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천안] 확 바뀐 U20, 감독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정다워 2017. 3. 28.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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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다워(천안)]

축구에서 감독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도자 한 명의 철학에 따라 팀의 색깔이 달라진다. 경기 스타일, 운영 방식이 하늘과 땅 차이로 변하기도 한다. 지금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그렇다. 신태용 감독 부임 후 불과 4개월 만에 완벽하게 다른 팀이 됐다.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긍정적으로 변하는 중이다.

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디다스컵 4개국 축구대회’ 잠비아전은 달라진 신태용호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한 경기였다. 수비적이고, 안정을 추구하며, 팀 플레이에 집중하던 U-20팀은 창조적이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인 팀으로 변신했다. 무려 네 골이나 터뜨리며 아프리카의 강호를 제압했다. 지난 온두라스전에서 세 골을 넣은 데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다득점에 성공했다. 이쯤 되면 팀 색깔의 변화를 논해도 좋다. 신 감독의 영향력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스레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4개월 만의 변화, 보수적인 팀에서 창조적인 팀으로
신 감독은 작년 11월 부임했다. 12월 제주도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1월 포르투갈, 2월 경주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번 아디다스컵은 네 번째 소집이다. 절대 긴 시간이 아니다. 실제로 신 감독과 선수들이 함께 보낸 시간은 4개월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 짧은 시간 내에 신 감독은 팀 색깔을 180도 바꿔놨다. 안익수 전 감독 시절 U-20팀은 보수적인 팀이었다. 수비에 먼저 집중하고 역습을 노리는 형태로 경기를 운영했다.

달라진 U-20팀은 무게중심을 공격에 둔다. 과거 성남일화 시절부터 작년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 때에도 그의 철학엔 일관성이 있었다. 라인을 올리고, 풀백과 중앙 미드필더들까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한다. 공격수들은 활발하게 자리를 바꿔가며 자유롭게 움직인다. 짧은 패스를 통해 전진한다. 선수들은 상황에 따라 도전적인 패스를 과감하게 시도한다. U-20팀에 찾아온 변화다. 중앙 미드필더 한찬희는 “전 감독님은 수비에 먼저 집중하고 공격을 이야기하셨다. 신 감독님도 수비를 생각하시지만 공격적인 움직임을 더 강조하신다. 실수해도 자신감 있게 뛰라고 독려하신다”라고 말했다.

완성도가 높다. 짧은 기간에도 공격수들의 호흡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신 감독이 “생각했던 것보다 선수들이 잘 따라오고 있다. 이렇게까지 잘할 줄 몰랐다”라고 말할 정도다. 적장인 베스톤 참베시 잠비아 감독도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높은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바꿔 말하면 신 감독은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주문한다고 볼 수 있다. 조영욱이 “선수들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공격적인 전술이라 더 즐겁게 뛸 수 있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창조성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에서 나온다. 실수를 걱정하면 도전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다. 신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실수해도 괜찮다’는 말이다. 한찬희는 “신 감독님은 실수해도 괜찮으니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하신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씀하시니까 자신 있게 뛴다”라고 말했다. 신 감독이 U-20팀의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약속된 플레이의 힘, 돌려치기가 대체 뭐야?
무작정 공격적으로 움직이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다. 지금의 U-20팀은 약속된 플레이가 빛나는 팀이다. 온두라스전, 잠비아전에서는 사전에 훈련한 패턴의 공격으로 상대 수비를 공략했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선수들의 입에서 나온 공통 단어는 ‘돌려치기’였다. 백승호와 조영욱, 한찬희가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다. 조영욱은 “돌려치기란 공을 주변에 있는 선수에게 돌려주고 공간으로 움직여서 공을 다시 받는 플레이를 말한다”라며 “훈련 때 많은 패턴을 훈련했다. 전술 훈련을 통해 약속한 플레이가 오늘 잘 나왔다”라고 말했다.

과거 U-20팀에선 찾아보기 힘든 패턴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그것도 반복해서 나온 것은 감독의 영향력이 미친 결과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한 축구인은 “오늘 U-20팀이 보여준 공격 패턴들은 훈련을 통해 약속되지 않으면 나오기 어렵다. 선수들의 능력이 뒷받침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저런 판을 깔아주는 건 감독의 몫이다. 신 감독이 팀을 빠르게 잘 만들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U-20 대표팀에 맞는 옷
신 감독의 철학은 무엇보다 U-20팀에 꼭 필요한 것들로 가득하다. 결과에 매몰되어 과정을 등한시하지 않는다. 어린 선수들의 창조성을 최대한 살린다. 한국 축구의 자산인 어린 선수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성장시킨다. 덮어 놓고 많이 뛰는 축구로 승부를 보지 않는다. 전술 변화를 통해 다양한 축구를 경험하게 한다.

월드컵은 중요하다. 안방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연령대 대표팀은 성적, 성과, 결과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어린 선수들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유망주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지금 U-20팀은 그 기능을 제대로 할 기반을 만들었다. 감독 한 명의 부임과 함께 환경이 달라진 것이다.

#2년 넘은 슈틸리케는 어떤 색깔인가?
시선은 자연스럽게 성인 대표팀으로 향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는 한국 축구의 화두가 됐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연이은 부진이 슈틸리케 감독의 입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경질, 사퇴라는 단어가 미디어, 팬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시리아전 결과에 따라 경질 분위기가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도 문제지만, 철학 없는 축구가 이어지는 게 더 문제다. 약속된 플레이는 실종됐고, 감독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어렵다. 2년 넘게 팀을 이끌었음에도 아직까지 뚜렷한 색깔을 내지 못한다. 자신이 원하는 한국 최고의 선수들을 뽑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도 무색무취 축구로 일관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4개월 만에 팀을 바꾼 신 감독으로 인해 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회의감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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