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김재욱, 현실과 이상 사이 치열한 고민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배우 김재욱은 많은 부분에서 참 의외였다. 처음 눈이 갔던 화려한 외모는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 연기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철학을 지닌 '배우 김재욱'이 있었다.
지난 12일 종영한 케이블TV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극본 마진원·연출 김홍선)는 범죄 현장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112 신고센터 대원들의 치열한 기록을 담은 수사 드라마다. 김재욱은 극 중 희대의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모태구로 분했다.
김재욱이 '보이스'에 출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모태구라는 캐릭터가 지닌 매력 때문이었다. 잔혹한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인 모태구가 실제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고, 접할 수 있는 종류의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 김재욱은 모태구의 대사 한 줄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많은 배우들이 그럴 것 같아요. 선이든 악이든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한테는 흥미가 가기 마련이에요. 그런 인물을 연기하게 됐을 때, 배우로서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인물을) 풀어내느냐에 따른 호기심은 말할 수 없게 크죠. '내가 어디까지 모태구라는 인물을 풀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이 굉장히 컸어요."
모태구의 매력에 매료된 김재욱이었지만, 극에 등장하기까지 잠시간 기다려야 했다. 모태구가 극 중반인 8회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설정이었기 때문. 물론 본격적인 등장 전 검은 우비를 입고 살인을 하는 모습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 인물이 모태구라는 것, 그리고 이를 연기한 배우가 김재욱이라는 것은 8회가 되어서야 밝혀졌다. 또한 다른 출연배우조차, 김재욱이 모태구라는 것을 나중에 방송을 보고서야 알게 됐다고. 이에 김재욱은 "제가 출연하는 드라마인데, 출연한다고 말 못 하는 점이 짜릿했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극 중반에 투입되는 것에 있어 부담감이 없었냐는 질문에 김재욱은 없었다고 했다. 김재욱은 "시청자의 입장으로 드라마를 보니까, 흥미롭고 재밌었어요"라면서 "다른 배우들이나 제작진 분들이 잘 만들어 놓은 작품 안에 얼른 들어가서 '나도 빨리 재밌게 놀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죠"라고 말했다.
"자신감이 있었기보다는 두려움이 없었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중반부터 출연하는 것으로 인한) 불안감이라든가, '이게 잘못되면 안 될 텐데'라는 마음이 있기는 했지만 기대가 더 컸었어요."
선천적인 기질과 과거 아버지의 살인 행각을 목격한 뒤 형성된 트라우마로 인해, 자신 스스로를 절대자로 칭하며 '처단'이라는 이름 하에 살인 행각을 즐기는 모태구다. 이렇듯 모태구는 악의 정점에 놓인 인물이라 말할 수 있지만, 사실 그동안 많은 작품들에서 다뤄졌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는 점에서 차별화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이에 김재욱은 "그 부분을 크게 고민하지 않았어요. 성운시에 살아가는 모태구라는 인물은 다른 작품에서는 없었을뿐더러, 모태구를 연기를 하는 게 김재욱이라는 배우이기 때문"이라면서 "외향적인 느낌이라거나 제가 해석하는 모태구라는 인물이 (다른 작품 속) 어떤 인물과 연상이 되겠지라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오히려 김재욱이 고민한 부분은 다른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 캐릭터와의 차별점이 아니라, 모태구가 지닌 양면성에 대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었다. 재력과 지력, 거기다가 젠틀하고 수려한 겉모습을 지닌 모태구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본성은 잔혹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에 김재욱은 현장에서 직접 연기하며 모태구의 양면성에 대한 밸런스를 조절해나갔다. 신사적인 매너와 깔끔한 차림새의 성운통운 대표이면서, 케터벨로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르며 광기를 폭발시키는 살인마의 양 극단을 김재욱은 적절히 조절해나갔고, 이 과정을 통해 모태구는 점차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변모해나갔다.
물론 어려움은 있었다. 비교적 적은 신들 안에서 모태구라는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 이에 김재욱은 그 적은 신만으로 모태구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모태구라는 인물에 대한 집중을 통해 고안해낸 디테일한 설정들을 극에 녹여냈다고.
그러면서 김재욱은 극 중 모태구가 심대식(백성현)을 죽이려 케터벨로 내려치기 전 위협을 가하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해당 장면에서 모태구는 심대식에게 "너 인간이 뭘로 완성되는지 알아?"라면서 자신의 손바닥을 칼로 그은 뒤 "고통이야"라고 말하며 살벌한 면모를 드러냈다. 김재욱은 해당 장면에 대해 "그때 대사를 하는데 '고통이야'라는 말이 되게 정확하게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대사 '툭'치고 '툭' 죽여도 되는 건데, 그 장면이 전혀 깨질 것 같지 않았던 태구가 감정에 휩싸이기 시작하면서 붕괴되는 지점이기 때문에 강렬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에는 김홍선 감독님이 저를 전적으로 믿어주셨어요. 제가 모태구로서 마음껏 놀게 해주셨는데, 그 과정에서 과해 보이는 부분은 덜어주시고 부족해 보이는 부분은 한 두 마디 말씀해 주셨죠. 호흡이 잘 맞았어요. 저와 현장에서 조절해나가는 과정에서 감독님 스스로 그려오신 태구를 고집한다거나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비단 감독님 뿐만이 아니라, 함께 촬영했던 제작진이나 배우들이 태구를 신뢰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움츠러들지 않고,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해봤던 것 같아요."
장르물의 명가 OCN이 또다시 내놓은 장르물 '보이스'는 '목소리'라는 신선한 소재와 범죄 수사물로서 기본기에 충실한 필력과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호연으로, 평균 4%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러한 '보이스'의 흥행의 중심에는 김재욱이 연기한 모태구가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젠틀한 외피 속에 잔혹한 악마성을 지닌 모태구는 강권주(이하나)와 무진혁(장혁)과 대결 구도를 이루며 극 후반부 이야기 전개의 한 축을 담당했다. 강권주와 무진혁의 추격에 점차 폭주하며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모태구로 '보이스'는 마지막까지 팽팽한 극적 긴장감을 유지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전에 없던 희대의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완벽하게 연기해낸 김재욱에 대해 아낌없는 호평을 보냈다.
김재욱은 "많은 분들이 일단 알아주신다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연기의 만족도라든가 애정은 두 번째 문제예요. 그렇기 때문에 모태구는 잊지 못할 캐릭터임은 분명하고, 꼭 한번 만나고 싶었던 인물을 연기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요"라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렇듯 김재욱은 '보이스'로 탄탄한 연기력을 마음껏 펼쳐내며, '김재욱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로 인해 그의 차기작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쏠려있는 상황. 이에 김재욱은 "배우로서 주목해주시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저의 (다음) 선택이 지금까지와는 크게 달라지지 않게 하려고요"라고 했다. 즉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당장의 눈앞에 놓여있는 인기를 쫓기보다는 연기적인 소신에 따라 작품을 선택하겠다는 것.
지난 2013년 군 제대 후 출연작만 봐도, 김재욱은 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선택을 해왔다. 대중성보다는 비주류에 가까운. 이는 김재욱이 연기를 시작하면서 갖고 있던 소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중성에 편향된 작품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저는 저와 다른 선택을 하는 모든 배우들의 길과 선택을 진심으로 존중해요. 모든 배우들은 각자의 길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제가 그런 대중적인 관심이라든가 인기를 우습게 보거나 등한시하는 게 아니라요." 어떤 작품으로든지간에 대중 앞에 섰을 때 창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기에 본인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어 김재욱은 "'내 연기만 할 거야'라는 생각이었으면, 집에서 혼자 연기하면 되죠. 어쨌든 대중문화 산업이고, 저도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이의 밸런스를 참 잘 잡고 싶어요"라고 담담하면서도 강단 있는 말투로 소신을 드러냈다.
이처럼 김재욱은 대중적인 인지도를 올려 인기를 얻어야 하는 '현실'과 처음 마음 가짐처럼 비록 비주류여도 자신의 연기적인 소신을 이어나가고 싶은 '이상' 사이에서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런 김재욱이 찾게 될 현실과 이상 사이의 중간점은 무엇일까. 누구보다도 이 배우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고, 또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하고 싶은 이유다.
"늘 궁금한 배우이고 싶어요. 제가 작품을 맡았을 때, 어떤 역할이든간에 제 연기를 궁금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더좋은 이엔티, CJ E&M]
김재욱|보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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