 것인지 속도 경쟁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뉴스와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최첨단 기술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이해가 되고 제대로만 한다면 커다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국내에서의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한 발표와 대응이 진짜 블록체인 기술이 가지고 있는 본질과 철학에 역행하는 것들이 많아 잘못하면 실효성과 혁신성 중에 어느 것 하나 잡지 못하고 그냥 기술에 대한 홍보와 브랜드 마케팅용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아 보인다.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은 '분산'된 '원장(ledger)'을 관리하는 기술이다. 원장은 은행이나 사업체 등에서 발생하는 거래를 기록하는 장부를 말하는 것으로, 각 주체가 독립적으로 기록하여 보관하거나 중앙의 관리인 또는 제3의 신뢰기관이 관리하고 배포하는 방식으로 그동안 관리가 되어왔다. 전통적으로 돈을 다루는 금융원장은 각 기관들이 보관하고 관리하며 규제 및 감독기관에 이를 보고하고, 청산 및 결제기관이 이를 검증하고 결제를 완결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원장들이 불일치하거나 실시간으로 최신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 이를 맞추기 위한 시간과 절차 등이 필요하다. 참고로 이 과정에서 중앙집중적으로 개인들의 금융장부인 통장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 공인인증서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정부기관을 통해 중앙집중적으로 관리하고 금융거래를 하도록 해왔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이를 승인된 참여자가 함께 기록하고 보관한다.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원장이 최신이며 정확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원장이 분산됐다고 말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분산원장은 크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무허가형 분산원장(Permissionless distributed ledger)과 허가된 소수만 참여하는 허가형 분산원장(Permissioned distributed ledger)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전 세계 널리 알린 비트코인이나 최근 급부상하는 이더리음 등은 무허가형 분산원장이고 우리나라 금융권에서 발표하는 대부분의 신기술은 허가형 분산원장으로 이해하면 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무허가형 분산원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가지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장점인 '분산'이라는 철학을 잘 지키고 있으며, 다양한 연계기술 역시 개방화돼 있어서 인터넷과 같이 그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고,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자연발생적으로 대처하는 생태계가 등장하면서 해소가 된다. 그렇지만, 필연적으로 특정 서비스에 적용될 때 적지 않은 부작용과 문제점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그에 비해 허가형 분산원장은 주로 금융권 주체들을 중심으로 합의를 통해 만들고 참여하는 컨소시엄의 형태로 진행될 수 있으며, 시스템 참여자도 엄격하게 통제할 수 있어 실정법에 맞추어 법적 책임과 규제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결국 블록체인의 진짜 장점인 '분산'이라는 철학이 금융산업 기득권 아래에 갇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파생혁신 등도 나타나기 어렵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허가형 분산원장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런 방식으로 진행을 한다면 최대한 이런 컨소시엄에 들어올 수 있는 곳들이 많이 늘어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를 갖춰야 할 것이며, 글로벌 수준에서 진행되는 컨소시엄과의 연계성도 염두에 두어야 그나마 이 기술을 도입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기술이 기존의 공인인증서나 자체 금융시스템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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