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펀치'의 박경수 작가가 '귓속말'에서 한층 날카로운 촌철살인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법비'들을 겨냥했다.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극본 박경수·연출 이명우)이 27일 밤 첫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신영주(이보영)가 아버지 신창호(강신일)의 살인죄 누명을 벗기려다 실패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신념의 판사 이동준(이상윤)은 법무법인 태백의 계략과 로비에 휘말려 신창호의 무죄를 알고도 유죄와 징역 15년을 선고하는 부패한 판사로 전락했다. 이에 신영주는 이동준을 꼬여내 하룻밤을 지낸 뒤 영상으로 증거를 만들어 아버지를 빼내라고 협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신영주 부녀의 위기에 이동준의 몰락 그리고 이들을 죽였다 살리는 법무법인 태백의 대표 최일환(김갑수)의 능수능란함까지. '귓속말'은 이 모든 광경을 첫 방송 60분 안에 모두 담아내며 밀도 높은 드라마를 선사했다. '귓속말'은 이처럼 빠른 전개 속에 악의 세력 '법비'를 향한 문제 의식을 유지해 눈길을 모았다.

기본적으로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적으로 만난 신영주와 이동준이 동지로, 그리고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여기에 제작진은 인생과 목숨을 건 사랑을 통해 법비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과정을 보여줄 전망이다.

이에 드라마는 최일환을 위시한 태백부터 법비로 통칭되는 집단을 모두 악의 세력으로 규정했다. 법비란 법을 악용하는 도적 떼를 일컫는 말이다. 극중에서는 국내 최대 로펌인데다가 전직 고위직 공무원들로 구성된 고문단을 앞세워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태백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귓속말' 첫 방송부터 이 법비들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방산비리의 뒤에 숨어 신창호의 동료를 죽였고, 신창호를 살인자로 몰았다. 이 진실을 캐려는 신영주는 경찰에서 파면시킨 뒤 살인자의 딸로 만들었다.

더욱이 이동준은 법비를 경멸하다 그들과 같은 족속으로 전락했다. 신념의 판사로 추앙받던 그 역시 태백의 영향력이 닿는 법관 및 법조계 관계자들로 인해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한 것. 급기야 그는 최일환의 딸 최수연(박세영)과 정략 결혼하며 태백의 변호사로 취직했다.


태백, 최일환 등 '귓속말'의 법비는 단순히 권력을 쥔 악인이 아니었다. 어느 때보다 지능적인 악역이었고 법을 이용해 자신들의 악행을 합리적으로 둔갑시키는 작자들이었다. 이에 '귓속말'은 시청자로 하여금 법의 뒤에서 법을 이용하며 악행을 일삼는 현실 속 악인들의 존재를 뼈저리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무엇보다 '귓속말'에서는 이 같은 악인을 향한 박경수 작가 특유의 비유와 촌철살인이 가득했다. 박경수 작가는 최일환의 입을 통해 "악은 성실하다", "신창호를 밟고 올라오라"라며 경고했다. 지위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악인들의 단면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또 그는 신념을 가졌던 판사 이동준의 입을 통해서는 "모두 마음을 바꾸니까 세상이 안 바뀌는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더불어 이동준을 찾아간 신영주의 입으로는 "언제부터 피해자가 무죄를 증명해야 하는 세상이 됐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 불법과 손잡아야 하는 세상 내가 만들었나. 이 세상에 힘, 권력 다 나쁜 놈들이 갖고 있더라"라고 절박한 서민들의 심경을 대변했다.

박경수의 촌철살인과 명대사는 '귓속말'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그는 앞서 드라마 '펀치', '추적자 더 체이서(THE CHASER)', '황금의 제국'에서도 각각 부패한 검찰, 정치권, 재벌들을 고발했다. 특히 이 드라마들에서 재치 있는 풍자와 비유, 일침을 날려 시청자의 가슴에 울림을 남겼다.

'귓속말'은 법비라는 광범위하고도 지능적인 안타고니스트를 설정함으로써 박경수 작가의 비유와 촌철살인의 매력을 십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첫 방송부터 명대사들이 넘쳐 나는 상황. 박경수 작가가 시청자에게 '귓속말'로 속삭일 다음 명대사는 뭘까. 따갑고 속 시원한 한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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