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치기vs뻥축구' 신태용호가 슈틸리케호와 다른 세가지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2017. 3. 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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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만한 아우가 없다’지만 한국 축구는 거꾸로 흘러간다.

신태용 감독(47)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4개국 초청대회에서 선전하고 있다. 신 감독이 부임한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았지만 U-20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팀을 상대로 2연승을 달리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월드컵대표팀과 대비된다. 당장 몇 경기 결과의 문제가 아닌 내용의 문제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20살 아이들이 오히려 성인 대표 선수들보다 경기를 풀어가는 수준이 낫다”며 “형과 아우가 바뀐 꼴”이라고 지적했다.

■세트피스 2G 3골 vs 6G 0골 ‘신태용의 아이들’은 세트피스라는 무기를 장착했다. 세트피스는 전력이 약한 팀도 준비만 잘하면 이길 수 있는 무기다. 정확하게 계산된 킥과 약속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면 짧은 훈련으로도 골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신태용호 수비수 정태욱(아래)이 지난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4개국 초청대회 1차전에서 세트피스로 선제골을 터뜨린 뒤 팀 동료들과 함께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신 감독은 한찬희(전남)와 이진현(성균관대)을 각각 오른발과 왼발 키커로 낙점한 뒤 장신 선수들의 머리를 노려 온두라스전 1경기에서만 세트피스로 3골을 뽑아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2)이 수장인 월드컵대표팀은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6경기에서 세트피스로 단 1골도 뽑아내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중국과의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상대 자책골로 얻어낸 득점이 손흥민(토트넘)의 프리킥에 이은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헤딩으로 나온 정도다.

■돌려치기와 뻥 축구 공격을 풀어가는 방식도 동생이 더 매끄럽다. 스페인이 자랑하는 패싱 게임인 ‘티키타카’를 짧은 시간에 이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단순히 패스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선수들이 빈 공간을 파고드는 패스 앤 무브로 상대를 괴롭힌다. 당연히 성공률도 높다. 실제 잠비아전에선 단 7개의 슈팅을 기록했지만, 득점은 4골이 터졌다.

신태용호 백승호가 지난 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4개국 초청대회 2차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신태용의 아이들은 이 전술을 돌려치기라고 부른다. 바르셀로나 유스시스템 출신인 백승호와 이승우가 양 측면에서 공격의 틀을 잡아주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백승호는 “짧은 시간이지만 즐겁게 패스 플레이를 훈련해 실전에서도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형님들이 중국전에서 자기 자리만 머물면서 ‘뻥축구’만 고집했던 것과 비교된다. 월드컵대표팀은 최종예선 6경기에서 크로스를 89번 시도해 단 12번만 제대로 전달했다. 성공률을 따진다면 13.5%에 불과하다.

■팔색조 전술 다채로운 전술도 동생들의 차별점이다. 신 감독은 온두라스전에선 공격에 힘을 실어주는 4-1-2-3 포메이션을 가동했지만, 잠비아전에선 중원 장악이 강한 4-2-3-1로 변화를 줬다. 상대가 예측하기 힘든 것도 강점이지만, 부상 등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부분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적장인 베스톤 참베시 잠비아 감독은 “한국은 전술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 그런 한국을 상대한 것이 우리에도 좋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월드컵대표팀은 ‘플랜 B’(대안)가 없다.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이래 전방에 최전방 골잡이 한 명을 배치하는 4-2-3-1 포메이션을 고집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술 변화가 필요하다는 비판에 대해 “포백이 아닌 스리백을 쓰라는 말이냐”며 일축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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