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das.cup] 신태용 감독은 보물찾기에 푹 빠졌다

정재은 입력 2017. 3. 28.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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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재은(천안)]

“이렇게까지 잘 따라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신태용 감독이 말했다. 그가 이끄는 U-20 대표팀이 잠비아에 4-1 대승을 거뒀다. 아디다스 U-20 4개국 축구대회 두 번째 경기였다.

지난 2월, 포르투갈 전지훈련 이후 선수들에 “반반이다. 실망한 부분도 있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지 않을까…”라 말했던 그가, “상당히 잘 따라오고 있다”며 흡족해했다. 끌어모은 '원석'들이 일주일 간의 훈련과 아디다스컵을 통해 다듬어지고 있다. 반짝인다. 신 감독은 신나게 ‘보물찾기’ 중이다.

# 수비 라인 윤곽이 보인다

신 감독은 온두라스전 이후 고민에 빠졌다. “모든 선수에게 기회를 동등하게” 줘야 할지, “실전처럼 조직력을 다지면서” 경기를 치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의 선택은 후자였다. 온두라스전에서 선발로 나온 11인 중 8명이 잠비아전에 그대로 출전했다.

백포(back 4) 라인에 신찬우 우찬양 이상민 윤종규가 선발로 섰다. 초반부터 불안한 모습이었다. 2분도 채 되지 않아 우찬양이 패스미스로 공을 빼앗겼다. 4분 후 우찬양의 패스미스가 또 나왔다. 잠비아가 역습 기회를 노렸다. 두 상황에서 각각 이진현, 한찬희가 빠르게 공을 되찾았다.

신찬우는 라인을 한껏 끌어올려 전방에서 준수한 패스 플레이를 보였다. 하지만 수비에선 상대 움직임에 속아 공간을 내줬다. 약 15분 동안 잠비아는 세 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보였다. 이른 시간 신찬우가 정태욱과 교체됐다. 원인은 과도한 긴장으로 인한 근육통이었다. 중앙에 있던 우찬양이 좌측으로 자리를 옮기고 정태욱-이상민이 센터백 조합을 맞췄다.

정태욱은 195cm 큰 키를 이용해 공중볼을 쉽게 따냈다. 잠비아가 올린 크로스를 머리로 가볍게 걷어냈다. 온두라스전서 잦은 실수를 범했던 이상민도 이날 안정적이었다. “그런 실수로 더 굳어질 것”이라던 신 감독의 말이 맞았다.

우찬양은 측면으로 자리를 옮기자 날개를 달았다. 공격 시 대기하고 있다가 볼이 측면으로 향할 시 달려나가 크로스를 올렸다. 이 과정에서 백승호의 골이 나왔다. 윤종규 역시 전방으로 나가 백승호, 이진현, 이승우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신 감독이 풀백에게 요구하는 '공격력'이 빛을 발했다.

# 이진현 발탁은 탁월했다

온두라스전에서 U-20 대표팀의 포메이션이 4-1-2-3에 가까웠다면, 잠비아전은 4-2-3-1이었다. 이진현이 한층 전진해 이승우, 백승호와 합을 맞췄다. 이진현은 “경기 전날 감독님께서 ‘너 섀도 스트라이커로 쓸 거다’라고 말씀하셨다”라고 설명했다.

성공적이었다. 지난 경기에서 자신의 판단으로 “공격적으로 나갔다”는 이진현은 감독의 신뢰에 한층 탄력을 얻었다. 전반 2분 만에 나온 이진현-이승우-조영욱으로 이어지는 패스 플레이는 잠비아를 흔드는 데 효과적이었다.

역습 후 공격 전개의 시발점에도 이진현이 있었다. 전방으로 올라가는 동료들을 보고 낮고 빠르게 패스를 찔러줬다. 아크 부근에 있던 그가 오른쪽 측면에 있는 백승호를 보고 얼른 공을 넘겼다. 마무리는 이승우였다.

신 감독의 철학인 ‘보고, 생각하고 움직여라’가 그대로 녹아든 모습이었다. 이진현은 “승우나 승호는 같이 경기하다 보니 코드가 맞더라. 이제는 눈빛만 봐도 (어디로 움직일지)알 것 같다”며 자신했다. "성균관대와 고려대의 경기를 보고 '저 친구 내가 꼭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해" 이진현을 발탁한 신 감독은 “앞으로 또 다른 옵션이 생겼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 승우+승호, 괜히 ‘에이스’가 아니다

이날 경기의 정점은 이승우와 백승호였다. 신 감독이 백승호에 관해 우려하는 부분은 골 감각이나 실력이 아닌, ‘경기 체력’이었다. 소속팀서 출전 기회를 제대로 받지 못해 경기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설명이었다. “승호한테 오늘은 60분, 내일은 70분 이렇게 뛰자고 한다.”

백승호는 온두라스전에서 65분에 교체됐다. 이날은 75분까지 뛰었다. 백승호는 “체력적인 부분에서 조금 좋아진 것”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또, 동료에게 패스를 넘기고 곧바로 이동하라는 신 감독의 주문에 “(그런 모습이)한 두 번 잘 나와서 괜찮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승우는 과감했다. 자신보다 체격이 월등히 큰 상대 선수 2인을 쉽게 제치고 돌파했다. 공을 잡으려 사이드라인까지 전력 질주하는 모습도 보였다. “골키퍼가 계속 나와 있는 걸 보고 있었다”는 그는 아크에서 ‘칩샷’으로 골을 넣는 센스까지 선보였다. 온두라스의 골키퍼는 공이 들어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 마지막 보물찾기

경기 후 신 감독은 “내가 생각했던 선수들을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최상의 조직력을 선보일 수 있는 멤버들이었다. 이제 신태용호는 세 번째 경기, 에콰도르전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 보물찾기다.

신 감독은 “실험하지 못한 선수들을 봐야 한다. 세 번째 경기는 새로운 선수로 구성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발군의 선수’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신태용의 U-20이라면 가능하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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