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못쓰는 '하이패스 룸미러' 끼워팔기?

 일부 완성차 업체가 장애인 통행료 할인 기능이 없는 '하이패스 룸미러'를 장애인용 차종에 편의품목으로 장착하거나 선택품목 패키지에 끼워 넣어 판매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막상 장애인 운전자들은 할인 기능을 갖춘 하이패스 단말기를 별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27일 현대차에 따르면 쏘나타 LPi 장애인용은 선택품목으로 '8인치 스마트 내비게이션+블루링크+사운드 시스템+ECM 룸미러+하이패스 시스템'을 묶어 105만원에 제공한다. 2.0ℓ 가솔린 트림에선 하이패스 시스템을 제외한 나머지 4가지 편의품목이 85만원에 판매되는 만큼 하이패스 시스템 가격이 2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하지만 8인치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기 위해 함께 선택해야 하는 하이패스 룸미러엔 장애인 통행료 자동 할인 기능이 없다. 따라서 장애인 운전자는 별도 단말기와 지문인식기를 구입해야 한다. 차 내에 비치된 하이패스 룸미러와 호환이 불가능해 세트로 구매하는데, 급수에 따라 가격이 약 5~8만원에 이른다. 이 경우 20만원을 주고 장착한 하이패스 룸미러는 무용지물로 전락한다.  

 그나마 기아차는 K7 LPi 장애인용에서 하이패스 룸미러를 24만원에 개별 선택품목으로 제공하거나 고급 트림의 기본 편의 품목에 포함시켰다. 르노삼성도 SM6 LPe 장애인용 LE 트림에서 하이패스 시스템을 기본 탑재한다. 현대차와 같이 패키지에 끼워 넣는 식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편의품목을 추가해 차 값을 높인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두 경우 역시 장애인 통행료 할인 기능은 없다. 

 제조사들이 하이패스 룸미러에 장애인 통행료 할인 기능을 넣지 않은 이유는 탑승자가 누구냐에 따라 할인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장애인 소유의 차라도 탑승자가 일반인뿐이라면 통행료 할인을 받을 수 없어 일괄적으로 할인 기능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장애인용 자동차 출고자의 대부분은 일반인 가족으로, 일반 하이패스 룸미러 장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는 제조사가 하이패스 룸미러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편의품목과 묶어 판매하거나 애초에 선택할 수 없도록 기본 품목으로 구성하는 것은 장애인 운전자의 선택권 축소라는 것. 따라서 온전히 사용할 수 없는 하이패스 룸미러는 기본 품목에서 제외하고 개별 선택품목으로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일반 하이패스 룸미러는 오히려 장애인 운전자 가족들의 요청이 많아 제공하는 것"이라며 "장애인용 하이패스 단말기는 별도의 판매자가 있어 제조사가 손댈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하이패스 단말기 제공업체는 "단말기와 지문인식기를 별도로 구매할 수 없다"며 "완성차가 제공하는 하이패스 룸미러와 호환이 안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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